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이뤄낸 성취와 남은 과제의 기록

태완 (Taewan) 『As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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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7
Volume EP
레이블 브랜뉴뮤직
공식사이트 [Click]
R&B 가수,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태완의 8년만의 신보입니다. 작년부터 간헐적으로 싱글을 발표해 왔기에 마냥 낯설지는 않지만, 지난 앨범인 『A Love Confession』(2006)과의 간극이 꽤 있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

태완은 1998년, 하이텔 흑인음악 동호회인 소울트레인(최초 명칭은 Back's Row였죠)에서 래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R's Crew라는 팀에서, Rich C Nuts라는 활동명으로 DJ Uzi, UMC 등과 함께 했죠. 그는 클럽 공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2000년에는 나인틴 스트리트라는 팀을 결성해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태완은 웨스트 코스트 힙합이 뚝심에 굵게 자리한 래퍼였습니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J Uzi 등과 함께 보컬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R&B 보컬로 전업한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죠. 

피씨통신의 쇠퇴와 멤버들의 잇다른 군입대로 소울트레인이 사실상 해체된 이후, 태완은 R's Crew를 로다운(Lowdown)이라는 이름으로 재정비하고, 자신 또한 C-Mack으로 활동명을 개명하며 독자적인 활동을 모색했습니다. 2003년 발매한 로다운의 첫 EP는 웨스트코스트 언더 힙합 신 내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활동을 지속하지는 못했죠. 태완은 이 시점을 전후로 작곡가로, 랩/보컬 피쳐링으로 언더 힙합 신 바깥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갔습니다. 최초 보컬일 경우 쓰던 활동명인 C-Luv는, 곧 그의 작곡가로서의 활동명을 겸하게 되었죠. 그의 이름은 드라마 OST에서부터 별의 앨범에서까지 다양한 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 그는 라이머의 브랜뉴뮤직(당시는 IC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에서 솔로 데뷔를 준비하면서, 활동명을 태완으로 바꿨습니다. 2006년, 그는 솔로 데뷔작인 『A Love Confession』를 발매합니다. 완연히 R&B 보컬로서 자신의 음악 방향을 정립한 후, (SG워너비가 R&B의 궤에서 논해지던) 당시의 한국이라는 특수 지형에서 흑인음악, 특히 R&B를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이었죠. 비록 상업적으로는 미지근한 성과를 얻었지만, 소위 '뽕끼' 없이 매끈하고 세련된 태완 특유의 작곡/프로듀싱 역량은 가요계 기획사/프로듀서들의 눈에 들어왔고, 이후 작곡가로서의 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은 『A Love Confession』 나름의 소득이었습니다.

태완은 2007년, 비가 JYP로부터 독립해 세운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게 됩니다. 여기서 그는 비, 엠블랙 등 소속 가수들의 곡은 물론 이민우, 유키스, 거미, 휘성, 김현중, 김재중, 김준수 등 다수 아티스트에 곡을 써주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2년까지, 그는 대부분의 소울트레인 시절 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도 꽤 많은 곡을 쓰는 다작의 작곡가였습니다. 다만, 작곡가로서 태완의 곡들은, 당시의 이트라이브나 용감한 형제, 혹은 지금의 이단옆차기처럼 차트 정상을 정조준하는 '국민 가요'와는 사뭇 다르게 활용되었습니다. 비나 이민우는 아이돌 댄스가수로 고착된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엠블랙은 초기 그룹의 차별화된 음악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의 곡을 타이틀로 선정해 활동했습니다. 그 외의 많은 가수들은 그의 곡을 B-side나 후속곡으로 활용했고요. 글쎄요,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세련된 흑인음악 겸 가요인 그의 곡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당시 대중의 귀를 15초 안에 잡아챌 '싸비'는 다소 약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작곡가가 되었나보다 했던 그는 2013년 경 브랜뉴뮤직과 다시 계약을 맺고, 「Midnight No.1 Song」(2013)을 시작으로 아티스트로 재등장했습니다. 작곡가 겸 보컬 C-Luv에서 R&B 보컬 태완으로 활동명도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년여에 걸친 싱글 릴레이 후 그의 커리어는 본 앨범인 『As I Am』에 당도했습니다.

단단한 앨범입니다. 작곡과 편곡에서 기술적으로 모나는 부분이 딱히 없습니다. 각 사운드 소스는 매끈하면서도 과잉 없이 밸런싱 되어 있고, 악상이나 아이디어 또한 과잉 없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되죠. 트렌디한 R&B라는 큰 조류 하에 PBR&B, 슬로우잼, 미드템포의 팝 R&B까지를 포괄하지만, 취향을 과시하다 청자와 멀어지는 우 또한 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태완은 본 앨범에서 근래 등장한 인상적인 젊은 R&B 싱어송라이터들의 상향평준화된 부분들을 무리 없이 보조를 맞추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K-Pop으로 퉁쳐지는 이들의 기호와 적절한 선에서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갑니다. 전반적으로 곡들은 캐치한 보컬 멜로디와 이를 선명하게 올라타는 태완의 가창이 주가 되는데, 음역과 호흡 모두에서 안정적인 리드를 보여줍니다. 짧게 나뉜 파트들을 자연스레 이어가며 후렴구에서는 적절한 반복을 통해 곡의 완급 또한 노련하게 만들어가고요. PBR&B의 전형적인 사운드 소스나 소재를 가져왔지만 적절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익숙한 기승전결 구도로 끌고 가는 「History」와 「뒤로 누워」, 업템포의 밝은 멜로디에 가벼운 리듬 편성과 적절한 피쳐링 기용으로 요새 잘 나가는 랩 가요와 발을 맞추는 「굿모닝」, 「Like This」 등 앨범의 여러 부분에서 그간 많은 기획사의 기호를 맞춰 온 태완의 경험치가 묻어납니다. 

다만, 매끈함 이상을 논하기 시작하면 『As I Am』에는 적잖이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띕니다. 『A Love Confession』은 발매 당시의 희소성에서 기인한 강렬한 첫 인상으로 기억되는 앨범이었습니다. ('아시안 소울' JYP 박진영이 5년을 앞서간 음악이라 실패했다고 하는 일화는 나름 간지였죠. 요새 인터뷰에서 태완 본인이 이를 다시 언급하며 그 간지가 다소 죽기는 했어도.) 다만, 이제 이러한 시도는 보편화되었고, 근사한 젊은 아티스트들과 그 결과물들도 꽤 보이는 현재의 한국 R&B 신에서는 기본기를 넘어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음악 안팎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 졌죠. 그러나, '차트 가요와의 접점'을 제외하면 『As I Am』에서 태완만의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의 보컬이 '안정적'으로 곡을 리드하기는 하지만, 음색 처리나 곡 내에서의 보컬 연기 등은 전형적이어서, 종종 무색무취합니다. 「뒤로 누워」 같은 곡은 훨씬 더 끈적할 수 있었던 순간을 그냥 음역만 맞추며 지나가는 모범생 보컬이 엇갈리고, 「History」에서는 보다 역동적으로 살릴 수 있었던 고음역이 볼륨을 키운 코러스처럼 슬금슬금 넘어가죠. (타이틀곡인 「굿모닝」에서 태완의 보컬은 종종, 굉장히 잘 부른 가이드 보컬 버전처럼 들리기도 해요.) 비트를 다소 극단적으로 앞으로 내어놓거나, 언밸런스한 소스들을 배치하며 강렬한 청각적 경험을 지향하는 요새의 전위적인 장르 내 시도들과 비교하면 앨범의 편곡은 원만함 이상을 보여주는 데에 인색해 젠틀하지만 다소 올드하기도 하고, 감상 후의 잔상 또한 희미한 편입니다.

태완 정도의 커리어를 지나 온 뮤지션에게 무지나 역량 부족이 문제가 되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그 자신이 보여주고팠던 것이 많았을 거에요. 특히 전문 작곡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서로 다른 입맛'을 맞춰왔던 자신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 대중성과 장르 취향 사이의 균형 감각 등을 어필하고 싶었겠죠. 작곡가 C-Luv로써, 이는 다양한 기획사에게 어필할 때에는 확실한 강점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아티스트 태완으로서는 더 예리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쨌든 일단 반가운 『As I Am』은, 이렇게 현재의 태완이 이뤄온 성취와, 남은 과제를 두루 기록합니다.


p.s. 돌이켜보면, 80년대 메탈 신이 의외로 90년대 발라드/댄스 신에 양질의 작곡가를 다수 배출했듯, 하이텔/유니텔 세대의 흑인음악 동호회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신에 '흑인음악과 결합한 가요'를 소개하고 전파한 다수의 창작자들을 배출해 냈습니다. 뭐, 자의에 의한 부분보다는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어쨌든 기회가 될 때 이들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기획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Intro - Luv Melodies
    -
    태완
    태완
  • 2
    History (Feat. San E)
    태완, 산이(San E)
    태완, Stay Tuned
    Stay Tuned A,B
  • 3
    굿모닝 (Feat. 버벌진트)
    태완
    태완, Stay Tuned A,B
    Stay Tuned A,B
  • 4
    Like This
    태완
    태완, Stay Tuned A,B
    Stay Tuned A,B
  • 5
    너라면
    태완
    태완
    태완
  • 6
    Body Work
    태완
    태완, Stay Tuned A,B
    Stay Tuned A,B
  • 7
    뒤로 누워 (Feat. Young CEO Musique)
    태완
    태완, Assbrass
    Assbrass
  • 8
    Like This (ENG)
    Noday
    태완, Stay Tuned A,B
    Stay Tuned A,B, 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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