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경험’과 ‘성숙’이란 새로운 동력으로 전하는 위로와 자축의 노래들

카라 (Kara) 『Move Again』
74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11
Volume SP
장르
레이블 알비더블유
유통사 드림어스
공식사이트 [Click]
대한민국 2세대 K-Pop 걸그룹들 가운데 카라만큼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여준 팀은 그리 흔치 않았다. 일단 데뷔작의 실패와 1기 메인 보컬의 빠른 탈퇴는 방송가 예능에서의 멤버들의 생존 노력과 멤버 보강을 통한 이미지 전환으로 첫 고비를 넘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후 중소기업형 K-Pop 아이돌의 홍보와 생존법의 표본을 제시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일단 카라는 국내에서 원더걸스, 소녀시대와 함께 2세대 K-Pop 걸그룹의 3대 선봉장 자리에 차근차근 올라갔다. 이후, 그리고 「미스터」(2009)라는 메가 히트 싱글로 대표되는 좋은 작곡팀(스윗튠)과 안무팀(야마앤핫칙스)와의 결합 시너지가 폭발하며 한국을 넘어 일본과 아시아에서 K-Pop 인기 전파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의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한창 분주하게 대한해협을 오갈 무렵, 회사와 일부 멤버들과의 계약분쟁이란 두 번째 고비를 맞이했다. 다행히 몇 개월 만에 문제는 긍정적으로 마무리 되었음에도 그들 역시 ‘7년 표준계약서 후 재계약 문제’라는 세 번째 고비는 쉽게 넘지 못한 채 니콜과 강지영을 떠나 보냈다. 빈 자리를 《카라프로젝트》(2014) 라는 DSP연습생 오디션 쇼로 허영지를 선발해 2년의 활동을 더 지속했지만, 2016년부터 영지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DSP의 밖에서 개인 커리어에 집중하며 카라의 역사는 멈춰버렸다. 멤버들은 ‘해체’란 단어를 절대 쓰지 않았지만 복잡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들의 활동을 허락하기 어려웠고, 게다가 2019년 11월 구하라가 하늘의 별이 되며 멤버들과 팬들에게 모두 큰 슬픔을 안겼다. 멤버가 몇 명으로 구성되든, 팬들이 기억하던 '완전한' 과거의 카라의 모습은 사실상 볼 수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결성 15주년을 기념하며, 구하라의 3주기(11월 24일)를 추모할 시점에 카라는 남아있는 모든 2,3기 멤버 5명이 모이는 방식으로 컴백을 실천에 옮겼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는데, 무엇보다 1집을 제외한 카라의 모든 역사를 총괄하는 라인업이라는 상징성으로 팬들의 단결을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철저히 보컬 그룹 그 자체를 평가하는 관점으로 보자면, 최전성기에 보여준 음악과 안무의 재현에서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구하라의 보컬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기념 싱글 1곡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4곡의 신곡을 담은 정식 EP와 함께 돌아왔다. 음악적으로 카라가 ‘현재에도 활동 가능한 그룹’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록 10곡을 수록한 소녀시대의 『Forever 1』(2022) 보다 적은 사이즈이긴 하다. 하지만 카라가 이번 EP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방향성은 잠시 대중의 눈 밖에서 활동하던 사이에 멤버들이 얻은 음악적 경험과 성숙을 ‘자신들의 능력’으로 직접 노래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방송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수록곡 선택과 안무의 최종 방향 결정까지 멤버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강조했다. 이미 201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배우 활동과 별개로 JY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과 투어도 했었던 강지영은 앨범의 작사, 작곡에 깊게 관여했다. 역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솔로 커리어를 보여준 니콜 역시 랩과 가사 작사에 적극 개입했다. 그녀는 지난 여름 발표했던 싱글 「U.Fo」(2022)를 통해 현재의 K-Pop 씬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 트렌디함을 유지한 바 있다. 결국 7년 이상의 긴 그룹의 활동 중단 속에서도 계속 K-Pop과 J-Pop 씬에서 활동한 경험이 결국 그룹으로 돌아와 음악적 기여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은 셈이다.

한편, 두 사람에 비해 국내에서 뮤지컬이나 드라마, 영화 등 연기 활동 쪽에 더 방점을 두며 활동한 박규리와 한승연도 해당 분야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여전히 자신들의 가창력 관리에 철저함을 최근 출연한 카라의 딩고뮤직 ‘킬링 보이스’ 컨텐츠를 통해 보여준 바 있다. 마지막으로 K-Pop 가수를 지속하고 싶었어도 소속사의 여러 여건 문제로 다른 분야 활동에 만족해야 했던 허영지는 오랜만에 본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2기 라인업이 중심이 된 상태에서 그녀의 가세는 그룹 보컬의 중저음을 보다 안정되게 구축하는 결과를 낳아 다른 4명이 각각 오랜 커리어의 축적으로 향상시킨 성숙해진 가창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허영지를 아직도 ‘코미디 빅리그’의 진행자로만 기억하는 분들은 유튜브에 떠돌고 있는 2018년 그녀의 브라질 한류 공연 행사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맘마미아」(2014)를 혼자서 라이브로 완창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클릭] )

흥미롭게도 수록곡들은 장르적으로 모두 상이한 지향점을 들려준다.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에 니콜과 지영이 참여한 타이틀곡 「When I Move」는 1990년대 말 서구식 댄스 팝과 록 비트의 일렉트릭 기타-신스 베이스가 주는 그루브의 결합을 들려주는 곡이다. 그리고 니콜에게 「YOU.F.O」(2022)를 제공했던 스티븐리와 그의 작곡팀이 니콜과 함께 만든 「Shout It Out」은 클럽 지향적인 딥하우스/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흥을 돋운다. 한편, 오랜만에 모노트리와의 작업하며 모든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한 「Happy Hour」는 깔끔한 팝/록 사운드이고, 강지영이 작사에 관여한 「Oxygen」은 보컬 하모니가 강조된 어쿠스틱 팝 발라드다. 사실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제대로 챙겨들어왔던 리스너라면 이런 장르들은 그간 카라의 역사 속에 한번쯤은 존재했던 사운드임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7년 반이라는 긴 공백 속에서 다시 신곡을 만난 대중이 여전히 '카라다운’ 느낌을 준다고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번 음반을 통해 들려오는 보컬의 질감은 과거에 비해 유연하고 성숙한 느낌을 전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기존 톤을 지키면서도 원숙해진 멤버들의 가창력 향상과 스윗튠 때와는 또 다른, 개별 보컬의 매력을 더 강조하는 RBW식 편곡/프류듀싱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멤버들의 가창이 각각 돋보이면서도, 초창기부터 일관성있게 유지한 ‘다섯 명의 보컬 음색의 조화’가 전하는 ‘달콤한 멜로디’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잘 지켜냈다. 

무엇보다 이번 음반을 들으면서 카라를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 팬들이나, 지난 10년간의 서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부분은 ‘노랫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현세와 현세 밖의) 팀 동료에게, 그들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이 음반에 담긴 메시지로 위안을 주고 함께 현재의 재회의 순간을 즐길 것을 부탁한다. 「Happy Hour」에선 방송에서 한승연이 언급했던 가사 “날 또 하루를 견디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카라는 팬들 앞에 돌아왔으며, “이 시간이 지나도 우린 영원히 함께 할거야”라고 희망을 던진다. 가사의 메시지는 어떤 면에서 대히트곡 「Step」(2011)의 속편 같은 인상을 주는 「When I Move」에선 브릿지 부분 니콜의 랩을 통해 모든 동료들과 팬들과 이 컴백을 자축한다.(“왔어 우리에게 너무 좋은 날이/ Move Your Body/ 들려 내 말이/ 네가 원했던 이 순간이") 한편, 강지영은 긴 헤어짐의 시간 속에서 깨달은 팀 동료 사이의, 팀과 팬들간의 관계의 소중함을 「Oxygen」의 가사로 애절하게 풀어놓는다.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이제/ 내가 한 걸음 먼저 가 네 손 잡을게/ 조금은 기대 숨 쉬어도 돼 내게 그랬듯이/ 너의 아픔도 안아줄게/ 숨을 쉬어봐 가득찬 숨들이/ 우리를 휘감아 가슴 속 깊게 퍼져가/ 네가 없는 난 하루도 살수가 없는데/ Baby, I Need Your Breath 필요해")

2021~22년 아이즈원 멤버들의 핵분열 이후 이루어진 4세대 K-POP 신인 걸그룹들의 화려한 등장 속에서, 흥미롭게도 2세대 걸그룹들의 컴백 이벤트가 여러 번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소녀시대와 카라의 긴 공백 이후의 컴백 음반들은 2세대의 대표 그룹들이 현 시대의 유행에도 뒤쳐지지 않으면서 신곡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카라에게 있어 『Move Again』은 자신들이 그룹의 과거의 유산에 부끄럽지 않은 현재를 걸어갈 음악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과거의 장점을 유지하며 친숙함을 지켜가지만 현재 시점에 갖춰야 할 성숙미도 놓치지 않아 긴 공백의 시간의 간극을 적절히 메운다. 이 재결합이 앞으로 얼만큼의 실질적 지속성을 보일지는 현재로선 멤버들 조차 미래를 예상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팀들이 가지 못했던 길을 향해 다시 첫 발걸음을 디뎠기에, 그저 현재로서는 이후 수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방향을 향해 나아가길 기대할 뿐이다. 

 
 

Credit

[Musician]
Guitar 영, 최진원, 곽무호
Bass 홀린, 김수빈
Drum 홀린, 김수빈
Piano 홀린, 김수빈
Keyboard Joe Lawrence
Additional Programming Joe Lawrence, 스티븐리
Chorus 권애진, 김보아, Laurell Barker, 김나연

[Staff]
Executive Producer RBW Inc. (김진우, 김도훈)
Supervisor 김정훈, 김국진, 신수진@RBW
Music Produced and Director 황성진@RBW, 카라(박규리, 한승연, 니콜, 강지영, 허영지)
Recorded by 유상호, 조은주, 강로이@RBW Studio, 이주형@MonoTree Studio
Edited by 강로이@RBW Studio, 김수빈, 안지수@AIMING
Mixed by 유상호@RBW Studio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Mastering
Vocal Director 김보아

Project Director 장진희@RBW
Project Planning & Marketing 장진희, 김지현, 김주연, 조현지@RBW
A&R 황성진, 박지영, 이혜진, 유상호, 조은주, 정다운, 강로이, 정혜준@RBW
Artist Management
이헌민, 안성희, 전수진, 류승우, 전세영, 최재원, 이우현, 이윤석, 위성훈, 김정훈@RBW
이해종, 조재만, 김찬중, 이예성, 이승렬@DSP
Fan Marketing 고예슬, 최인아, 안권희, 홍인해 @RBW
Public Relations 정원정@콘텐츠엑스
Visual Support 한영진@RBW
Artwork Concept Planning 권재현, 최예랑, 이한나, 한민정, 조아라, 한동희, 이지현, 함수진@BizEnt
Artwork & Design 최예랑, 한민정@BizEnt
Stylist
한영진, 명선미, 구은영, 오수행, 김규리, 김예진, 이수민, 이정아@RBW
최서윤, 배다은, 최민지, 이정하@baebaestudio
Make-up 이은경, 최고운, 김혜연, 황주영@ALUU
Hair 김소현, 조은성, 안서연, 장유진, 정윤정@ALUU
Photographer 채대한, 손효정, 정세빈
Retoucher 이숙향@hyang.smll , 한승연 @스튜디오 빵승
Music Video Director 홍원기, 서혜미@ZANYBROS
Performance Director 안태성, 진재원, 이선화@Born Black
Choreography
안태성, 진재원, 이선화@Born Black
최희수(Spella)
Kingbear@4O6K
Print ARANA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Happy Hour
    박규리, 한승연, 니콜, 강지영, 허영지, 홀린
    홀린
    홀린
  • 2
    When I Move
    Adrienne Ben Haim, Anton Goransson, Isabella Sjostrand, Brandon
    Adrienne Ben Haim, Anton Goransson, Isabella Sjostrand, Brandon
    Adrienne Ben Haim, Anton Goransson, Isabella Sjostrand, Brandon
  • 3
    Shout It Out
    스티븐리, 디어에스, 영, 니콜
    스티븐리, Laurell Barker, Joe Lawrence
    Joe Lawrence, 스티븐리
  • 4
    Oxygen
    김수빈, 강지영
    김창락, 김수빈
    김수빈, 조세희

Editor

  • About 김성환 ( 20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