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실 곡의 만듦새 자체는 평이합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사랑받는 발라드라는 특수한 장르가 지닌, 조금은 90년대 스러운 청승과 신파를 충실히 담고 있죠. 여기에 한껏 표현의 진폭이 깊어진 보컬이 후렴구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차분히 잘 들리는 가사들로 쌓아온 이야기들로 정공을 꾀하는 류의 곡입니다. 못된 사람의 컨셉으로 사실은 지나간 사랑을 고백하는 구성 또한 전형적이지만, 이런저런 요새 바이럴 식 이별노래의 클리셰는 건들지 않기에 오히려 탄탄한 서사로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피상적인 취향에 근거한 리메이크의 범람이나, 그마저도 못 따라잡는 배경음악식 곡들로 점철된 요새의 발라드 신에서 조금 더 이점을 볼 만한, 기본에 충실한 그런 곡입니다. ★★★☆

[이아림] 《슈퍼스타 K5》(2013)부터 OST작업과 MSG워너비 활동까지. 꾸준히 음원을 발매해왔음에도 어쩐지 오랜만이란 생각이 든다. 「B에게 쓰는 편지」(2022) 이후 반년 가량의 공백기지만 박재정이 지금껏 발표한 음악들의 간격을 보면 드물게 긴 공백기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와 더불어 첫 정규 음반인 만큼 아티스트의 열정과 노력이 느껴져 더욱 반가운 복귀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시퀀스가 풍성하지만 보컬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볼륨의 대비가 소박한 인상을 남겨 흥미롭다. 이러한 장점을 타이틀 「헤어지자 말해요」가 잘 보여주는데,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곡은 그의 말대로 비열하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현실적인 욕망을 담아 감정의 공명을 일으킨다. 고음을 비틀어 넘기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김동률을 비롯한 기존의 몇몇 발라드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섬세하게 다독이는 보컬의 힘은 분명 매력적이며 뛰어난 음색 탓에 못난 이야기마저 로맨틱하게 만든다는것이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다. 이외에도 일기 속 내밀한 우울을 엿보는 듯한 곡들로 발라드 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은 음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