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크럭스의 보컬리스트인 세바스찬서가 기타리스트로 리드하는 밴드, 그랑쏘울센트럴의 데뷔 앨범 『Pray For Rain』(2023)의 타이틀곡. 밴드는 일찍이 2012년부터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현재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 앨범의 녹음에 참여한 멤버는 세바스찬 외에 큐(보컬), 유위곤(베이스), Zach Bardon(드럼)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는 ‘정통 아메리칸 하드록’에 다른 록 장르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블루스록, 서던록적인 감성부터 80년대 말의 Faith No More나 Red Hot Chili Peppers가 연상되는 훵키-랩메탈, 글램메탈 밴드 타입의 어쿠스틱 발라드, 프로그레시브 메탈까지 곡마다 다채로운 요소들이 섞여있다. 앨범에 스며든 이런 다양한 요소가 한 곡에 모두 집약된 곡이 바로 타이틀곡 「Innocent Until Proven」이다. 초반부터 강력한 임팩트와 그루브를 동시에 선사하는 메탈릭 기타 리프 워크는 이 곡의 흥을 돋우는 기초를 깔아준다. 한편, 살짝 퇴폐미를 겸비한 보컬이 안겨주는 매우 미국적인 감성은 밴드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청자에게 이 곳이 훅 파트임을 각인시키는 후렴 파트의 매력은 이 밴드가 과연 대한민국 밴드가 맞는지 모를 만큼 강한 미국적 색채를 뿜어낸다. 한 마디로 ‘Guns N’ Roses와 The Black Crowes를 버무린 후 Extreme이라는 소스를 끼얹은 사운드’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요새 하드록/메탈을 계승한 한국 밴드들 속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자신들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한 사운드라 앞으로도 이 팀의 음악에 계속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열심히] 구수하면서도 끈적한 질감으로 주고 받는 기타와 보컬의 대비에서 손맛과 합주의 현장감이 강하게 와닿는 곡입니다. 블루스의 터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굳이 빡세게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하드락적인 여유가 가미된 연주가 주는 마초적 활기가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곡을 채웁니다. 전반적으로 핵심 리프와 솔로를 통해 완급조절을 리드하는 기타의 존재감이 많이 두드러지는 것이 장점인 듯 하면서도, 이로 인해 곡의 사운드적 질감은 살짝 단조롭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연주와 레코딩, 마무리까지 러프한 채로 내어두는 선에서 마무리한 점을 보면, 이를 어느 정도는 의도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

[조일동] 분명 시작은 밴드의 흐름을 끌고 가는 기타 리듬커팅의 쫄깃한 그루브가 베이스와 드럼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볍지만 정확하게 찔러넣는 드럼과 베이스가 만든 맛깔난 리듬의 향연에 기타가 얹혀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만큼 영리하게 밴드 사운드를 이끄는 기타의 센스가 빛나는 아메리칸 하드록 스타일이 청자의 귀를 호강시킨다. 칼칼하게 연주와 연주 사이를 찔러넣는 보컬리스트의 역량 또한 놀랍다. 기타 솔로 후반에 Slash를 연상시키는 톤으로 무장한 연주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Rich Robinson (The Black Crowes) 연주처럼 좀 더 건조하고 투박한 톤으로 밀어 붙였다면 또 다른 재미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런 장치와 톤의 기타 연주가 더해지면서 마지막에 목소리를 쫙 찢는 고음이 자연스럽게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사실이다. 한국 록음악 씬에서 흔치 않은 시도일 뿐 아니라, 그 결과물의 높은 완성도까지 빼어난, 무심한 듯 쫀쫀한 하드록의 참맛과 마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