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보도자료로 음반을 듣고 제목만 본다면 이 곡이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Dante Alighieri의 작품 『신곡 (Divina Commedia)』(1320) 에 수록된 지옥·연옥·천국 중 「지옥」 편에 대해 노래하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것이다. 정은혜의 통렬하게 서사를 뱉는 소리와 신경을 건드리며 그어대는 조재형의 첼로는 우리가 곧잘 들어온 창작 판소리의 결과 달리 예민하게 곤두선 세계관을 실감케 한다. ★★★★

[조일동]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퍼커션이 옅은 화선지 같은 배경을 만들면 정은혜의 힘 있는 목소리가, 목소리를 따르며 감정의 고양을 돕는 피아노가 굵은 묵선처럼 거침없이 소리의 획을 그어 나간다. 여기에 첼로가 붓선을 흔들며 굴곡진 농담을 더한다. 정은혜의 목소리는 판소리에 기초하고 있지만 장르의 관습을 가볍게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청자를 몰아가며, 강렬한 흡입력을 지난 목소리를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전통음악의 요소를 적극 차용한 크로스오버의 다양성이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창조성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정중동의 순간이다. ★★★☆

[차유정] 나약하고 비틀린 인간에게 그렇게 살아가는 자유도 타락이라고 언질을 주는 방향이 아니라, 그렇게 살다간 너도 모르는 급작스러운 힘에 이끌려 나빠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구전동화를 읇어주는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고 존재 자체를 불러낸다는 의미에서 감탄할만한 포인트가 있고, 사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 구술로 저 너머의 존재를 불러내는 행위에 집중했다는 것이 더욱 구심점이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