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리듬워크는 90년대 흑인음악에서 주로 듣던 진행을 사용했고, 당시의 음악에 썼던 요소들을 편곡에 집어넣었다. 그 시대 특유의 경박한 멜로디 라인보다는 차분하게 정제된 곡이다. 90년대의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려는, 90년대식 사랑과 90년대생식 사랑이 이중적으로 겹치게 만든 것이 이들의 의도라 짐작 가능하다. 간 적이 없는 시간의 의미를 원한다는 외침 또한 오렌지족이 넘치는 강남과 한데 얽혀 낭만의 시대를 추구하는 뉴트로의 감성에 호소하려고 생각한 모양이다. 딱 여기까지다. ★★☆

[유성은] 제목은 레트로 그 자체인 「90's Love」지만, 정작 이 곡을 국내에서 90년대 유행한 뉴잭스윙이나 힙합 알앤비의 충실한 재현이라기엔 미진하다. 멜로디의 전개와 사용이 특히 그러한데, 얼핏 업타운의 음악이 생각 나긴 하지만, 곡은 어느 정도 충실하게 오프닝부터 몇년전 유행한 Bruno Mars와 Cardi B의 협업작인 「Finesse (Remix)」(2018)의 특징적인 리듬 라인을 따라간다. (뭐, 이 리듬라인은 애초에 드럼머신 TR-808을 사용한 Teddy Riley이나 Bobby Brown의 곡에서 차용 혹은 변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기존 뉴잭스윙이 부드럽고 중독성있는 멜로디에 강점을 보였던것과 달리, 멜로디의 전개는 꽤나 파워풀하면서도 어둡고, 트랩에 가깝게 일렉트로닉한 리듬라인을 구성했다. 묵직한 리듬라인 위에 랩핑은 강렬하게 비트감을 가지고 전개되어 이지리스닝보다는 클럽튠에 어울리는 곡이 되었다. 꽤 짧은 플레이타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고음을 강조한 알앤비 풍의 멜로디 라인이 뜬금없이 삽입된 부분은,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곡의 아이디어를 한곡에 넣어 버무리는 특유의 제작법 탓으로 보인다. 신나는 퍼포먼스와 경쾌한 랩핑이 잘 버무려진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의 컨셉을 노린 곡임에도 변용의 범위와 곡의 통일성에서 어색함이 느껴지다보니, 곡의 전개 순서대로 힙합+알앤비인 곡이 되어버렸다. ★★☆

[이정희] 뉴트로는 이제 유행이나 트렌드라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구현되며 대중문화의 주요 카테고리로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추억팔이에 그치기도 하고, 과거의 음악을 현재의 사운드로 재가공해 추억을 팔 수도 없는 대중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90’s Love」는 그 사이 어디엔가 위치한다. 기존의 엔씨티가 다양한 유닛을 통해 보여주었던 완성도 높은 무대는 에스엠 특유의 세련된 사운드로 구현한 올드스쿨 힙합음악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신화와 에이치오티를 거쳐 듀스와 김성제, 그리고 New Kids On The Block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음악과 "올드스쿨 vibe" 나 "kids on the block",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오렌지빛 압구정" 같은 가사들은 지나치게 설명을 많이 하는 해설지 같아 음악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

[차유정] '그땐 그랬지'의 감정이 아닌 지금 갑자기 매력을 느끼게된 90년대의 감성을 얘기한다는 측면이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나열하고 있는 것들이나 전체적인 그루브가 90년대를 대표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얕게나마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은 기분과 과거 시절이 나에게 주는 영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