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무작위성에 가까운 전개와 변주 속에서 몽글거리는 앰비언트 사운드와 날카로운 비트의 대비라는 꽤 선명한 인상을 연출하는 곡입니다. 플로어형 댄스음악보다는 다분히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서브 장르들에 대한 풍성한 취향과 성실한 재현을 미덕으로 삼고 있습니다. 촘촘히 쏟아내리며 지속적으로 변주를 주는, 좋은 의미로 폭주하는 듯한 비트의 향연이 곡을 압도하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가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서브 장르를 복잡하게 뒤섞고 깊게 파고드는데, 그 ‘집요함’이라는 에너지 때문에 또 이 다방함이 설득력 있게 응집되어 들려집니다. 매니악하면서도 꽤 쉽게 느껴지는 음악 경험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쉽지 않은 성취를 달성한 곡입니다. ★★★★

[정병욱] 듀오 에어리텍스타일의 일원으로 『Narrativity』(2016)를 선보인 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에스디케이의 솔로 데뷔 EP. 이름 그대로 마치 공기와 같은 촘촘한 사운드 질감 자체를 중시했던 에어리텍스타일 시절과 달리 곡의 선형적인 서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무드 위주의 곡이 더 쉬이 주목을 받는 경향을 생각할 때 나름의 의지와 선호를 반영한 셈. 멜로디를 중시한 곡이든, 독특한 이펙트나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든 모든 싱글이 각각의 특징과 사운드 개성으로 독립성을, 엇비슷한 호흡과 마찬가지의 섬세한 변주로 작업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가운데 「On The Run」은 유난히 빠르고 잘게 쪼갠 정글 비트와 불규칙적인 음량 및 음형 변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스스로 겪은 경험과 감정이 전체 트랙의 통일성이라 솔직하게 언급할 정도로 자의적인 맥락으로 가득 찬 서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치 자연의 그것처럼 거슬림 없이 튀는 파형과 베이스 비트 위 반복되는 디지털 신호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인위적인 존재감을 적절히 감춘 멜로디의 치고 빠지는 조화가 절묘하다. 엎치락뒤치락 선두 혹은 주연을 바꿔가며 내달리는 흥미진진한 단거리 경주처럼 힘있고 가벼운 발걸음이다. ★★★☆

[차유정] '달려간다'라는 행위보다는 '빠르게, 반복적으로 맴돈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일정한 속도감 대신에 빠르게 분열하고 쪼개지는 비트의 서사에 좀더 포커스를 맞춘 듯 하다. 테크닉이 아닌, 어떤 사물과 시간의 상태를 떠올려보게끔 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트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