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여성 구성원들이 주력이 된 밴드이니 라이엇 걸(riot grrrl) 펑크, 정통 메탈의 기조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헤어메탈 진영의 향수를 자극하는 팝의 기운이 두드려질까. 이 곡은 아둔한 짐작을 가볍게 건너뛴다. 정유미의 고음 보컬이 주도하는 곡 안엔 바늘조차 용납하지 않는 촘촘한 왕명호의 드러밍이 두드러진다. 아닌게 아니라 데스메탈 밴드 포멀애퍼시는 물론, 세션 등 다방면의 활동을 했던 왕명호의 경력이 여기저기에 스며서 들린다. 아르페지오가 넘실대는 테크니컬한 메탈의 무드와 공격성까지 고루 함유된 음악을 들고 밴드명을 처음에 보고 블랙 메탈의 일군일까 상상했던 착각은 이제 지우고, 발 구르기를 하며 감상을 다시 해본다. ★★★★

[조일동] Dio, Stratovarius, Show-Ya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헤비메탈이다. 김경호밴드에서 포멀애퍼시에 이르는 다양한 성격의 하드록/메탈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명호가 드럼 세션으로 참여했는데, 리프를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 밴드 사운드를 견인하며 전면에 적극 등장한다. 키보드가 멜로디의 중심을 끌어가는 순간에도 드럼의 확고한 연주가 밴드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렇게 형성된 팽팽한 연주 덕분에 보컬의 퍼포먼스가 더 극적으로 폭발한다. 보컬의 적절한 오버더빙을 통해 파워를 보강한 대목은 감상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음악 스타일 상으로는 날카로운 키보드와 기타의 솔로 배틀이 예상되나 오히려 곡 전체의 짜임새와 흐름에 방점을 둔 편곡이다. 인트로를 포함하면 7분여 동안 솔로 연주 없이도 지루하지 않다는 건 구성미와 균형감을 가진 밴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녹음은 곡쓰기부터 사운드와 연주에 이르기까지 라이브와는 다른 섬세함을 요하고, 이 과정에서 밴드는 성장한다. 지난 2년 여 눈에 띄는 공연 활동을 이어온 밴드 무덤의 정규앨범을 기대한다. ★★★☆

[차유정] 바닥에서부터 끌어오르는 애잔함 역시 메탈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애잔하고 서사적인 구성이 마음을 파고든다.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늘어지지 않고 시원한 뒷맛을 남기는 웅장함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오랜만에 스케일에서나 보컬에서나 시의적절한 곡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