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휴일(피아노/신시사이저), 명준(기타)로 구성된 일렉트로닉팝 밴드 우거다일트레이스의 데뷔 싱글. 이 곡 하나만으로 이 밴드의 지향을 파악한다는 건 무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이 ‘1980년대식 사운드’에 맞춰져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1980년대 팝 라디오에서 울려퍼졌던 알앤비풍의 슬로우 그루브를 탑재한 팝송들의 향기가 강하며, 한편으로는 미국 AOR이나 일본 시티팝이 보여준 사운드 편곡의 특징들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 속에서도 언급되는 Michael Jackson과 Marvin Gaye (여기서의 이 이름은 「Sexual Healing」(1983) 시대의 그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도 그래서 활용되었다고 본다. 가볍게 튀어오르는 신스 건반음과 함께 텍사스 출신 싱어송라이터 Dvckii가 가세한 블루아이드소울 보컬의 매력도 이 곡을 빛내는 요인 중 하나다. 해당 시대가 지난지 이미 30년이 넘었음에도 왜 1980년대의 사운드가 대중의 귀를 자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곡이다. ★★★☆

[이아림] 낯선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팀명이지만,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달가울 이름일 것이다. 술의 이름에서 각 단어를 차용한 팀답게 이들의 싱글 「Vibe 2 You」는 위스키의 묵직한 향과 바디감을 닮아있다. 이들의 음악을 2023년의 기준으로 보자면 과거의 모타운 사운드를 닮은 곡으로, 옛 느낌이 강하지만 이를 단순하게 답습하진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운 음악이다. ‘Michael Jackson’, ‘Marvin Gaye’ 등 모타운 레코드 소속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음을 명시한 가사를 통해 사운드의 유사한 면모는 자연스레 이해되고, 디스코풍의 흥겨움과 소울풀한 보컬은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의 데뷔 싱글은 톡 쏘는 일렉기타가 군데군데 치고 빠지며 FX가 흥겨움을 더하고, 우직하게 보컬과 비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베이스로 쫀쫀한 맛을 살린다. 그동안 밴드 블루룸(Blue Room)과 애쉬록(AshRock)의 멤버로 활동하던 우거다일트레이스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러한 특징이 그리 어색하지 않지만, 알앤비/소울 장르 초기의 정통성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연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vckii의 과함 없이 담백한 발음과 소울풀한 보컬로 충만하게 형성한 그루브가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원단 알앤비의 매력을 표현했다는 것이 이 음악의 재미있는 지점이다. 보컬이 없는 팀의 구성이다 보니 향후의 음악이 지금과는 또 다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겠으나, ‘깊고 어둡고 신비로운’ 자신들만의 음악적 명소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대로 이들만의 특색있는 음악을 좀 더 기대해본다. ★★★☆

[조일동] 신시사이저와 드럼 톤에서부터 1980년대로 정확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가사는 Michael Jackson만 쫓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Marvin Gaye, Frank Sinatra까지 언급하며 재즈에서 모타운 알앤비를 기반으로 세계 팝을 접수한 이들을 자신의 음악 안에 호기롭게 호명한다. 살짝살짝 치고 들어오는 맛깔난 기타의 리듬 커팅과 효과음은 그럼에도 확실히 1980년대를 호출한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듀오와 만난다. ★★★

[차유정] 이제는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시티팝의 느낌이 아닌, 80년대 중반을 잠시나마 진하게 수놓았던 리듬앤블루스 그루브가 가득찬 팝의 향기가 넘실거린다. 완만하지만 적당한 느낌을 주는, 신나게 즐길 수 있지만 마냥 가볍지 않은 그 때의 사운드에 기대는데, 추억을 자극한다기보다는 다른 측면의 노련미로 다가온다.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서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