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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5] 토이 『Thank You』 : 90년대에 바침, Toy

토이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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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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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의 6집 앨범 『Thank You』 발매를 앞두고 시끄러운 사건 하나가 인터넷을 달구었다. 객원가수로 참여한 윤하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유희열과의 작업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과정에서 '폄하'에 가까운 몇 마디 실언을 했고, 이것이 지면을 통해 퍼지면서 토이의 팬층을 중심으로 윤하와, 덩달아 진행자였던 메이비에게까지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윤하의 눈물섞인 참회(?)와 당사자(?) 유희열의 소심한 자제 요청 발언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Fermata』(2001) 발매 이후 희미해졌던 토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다시 그들에게로, 꽤나 극적인 반응과 함께 돌아왔다.

그 나이 또래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수위의, 몇몇 치기 어린 말들을 거두고 나면 사실 윤하의 말에는 크게 틀린 것이 없었다. 『Fermata』와 『A Walk Around The Corner』(2002) 이후 5년 넘게 수면 아래로 사라진 토이의 이름을 윤하 또래의 세대들이 기억해야만 한다(!)는 토이 팬층의 요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판을 갈고 엎는 가요판에 익숙해진 10대들에게는 마치 토이의 음악을 듣고 자라난 세대에게 위일청의 노래에 공감하라는 것만큼이나 멀고, 아득한 주문이다.

원더걸스와 빅뱅, 슈퍼주니어에 열광하고 에스지워너비의 감수성에 익숙해진 10대들은 『Fermata』와 『Thank You』 사이의 시간 동안 에이치오티, 지오디가 왕성한 활약을 펼치다 해체하고, 그 뒤를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이어나가는 과정까지를 경험했다. 그 시간 사이에 촘촘히 박힌, 유명했다가 역시나 잊혀진 다른 이름들까지 헤아린다면, 10대들의 5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여기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다. 요컨대, 토이의 음악을 사랑하던, 그래서 윤하와 메이비를 '무지방만한 것들'로 비난하던 그 팬들에게, 『Fermata』 이후 5년의 시간 동안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지난 5년 동안 10대들이 열광하는 소위 '주류'음악에 귀를 덜 기울인 세대였고, 토이와 함께 90년대 소위 '음악작가'로 불리던 뮤지션들 - 김현철, 윤상, 김동률, 이적, 윤종신, 유영석, 정석원, 자화상, 이승환, 그 외 많은 이름들 - 이 활동하는 시간 동안, 토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현재형의 이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이다. 지금 그들은 10대처럼 왕성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열성적으로 뮤지션의 활동에 힘을 실어줄 여유도 갖지 못한, 그저 대중음악의 후순위 타겟일 뿐이다. 물론 그들이 40, 50대 팬들보다 매력없는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그저 시장의 흐름에 맞춰 적당히 음악을 소비하는 계층이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누군가'는 아니다.

90년대를 지나온 20대 (더 나아가 30대 초중반까지), 당시 신세대라 불리며 사회적 의식도 없고, 예의도 없으며, 정치나 이데올로기를 똥자루 보듯 하며 '이해할 수 없는 놈들'로 불리던 그들은, 안타깝게도 그 아래의 세대들로부터도 분리당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섬'이 되었다. 지금 그들은 88만원의 월급을 위해 토익학원과 면접 스터디에 바쁘고, 윗세대들에게는 한자에 일자무식한 놈들이라 폄하당하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조기 영어교육, 유학 세대들에 힘겨워한다.

하지만 한 때 그들은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을 주도하는 세력이었다. 당대의 전문 음악인들로부터 평점 7점을 받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자신들의 전설로 만들었고, 대중음악의 100만장 시대를 열었으며, 아무 것도 없던 홍대 앞에서 한국 인디음악의 시초를 다졌다. 음악의 사회적 텍스트로서의 의미를 걷어낸다면 90년대는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다양한 색깔의 음악인들이 평론가나 전문층이 아닌, 그저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질 수 있던 시기였다. 그들은 그렇게 생산자로, 소비자로서 대중음악의 중심에 군림해왔다.

그런 그들 세대에, 상술한 '음악작가' 뮤지션들은 짧지만 행복한 시절을 누렸다. 매일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노래를 리퀘스트하는 온돌처럼 뜨뜻한 관심이 있었고, 어디 가서 주눅들지 않을 만큼의 판매량이 보장되는 시장이 있었으며, 적당한 외도나 답습까지도 무리없이 받아줄 정도의 충성을 갖춘 팬들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뜨거웠으나 열악했던, 7, 80년대의 의식있는 가수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아 이 망할 놈의 세상'하고 노래부르다 하얀 가루랑 엮여 콩밥 먹으러 가거나, 민중 투쟁의 현장에서 빨간 띠 두르고 노래부르면서 '돈은 한 푼도 안 벌리지만' 나는 의식있다고 스스로를 자위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히트곡 두 세 개 낸 다음에 행사장으로, 무대로, 미사리로 가거나.)

90년대 이런 일군의 뮤지션들은, 음악 내외에서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발라드 위주의 사랑과 연애 타령 노래들을 사랑했고, 굳이 사회-정치적인 현안을 심도있게 파고들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 무렵, 이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였다.) 이들은 당시 대학가 청춘, 학창 시절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벌로도 자신들의 수요층을 대변했으며, '아띠스뜨'로서 취급받는 데 있어 겉으로는 꺼려하면서도 받을 대접은 굳이 외면하지 않는, 이면적인 태도를 취했다. 또 이들은 보다 풍요로워진 시장에서 자신들의 이미지와 음악을 적절히 조율해가며 자신들의 영역을 일구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디스코그라피를 쌓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가 심하게 훼손되는 곳으로까지는 움직이지 않고, 그런 부류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와 같았다. 물질적으로 배고프지 않았고, 사상과 이념보다 눈앞의 일상들이 더욱 소중했으며, 또 그런 자신의 생각을 굳이 숨기지 않되 애써 그것을 자신들 이외의 세대에게 강요하려 하지 않았다.

1.
유희열의 프로젝트 그룹인 토이는, 90년대 이런 뮤지션'군'에 속하는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에 비교적 충실한 사례 중 하나이며 '온건한' 사례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이룬다는 야망 대신 '내 나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에두르는 소담한 진심은 분명 뮤지션 유희열의 진심이지만 그와 동시에 결코 토이가 Brian Eno나 Aphex Twin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고, 때문에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보증이기도 하다. 그는 ABC 구성의 가요 발라드에 예민한 소년적 감수성과 일상에 대한 다소 궁상맞은 터치가 들어간 시선을 덧붙이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1996)를 통해 긴 사랑을 받고 같은 앨범에 수록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럴때마다」 등으로 자신의 포인트 - 기승전결의 발라드와 메이저 코드의 업템포 트랙이라는 - 를 잡은 이후, 그는 안정적인 송라이팅 능력과 폭넓은 음악적 관심사를 통해 이런 강점을 주기적으로 갱신했다. 여기에 (음악이랑은 아무 상관 없지만) 서울대 출신, 유재하 가요제 대상, 윤종신, 이승환 등 많은 뮤지션들과의 협연(특히 윤종신의 『愚』(1996) 앨범은 그를 관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등이 겹쳐지며, 유희열과 토이의 이름은 90년대 '음악작가'로서 브랜드화되었다.

싱어송라이터지만 객원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대변한다는 면에서, 토이는 초기에 먼저 데뷔한 공일오비와 비교되었다. 공일오비의 앨범에는 늘 돌발이라는 요소가 숨어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했고 주저없이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냈다. 비록 그것이 비사이드(B-Side)에 묻힐지라도 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정체성 이면에 이런 의외성을 전제했고, 때문에 막판 대파격(大破格)의 앨범 『The Sixth Sense』(1996)도 팬들은 공일오비의 앨범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토이는 달랐다. 초기 Pat Metheny를 워너비한 스탠더드 재즈 스타일로 출발했지만, 객원가수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정착된 (그리고 유희열 홀로 남게 된) 2집부터 토이는 공일오비의 방법론은 공유하면서도 음악에 있어서는 점차로 확연한 선을 긋게 된다. 그리고, 퓨전 재즈의 색을 버리고 본격적인 가요 앨범으로 거듭난 『A Night In Seoul』(1998)을 통해 최고의 인기는 물론 '토이만의 음악' 또한 증명하게 된다.

그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담아내더라도 그것을 최대한 유희열의 '가요'에 맞게 다듬었고, 사회의 면면을 기웃거리기보다는 특유의 센치한 감수성에 집중하면서 추억과 사랑 노래만을 담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곡에 맞는 사람을 기용한 공일오비와 비교, 게스트의 장점을 살린 음악을 통해 공생을 노렸다. 윤상을 활용하면 윤상의 목소리 톤과 경력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었고, 신해철을 부르면 신해철의 캐릭터와 톤에 맞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이 와중에 라틴음악이나 재즈, 일렉트로니카와 뉴웨이브 등의 실험적인 요소들에 대한 관심 또한 지속했고, 『Fermata』 때처럼 이를 자신의 정규작업 속에 녹여내거나 위험하지 않은 선 내에서 번외작업으로 「Welcome To Koneyisland」(2002)나 「익숙한 그 집 앞」과 같은 결과물로 증거하기도 했다.

2.
토이의 새 음반은 자신의 이런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다. 꽉 짜인 컨셉 앨범은 아니지만 얼추 간주(interlude) 등을 통해 흐름을 잡고 꽉 채운 73분여의 시간이 그렇고, 윤하나 이지형 정도를 제외하면 여전한 객원들의 면면이 그러하다. 그리고, 내용물 또한 『A Night In Seoul』 때처럼, 숨이 막히지 않을 정도의 탄탄함을 갖추고 있다. 그에게는 굳이 지난 6년의 공백을 증명해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요컨대, 이 앨범을 한 2년 전에 발매했어도, 혹은 2년쯤 더 있다가 발매했어도 시장의 반응, 팬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그냥 토이의 여섯 번째 앨범이다.

대중음악으로서 자신의 정점을 맛본 『A Night In Seoul』 이후, 초기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의 절충을 다시 시도해 본 『Fermata』는 Pat Metheny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흔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라틴 음악을 중추로 한 다국적 음악을 수용해 녹여내는 그의 모습은 윤상의 그것에 비해 심심했다. 요컨대, 굳이 유희열이 새로 건드려서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소스들은 아니었다. 때문에 많은 히트곡을 냈던 전작에 비해 수록곡들 간의 호응의 편차는 뚜렷했고, 이전보다 음과 음 사이의 '표현'과 연주에 귀를 기울인 이 음악들은 인기순위나 라디오 리퀘스트보다는 앨범 단위의 감상을 요구했다.

『Thank You』는 선명한 멜로디와 각 곡의 뚜렷한 존재감 측면에서 『Fermata』보다는 『A Night In Seoul』에 가까운 음반이다. 일렉트로니카와 레트로의 양념이 구석구석 들어가 있고, 「인사」, 「딸에게 보내는 노래」 정도를 제외하면 정형화된 ABC 발라드보다는 업템포 트랙에 가까운 곡들이 더 많다.

거듭 '복고'가 앨범의 코드로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 『Thank You』는 레트로 지향 앨범인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유보적이다. 본 앨범은 진짜 80년대 음악보다는, 그 시절 음악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던 90년대, 그러니까 유희열 자신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국내외 뮤지션들의 흔적을 지향하고 있다. (오히려 본작이 지닌 차별화의 근거는, 나른함과 포근함 사이에 자리잡은 전자음들에 가깝다.) 그것이 90년대 '음악 작가'의 팬들에게는 반가움의 이유가 될 테고, 새롭지 않음의 이유가 될 것이며, 무난함의 이유가 될 터이고.

「Bon Voyage」, 「나는 달」, 그리고 「뜨거운 안녕」은 『A Walk Around The Corner』와 『A Night In Seoul』 사이의 절충작업이다. 유희열은 각각의 게스트 보컬들의 음역에 최적화된 멜로디에 '연주'와 일렉트로니카의 비트를 적절히 섞어 어느 정도 '전자음악'으로서의 근거를 남기는 토이표 음악을 만들어냈고, 이는 몇몇 다른 뮤지션들의 위악적인 일렉트로니카 '시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6년의 공백을 증명하는 바로미터로서 이 곡들은 훌륭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에 있어 기존의 최루성 발라드보다 다소 부족한 끗발이 아쉽기도 하다.

이런저런 홍보문구를 통해 80년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재현을 이야기하는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은, 막상 실제로 처음 들었을 때 공일오비의 「친구와 연인」(1991)이 떠오르는 노래였다. 물론 세월의 흐름 속에 사운드는 정교해지고, 드문드문 그가 일렉트로니카에 관심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 골조는 쿨한 척 하지만 결국 '널 위해서'라고 단서를 달아두는 소심한 로맨티스트의 그것이고, 그 멜로디 또한 80년대 가요의 진득한 뽕끼나 복고 팝보다는 「그럴때마다」(1996), 「고백」(1997) 등을 통해 이어오던 자신의 업템포 트랙들에 더 가깝다. 「좋은 사람」(2001) 때를 그대로 활용한 「크리스마스 카드」, 여전한 김연우 표 발라드 「인사」 등은 그냥, 노골적이다. (물론, 모든 노골적인 것이 나쁜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운드 시도가 아닌 송라이팅 측면에서는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이규호의 익살스러운 가사(에다 목소리)가 돋보이는 「나는 달」, 김민규가 부른 「안녕 스무살」, 그리고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좀 빛이 바래긴 했지만)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이 가장 선명하게 와닿는다. 가장 이전 토이의 아련함에 근접한 「안녕 스무살」은 「스케치북」(1999)에 델리스파이스 식 모던록을 절충하는데, 본 앨범 수록곡들 중에서 사운드 구성이나 새로움이 아닌 감성에 집중하게 해 주면서 동시에 유희열스러운 감성까지 함께하는, 포만감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토이스러운 가사에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이 노래는 interlude에 이은 김형중의 「크리스마스 카드」 와 멜로디-구성-가사의 일부를 공유하는 특별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은 90년대 송라이터들이 프로듀서로서 가수를 다루는 일련의 '경향'을 보여준다. 정석원이었다면 여기저기 의도된 포인트들을 모노드라마 연출하듯 표현했을 법한 노래인데, 유희열 또한 윤하라는 가수를 다루는 데에 있어 어느 정도는 정석원과 비슷한 방법을 보여준다. (요컨대, 굳이 요새 감성을 따라가기보다 철저히 통제자로서 용병을 활용하듯 그 목소리를 취하는 형태랄까.)

유희열의 희미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프랑지파니」, 「해피엔드」와 히든트랙은, 게스트들을 통해 표현에 중점을 두는 다른 곡들의 이면에서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여전하게 어필한다. (다른 가수가 불렀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지만, 생각하건대 이제는 이것도 토이의 떳떳한 한 부분이 된 것 같달까.) 곡의 의미 측면에서 「딸에게 보내는 노래」를 성시경에게 맡긴 것에 대한 아쉬움이 종종 논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성시경이 불러서 더 괜찮지 않았나 싶다. 가사도 잘 들리고.

3.
사실 90년대 '음악작가'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형이거나, 다소 유보적이다. 사실 이를 온전히 평가하는 것은 토이의 팬들이 아닌, 팬으로서의 애정으로부터 객관적인 거리를 갖춘 현재 세대의 몫이다. 하지만 전후 상관없이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여전한 '브랜드'다. 그들에게 토이라는 이름은 90년대 음악에 있어 꼭 알고 있어야 할 이름이리라 생각했을 것이고, 감히 그것을 모른다는 당돌한 신인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놀랍도록 대중음악이 대중들에게 하찮아진 지금 우리의 평균적인 시장이 토이를 비롯한 90년대의 그들을 대접하는 현실이다.

『Thank You』는 이런 현실을 너무 각박하지 않게, 하지만 외면하지도 않는 균형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앨범이다. 애써 90년대의 팬덤에 기대려하지 않지만, 자신이 엄연히 그 시절의 음악인이었음을 숨기지도 않는다. 센치한 감수성,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 꼼꼼한 사운드 채색이라는 장점은 그대로 남겨놓은 채 자신이 듣고, 관심을 기울인 많은 음악들을 그 안에 무리없이 녹여내고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티내지 않는 성실함 속에 감사의 인사와 함께 빼곡이 담겨 청자들을 맞이한다.

감히 우매한 민간인 따위가 이해할 수 없는 기행으로서 자신의 음악과 삶을 정의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본분이라는 극단의 사고 대신, 그는 다시 한 번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합니다'라 말하고 있고, 매번 그랬듯 그것은 분명 진심이다.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포장해 그를 저질 가요계의 대안으로까지 격상시키는 건, '그 때가 좋았지'라며 자위하는 건 부담스러울 뿐더러 우스운 일이다. 다른 동년배의 뮤지션들이 그랬듯 『Thank You』의 선방 뒤에도 과연 언제까지 '지금 내가 하는 음악'이 '우리의 음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남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음의 일일 뿐이다.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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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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