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관계는 어떻게 종말이 날까? 안녕의 이 음악에 한해서, 관계는 맺는 순간 이미 깨진다. 나와 너의 관계를 끊임없이 치밀고 올라가는 비트가 그 점을 은유한다. 나와 너의 관계는 시작할 때부터 불안 위에 있고, 그것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라는 점을 안다는 전제로 이 곡은 서두를 뗀다. 그러나 관계가 깨질 때서야 나와 너의 관계는 우리로 사라진다는 점을 이 곡은 역설한다. 그 대목에서 관계를 쪼개는 비트는 사라지고 보컬 또한 음악의 일부분으로 간신히 등장한다. 언어에서 비언어로 넘어가 실종된 뒤로 다시 다른 음악이 나와 ‘이 게임을 끝내자’는 말만 반복해서 끝낸다. 관계를 관계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관계가 소멸되고 다시 새로운 관계가 이뤄지는 과정까지 넓힌 채로 관망한 곡이다. 듣고 난 뒤에도 곱씹어 볼 만한 여운을 지녔는지라, 페이드 아웃 이후의 음악이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충분히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

[열심히] 변칙적으로 순환하는 코드와 분절된 리듬 사이로 그루브를 타는 재지한 보컬에 이르는 조합이 불온한 무드를 시종일관 이어가는 곡입니다. 곡의 진행 과정에서 파편적으로 흩뿌려지며 밀도를 높여가는 전자음과 보컬 애드립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듯 확장하는 전개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공간 연출이 좌우와 음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소스 간의 유기적인 어우러짐은 다소 단조롭게 나열되거나 겹쳐지는 선에서 머무른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