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동동 울리는 선율의 비브라폰의 서두, 여기에 같은 가사를 연신 반복하며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와 연주가 끈끈하다. 불닭볶음면의 나라에서 맵찔이의 일상을 살아가는 내겐 습기 많은 주방에서 눅눅하게 방치된 신라면 스프 가루처럼 맵싸하게 들렸다. 맴맴 우는 고추잠자리의 유영을 닮은, 이 취한 네오소울의 몸짓은 이들이 명명한 K-Funk의 앞길에 알 수 없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조일동] 비브라폰에는 음정이 있지만, 악기의 본질은 타악기다. 비브라폰 장인 중에 재즈 드러머 출신이 다수라는 사실도 비브라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후맵네 3.0」에서 비브라폰은 리듬기타, 베이스, 퍼커션과 함께 리듬을 이끄는 본색을 제대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호루라기가 한 번 화끈하게 터져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기대가 들 정도로 잔잔한 리듬커팅이 모여 만드는 굵직한 그루브가 후끈하니 좋다. F로 시작하는 펑(훵)크를 듣다보면 P로 시작하는 펑크의 태도와 만나는 지점이 생기곤 하는데, 후맵네의 음악도 그런 F의 매운 맛이 제대로다. 이 어찌 흔들지 않을쏘냐. ★★★★

[차유정] 자근자근하게 리듬을 두들기면서 하나씩 기술들을 꺼내 보여주는 방식이 신기하다 70년대 후반을 주름 잡았던 훵크소울과 트로피컬의 리드미컬한 정서가 적당히 섞여있는데 무겁자 않으면서도 야생미와 동물적인 감각을 천진난만하게 펼친다. 솔로연주 파트만 보다 길게 수록한 버전이 나온다면, 좀더 실험적일 수도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