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취향과 동시대성의 이차 방정식 : 파란노을 「아름다운 세상」

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1,04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04
Volume 2
장르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何聞いてるの?”(뭐 듣고 있어?) “リリイ・シュシュ.”(릴리 슈슈.)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의 한 장면을 끼워 넣은 몇 초 분량의 인트로가 많은 것을 설명한다. 작은 스포일링을 하자면, 위 대사를 주고받는 영화 속 두 인물은 학교 폭력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놓인 피식자이자 평소 그 어떤 발버둥도 제대로 쳐보지 못하다가 종국에 각자의 선택을 통해 저마다 자유를 찾아 나서는 이들. 10대의 비극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묘사한 영화의 아이러니처럼 원맨밴드 ‘파란노을’의 이름,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본작의 제목과 주제, 그리고 음악은 그 모든 것이 역설적이다.

음악은 영화 속 가상의 가수 ‘릴리 슈슈’의 음악과 다르다. 파란노을의 선택은 20년 전 영화보다 10년은 더 앞선 슈게이징, 포스트록, 노이즈팝의 혼합이다. ‘아름다운 비극’이라는 오랜 전통의 역설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로 폭발적인 노이즈 사운드와 수려한 멜로디, 드라마틱한 구조의 슈게이징을 택한 것은 절묘한 수. 그러나 굳이 삽입한 인트로의 대사와 그에 대한 언급만치 이 노래와 앨범 및 (《Rate Your Music》 유저들을 포함한 인터넷 여론의) 그에 대한 지지는 장르와 취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이번 주에 함께 등장한 크리스탈티의 싱글이 구사하는 접근법이 ‘취향의 방정식’이라면, 파란노을의 싱글은 ‘취향과 동시대성의 이차 방정식’이다. ‘루저’(loser)로 표현하던 슈게이징의 당대성은 오늘날 좀 더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번진 혐오와 폭력, 그에 대항하는 방구석 대항 심리에 의해 신선한 현재성을 부여받는다. 게다가 차트 역대 최상위권에 Radiohead을 두 곡이나 올릴 정도로 같은 시기의 영미권 록을 사랑하는 (《Rate Your Music》) 유저들, 우리나라 앨범 중 공중도둑의 『무너지기』(2018)를 최초로 차트 상위권에 올린 이들이 마주한 본작이라면 더욱 의미가 각별할 것이다.

사실 앞선 장르 요소들을 잘 조합한 것과 별개로 노래의 구조는 단순하며, 감정을 터뜨리는 서사 역시 전형적이다. 다만 그 덕분에 정서적으로 더욱 직설적이고 진솔하게 느껴진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 타인과 소통할까’의 관점에서 방법론이나 결과의 신선함, 미적 완성도가 모든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앨범 소개와 매체를 통해 자신과 이 음악이 지닌 어제의 취향과 오늘의 지질함을 감추지 않는 아티스트의 솔직함이 고통의 미화, 상처의 전시를 판타지로 승화하는 작품의 미학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절대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아름다운 세상
    파란노을
    파란노을
    파란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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