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달고양이'로 활동한 작곡가 겸 보컬 도연과 신촌블루스 출신 기타리스트 김병호, 퍼커셔니스트 김정균으로 구성된 퍼플레이디블루스의 2번째 음반이자 첫 정규작 『Turning』의 타이틀곡. 기타리스트의 출신이 암시하듯, 이 밴드의 기본적인 음악적 방향은 철저한 ‘블루스’의 본질에 닿아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큰 테마 위에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관계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결과에 대한 상념들을 풀어나가는 앨범의 음악들은 제대로 된 하나의 컨셉트 앨범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다른 타이틀곡 「Love Letter」의 경우에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의 단편 영화로 만들어 앨범의 주제 의식의 전달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이 앨범에서 밴드 멤버들 못지 않게 사운드에 기여한 존재들은 바로 기타리스트 SAZA최우준과 그의 밴드 멤버들인 정영준, 이도헌이다. 특히 이 곡에서는 정영준, 이도헌의 세션 연주를 바탕으로 도연이 직접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 위에서 김병호의 끈끈한 버틀넥 기타 연주와 솔로잉이 빛을 발한다. 도연의 보컬은 사실 블루지함보다는 하드 록 밴드 보컬이 블루스 트랙을 노래하는 것 같은 샤우팅이 느껴지지만, 그게 오히려 곡의 개성을 각인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어떤 의미에서 서구식 블루스의 정통성을 따라가기보다는 신촌블루스 등 1980년대 이후 구축된 한국적 블루스 가요의 향취가 더 많이 나기에, 대중성도 적절하게 확보한 트랙이라 생각한다. ★★★☆

[정병욱] 본토에서 워낙 오랜 역사와 깊이를 쌓은 블루스이니만큼 그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늦고 초라할지언정 다양성과 테크닉, 필을 적잖이 따라붙고 있는 국내 신이다. 지난해만 해도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나 리치맨과그루브나이스와 같은 팀이 등장했지 않은가. 그러나 전통을 돌이키면, 누가 뭐라 해도 결국 블루스는 생(life)이다. 뻔하고 작위적일지언정 한껏 자유분방하게 방식을 바꿔가며 혀를 구부러뜨리는 발음에서는 관록의 슬픔이, 다양하게 엇나가는 발성과 감정의 서사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보컬 연출에서는 역사가 된 고통이 느껴진다. 적은 기교로 훵키 그루브를 최대로 발산하는 기타 솔로는 독주의 강한 독성과 순박함을 동시에 품어낸다. 절정은 후반부의 보컬 코러스 합에 이르러서다. 삶에 홀로 취해 허우적대는 건 꼴불견이지만 같이 취해 함께 비틀거리는 건 블루스다. ★★★☆

[조일동] 블루스록으로 귀결될 법한 김병호의 강렬한 기타와 도연의 날 선 소울풀 보컬 사이에서 특유의 고즈넉함을 살려내는 것은 김정균이 제공하는 퍼커션의 몫이다. 일반적인 드럼 세트의 묵직한 톤과 달리 다양한 음색을 자랑하는 독특한 타악기 소리가 분위기를 반전 시키며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해먼드 마스터 안정현의 올갠 연주가 더해지면서 술 한잔이 주는 따뜻한 취기가 제대로 표현된다. 해먼드 올갠과 대구를 이루는 매끄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기타 연주는 곡 후반부를 후끈하게 뒤덮는다. 경지에 이른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고즈넉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연주가 감동적이다. 표준적인 형태의 밴드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블루스 팀과 만났다. ★★★★☆

[차유정] 취해서 꼬부라진 혀가 떠오르는 슬라이드 기타 솔로가 지나면. 취해서 본격적으로 하는 말들이 운을 떼기 시작한다. 뭔가를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잠깐 내려놓고 쉬기 위한 각성제의 성격으로 존재하는 노래인데, 애환과 애증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구태의연하기도 하고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블루스에서 주로 등장하는 테마인 직설적인 자기비하나 내면의 고민을 가감없이 더 드러내 주었다면 좀더 끈끈한 맛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