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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틱... 붐!》 : 리듬감, 열정, 그리고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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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필자註.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Andrew Garfield가 영화 《틱, 틱... 붐!》(2021) 으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무문 남우주연상 부문에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작성했던 당시 글을 주섬주섬 들고 왔어요.)

멍청한 관점에서 작품에 대한 감상을 시작하면, 'Andrew Garfield와 한때 연인이었던 Emma Stone이 극에서 노래와 연기를 같이 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얼토당토않은 설정을 상상하는 일이다. Andrew Garfield가 본작에서 보여준 노래와 천연한 연기같은 재능이 《라라랜드》(2016)의 주연이었던 Emma Stone과 한 화면에서 이뤘을 조합을 상상하는 거지. 바보 같은 생각을 접으면 극이 보인다. 

고속도로를 통제한 블럭버스터의 규모를 과시했던 《라라랜드》의 뮤지컬을 떠올리면, 《틱, 틱... 붐!》의 뮤지컬은 그저 소박한 규모를 떠올리기 쉬울지도. 하지만 “난 이제 30대야”라는 선언을 시작으로 나 역시 친구처럼 BMW 뽑고 먹고사는 문제없이 살길 바라는 작품 대목대목의 삶의 풍경은 그저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라면 공감할, 모니터 너머의 첫 줄 이후의 첫 엔터가 주는 어려움은 이런 삶의 고민을 대변한다. 내가 쓰는 곡은 먹힐려나 내가 창작한 서사를 투자자와 평론가는 알아먹기나 할까 하는 걱정의 부분 부분은 결코 남의 일로만 비치지 않는다.

나 같은 이에게 뮤지컬은 학전의 《지하철 1호선》(1994 초연), 《이(爾)》(2006 초연) 정도만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라 지식과 정보는 약하다. 그러니, 《렌트》(2000 한국 초연)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니, 이 작품으로 극작가 Jonathan Larson의 명성과 삶의 마무리를 알게 되었다. 《틱, 틱... 붐!》은 작가 자신의 예기치 못한 불행과 창작을 위한 고군분투를 역시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빌어 전기의 외형으로 만든 작품이다. 《라라랜드》 역시 삶의 조건과 연애의 이상이 현실 앞에서 충돌하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라고 다를 게 없다. 서로를 붙잡아주길 내심 바라는 내 안의 이기심, 우리 삶의 드라마의 한 챕터를 접어야 하는 어려운 결심. 자연히 러브 테마가 끼어들고 서사의 설득을 만든다.

물론 《틱, 틱... 붐!》의 주된 이야기는 Jonathan Larson 본인의 여러 서사다. LGBT 친구들을 HIV 등으로 인해 먼저 떠나 보내야하는 생존자로서의 쓰라린 고백, 야심 차게 만든 자신만의 비전을 총화한 범 SF 뮤지컬이 시장과 평단에서 온당한 평가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위기감 등이 예상치 못할 앞날의 불안과 예고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한편 이 이야기의 비극적 결과를 알고서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안을 전제로 하더러도 극의 곡과 리듬의 쾌감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틱-틱-붐-'으로 반복되는 리듬감은 물론, 심지어 간혹 힙합까지도 삽입된 여러 라이브러리는 한 번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문해서 사운드트랙의 여부를 확인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작품은 Jonathan Larson의 추모와 헌사를 위해 만들어졌다. 극작가 본인조차도 미처 생전에 확인하지 못했던, 뮤지컬 《렌트》의 흥행과 파급은 그런 면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눈시울을 만든다. 엔딩 크레딧과 남은 영상 소스 등은 극이 끝나도 식히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나조차도 모르는 이 땅 안과 바깥의 청춘들의 열의와 재능에 대한 리스펙트 같은 정체모를 감정을 품게 만드는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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