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라떼 세대의 캠퍼스 시절에 억지로 끌려가 불렀던 어느 추모 가요제에서의 가사 ‘열사’가 이런 식으로 귀환해 귀 안에 자리잡을 줄은 몰랐거니와, 이 봉변 같은 경험 못지 않게 메타버스의 언급에 빠지지 않는 그룹의 위치도 어쨌거나 날 꿀먹은 벙어리로 만든다. 예측불허의 구성에 레드벨벳의 「행복 : Happiness」(2014)도 한 때의 그땐 그랬지로 만드는 현재도 참으로 근성이다 싶다.

[열심히] 선배그룹들이 길든 짧든 겪었던 성장기나 예열기조차 없이 바로 메인스트림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에스파에게 단연 1등 공신이 된 곡입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에 삽입된 동명의 곡을 뼈대로 삼았으되, 이 위로 메타버스 컨셉과 고전 SMP의 선 굵은 (그래서 종종 유치할 수 있는) 컨셉을 밀어부치며 원곡과는 꽤 다른 다이나믹을 가지게 된 곡이죠. 타격에 가깝게 강하게 때리는 비트, 도입부부터 수차례 반복하며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후크송의 모범적인 구성, 초현실적인 컨셉이라 오히려 덜컹거리지 않는 SM식 스웨그까지. 기획 단계서부터 모든 컨셉과 어필 포인트가 분명하면서도 최대치로 설정되어 있었고 최대치까지 성공적으로 담아낸, 그런 류의 곡입니다. 수년 간 왕성한 콘텐츠 생산량으로 장르나 스타일의 공격적인 확장을 보여왔던 SM이 최첨단의 컨셉플레이를 하며 다시금 SMP를 들고 온 부분에서는 꽤 짠한 향수도 느끼게 합니다. 이게 에프엑스 때 즈음 나왔으면, 오히려 철 지난 SMP적인 부분이라고 아쉬운 소리가 나왔으려나요.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이 그룹이 지닌 독특하거나 때때로 괴랄한 컨셉과 내러티브를 가장 설득력 있게 곡 단위로 표현하려면, 역시 SMP가 최적이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