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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별이 떠나갈 때 #08] David Bowie : 겉모습과 진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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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죽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숙명이다. 하지만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지구에 살아있어 주었으면 하는 존재들. David Bowie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부고 소식이 들리자마자 갑자기 ‘시대의 아이콘’이니,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니 하는 있으나 마나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추모도 없었다. 사람들이 영혼없이 이야기하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객관적인 평가와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추모의 물결


Bowie는 타고난 미남이라는 선천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을 다듬어 세상에 내보였다.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지닌 화려함보다 뮤지션이자 엔터테이너로 생존해야 했던 그의 삶이 아마도 꽤나 피곤했을지 모르겠다는 짐작 때문이다. 겉으로 화려함을 표현하는 작업은 드물게 세계관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창피함과 실패라는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대중이 열광하는 퍼포먼스가 끝나면, 스타의 삶이 아닌 인간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Bowie는 ‘스타’라는 자신의 지위와 일상에서 드러나는 본연의 삶을 일치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실행하려는 그의 노력은 꾸준한 앨범 작업 그리고 주연을 맡았던 영화들 속에서 반짝거리며 빛났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Bowie의 이미지 중에 나는 그를 퀴어(queer)의 입장을 대변하는 뮤지션으로 한동안 오해했다. 양성애나 여장남자는 그가 자주 선보였던 문화적 코드였고, 글램록이 표방하고 있었던 중립적인 남성의 이미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1972) 로 인해 얻어진 유행이자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면서 팔 것인가 하는 문제는 Bowie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였을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뒤였음에도,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딱 부러지는 남성의 이미지라는 것에  맞추는 일이라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기품있는 미남 아티스트


거칠고 무거운 남성의 이미지가 일반적이었던 곳에서 그의 모습은 밋밋하고 답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 균열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불명확하고 두려운, 하지만 남자인 그의 모습이 권태로우면서도 신비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타고난 전천후 아티스트나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라는 표현은 그를 진짜로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상업 아티스트로서 스스로 솔직하면서도 자신이 품위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뭐든 하려고 애썼던 예술노동자라고 하는 것이 그의 인생을 통틀어 생각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글램록의 과장된 모습은 정작 Bowie가 추구하고 싶었던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자신이 맞춰 놓은 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진실을 알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 이후의 작품도 현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가운데, 그는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현실과의 괴리와 끊임없이 싸웠다. 아픔과 투병의 순간까지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세계를 묵묵히 그려내고 떠난 Bowie에게 정말 이별의 말은 쓰고 싶지 않다. 대신 영원한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록을 받아들이는 시야도 문화를 입히고 색을 칠하는 반경도 좁아졌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순간에도 그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 그래서 안녕이라는 말도 뒤로 미루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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