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1-3] 봉제인간 「12가지 말들」

봉제인간 『12가지 말들』
81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0
Volume 1
장르
레이블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노이즈가 약간 뜨는 사이에 즉흥적인 뉘앙스의 필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드러밍과 활개치는 리듬 기타가 묵직한 베이스와 더불어 청자들에게 가볍게 잽을 날린다. 에너지를 재치 넘치게 가져가는 곡의 전반부가 점점 점층하면서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그러나 이 곡에 가장 압권인 부분은 후반부에 있다. 어느 순간 타격감이 있는 드럼이나 이펙터을 싹 걷어내고 (자신들이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듯) 시치미를 뗀 채로 팝 터치가 두드러지는 사운드를 선보인다. 또한 순간적으로 해요체의 가사로 바뀌며 서정적인 면모를 한껏 어필한다. 그러나 완전히 스러지듯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듯, 끝에 이르러 처음과 비슷한 사운드를 내뿜으며 확실하게 끝맺는다. 물론 세 명의 멤버가 원테이크로 녹음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거친 사운드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 곡에는 더욱 큰 장점으로 발휘한다. 도리어 거기서 비롯된 ‘자연스러움’이 이 복잡다단한 구성의 작위성을 덜어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개러지록의)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좋은 곡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올 한 해 들었던 밴드 연주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연주가 이 트랙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

 

[김성환] 술탄오브더디스코와 파라솔의 지윤해(보컬/베이스),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였던 전일준(드럼), 혁오 밴드의 임현재(기타)가 결성한 밴드 봉제인간의 첫 정규앨범 『12가지 말들』의 타이틀곡.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유분방’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의 록밴드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잡을 때는 (설사 여러 장르를 섞더라도) 어떤 기조가 되는 서브장르적 사운드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음악에는 그런 경계선이 애초에 없다. 한 곡 안에서도 포크 록부터 훵키록, 하드록, 개러지, 사이키델릭을 얼마든지 뒤섞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빈티지한 악기 사운드의 구축은 신중현 시대의 한국록-가요의 (레코딩의 한계로 어쩔 수 없었던) ‘여백의 미’를 2020년대로 끌어온다. 이 곡 역시 원초적 하드록 기타 리프와 베이스-드럼의 훵키한 그루브를 함께 풀어내는 전반부에, 한국 사이키델릭 가요의 분위기와 개러지 록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후렴부가 바로 이어진다. 그러나 중반에 와서는 이펙터를 꺼버린 기타의 여백 많은 솔로 연주와 미니멀한 리듬, 그리고 John Lennon이나 최성원을 연상하게 하는 포크록적인 흐름으로 180도 전환된다. 록 음악이 과거만큼 인기가 없는 이유가 ‘나올 것이 다 나와서’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뒤통수 한 방을 때려줄 만큼 재기 넘치는 자유분방함으로 가득한 올해 록 씬의 주목할 만한 싱글이다. ★★★★

 

[유성은] 탄탄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한 경쾌한 로큰롤이 진행되나 싶다가, 포크로 어느새 자연스레 변환되는 이 곡은 날것의 록에서 비롯된 경쾌함에 더해 세 멤버의 아찔한 아이디어가 흥건하다. 파라솔과 실리카겔이 함께했던 대서사시 「Space Angel」(2017)의 뉘앙스가 떠오른다. 갑자기 ‘대화를 하는척하다 조용히 죽여버리라’는 결론에선 함부로 태어나지도 말라던 언니네이발관의 「인생은 금물」(2008) 같은 곡의 세기말적 인식과 일통하는 측면이 있다. 앨범 수록곡들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깨비 같은 구성의 곡들로 가득하다. 독창적인 구성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코드 전개, 서술은 짧고 인상은 강렬한 힙한 가사도 잊지 않는다. 왕성한 창작욕과 장르들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연주의 높은 완성도를 더해 의식의 흐름 그 자체를 대중적인 스타일의 록으로 무리 없이 만들어낸 괴물같은 밴드가 등장했다. ★★★★☆

 

[조일동] Led Zeppeline을 연상시키는 드럼 연주가 시원시원하게 귀를 치고 들어온다. 직선적인 기타 리프는 드럼의 화끈함 사이로 살짝 비꼬는 매력을 통해 System Of A Down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레시브록의 성향을 훅 물고 들어온다. 처음엔 기타를 따르다가 기타와 드럼을 이끄는 베이스 연주의 여유로운 그루브까지 어느 순간도 귀를 뗄 수 없는 매력이 한가득이다. 연주와 곡 쓰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멤버들의 성향까지 이렇게 집중력 가득한 트랙으로 빼곡한 앨범과 만나다니, 그저 반가울 뿐이다. 2023년을 규정하는 음반이 될 것을 확신하게 만드는 음반 속 노래들이 모두 펄떡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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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12가지 말들
    봉제인간
    봉제인간
    봉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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