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과 그루브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보니, 리듬은 패션으로 변질되어 길을 잃고 넘실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리듬 그 자체가 어떤 성분과 얼굴을 지녔는지에 대한 면밀한 관심은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김반장이 돌아왔다. 이전에 그가 들려주었던 스타일을 '아프로 사운드'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예민하고 차분한 느낌이 있었다. 그 정체가 뭔지 제대로 알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여전히 '타악과 개인의 언어'라는 접점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모두 발 맞춰서 춤추고 노는 음악을 넘어, 구체적으로 세계를 표현하는 순간이 이번 앨범으로 찾아 왔다. 

'생기복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속과 토속의 혼합적인 기운을 어디에 적용시킬지에 대한 기대는 첫 트랙 「Sound Of Light」를 듣는 순간부터 산산이 부서진다. 자연에 던져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게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일목요연한 서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천지신명에게 내 육체와 생물에 평안을 비는 기도가 필요한 순간과 노동과 놀이의 서스팬스를 앨범을 통해 과감없이 담아낸다. 동시에 리듬의 쓸모와 그것을 쓰는 순간들에 대해 예민하게 질문한다.

『Sound Of Light』는 자연에 대한 선입견을 접어두고 움직임과 리듬에 대한 간결하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시간을 움켜쥐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잠시 균일한 리듬 안에서 반복적인 생각의 흐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촘촘하게 길을 만들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난하지만 강렬한 움직임'이란 바로 이런 음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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