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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음악취향Y의 추천》 필진별 결산 #2 : 남아있는 영혼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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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상했다. 변화라면 조금씩 징조를 보여주며 만들어낸 의외의 씨앗이 전부를 뒤덮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2020년도의 변화는 낯선 질병으로 시작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결론을 맺어야 하는지 쉽사리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치료를 위한 고립의 결과가 반드시 그 다음의 결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야 하는 이치와 결과속에서 사람이 어떤 변화를 그려야 한다면, 그건 개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드러내야만 할 말이 생긴다는 뜻이다. 다른건 몰라도 적당히 숨기고 사는 것과 꾸미고 사는 것을 식별한다는 것은 이미 둔감해진지 오래다. 지난 1년은 그런 사람들에게 더없이 가혹한 한해였다.

지금 소개할 두 장의 앨범은 상황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던 개개인의 잔재 속에서도, 스스로의 파동을 만들어 움직인 작품이라 단언하고 싶다. 위안과 기쁨의 문제가 아니라 '무게 중심의 고정'이라는 부분에서 어떤 작품보다 강인한 느낌을 전해 주었던 두 장의 앨범이다.

 
 
추다혜차지스 vol.1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에서』 (2020.05)
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2020년은 국악과 크로스오버의 접목이 큰 성공을 거둔 해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기교적인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한 해였다. 개별 작품들이 방식이 균일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조금 다른 형태의 국악을 소개한다는 입장에서 그 진가가 두드러졌다고도 볼 수 있다.

추다혜차지스의 데뷔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전술한 두 가지의 성과를 모두 흡수하면서도, 굿과 소리라고 하는 일종의 종교적인 영역까지 훌륭한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복과 재수를 빌어준다는 것의 의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 앨범에서 추다혜차지스는 매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복이 들어온다면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주며, 내가 타인을 빌어줌으로서 정화가 되는 역할로서의 음악까지 충실하게 구현한다. 언제나 크로스오버와 국악은 합일이라는 관점 안에서의 소리만이 목적이었는데, 이를 뛰어넘는 거친 리듬까지 귀로 소화할 시간이 도래했다는 기쁨을 안겨주는 앨범이다.

 


김일두 vol.5 『꿈 속 꿈』 (2020.10)
두루미흥업 | 포크라노스
 

무엇을 하면서 느끼고 사는지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틀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자유라는 단어가 실천으로 다가가려면 도대체 어떻게 움직여야 좋을까.

김일두는 항상 나직히 바라본다는 관점을 지키며, 항상 지금 전달하는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사는 뮤지션이다 .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닌 지구력을 토해낸다. 남에게 별로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소망안에서 크고 뜨겁게 자신의 잔해를 폭발시켜버린다.

기타 하나로 꾸려왔던 음악의 형태를 벗어나 밴드셋으로 음악을 채우는 것은 그저 형식적인 변화일 뿐이고 그보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안에서 터지는 힘의 정체를 훝어내리는데 에너지를 쓴다. 이런 약간의 변화를 통해 투박함 또한 표현의 일부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지금 빠져있다고 고백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나노 단위로 쪼개며 규명하는 시대지만, 분화되지 않는 투박함이 신기하게도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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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게으름이 시작되는게 아니다. 나는 무엇을 모르는 척할지, 두 눈 부릅 뜨고 조금 더 아는 척해야 할지를 망설이는 2021년이 밝았다. 사사로운 감정은 밀어두고, 모두 모르고 싶은 그것이 뭔가를 찾는 한해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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