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은] 마음이 답답한 날 집 근처 송정에 산책을 나가 본다. 그러면, 1년 365일 계절도 날씨도 상관없이 언제나 신나게 바다와 모래밭 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쉽사리 만나볼 수 있다. 이 곡은 이런 사람들의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삼아 마음 속의 갑갑함을 바다 대신 선율 위에 띄웠다. 기억에 강렬히 남는 메인 멜로디 라인을 반복의 묘를 활용해서 전개해 나가는 와중에, 말발굽을 연상시키는 드럼 비트와 쟁글거리는 기타 사운드, 거칠고 투박한 보컬의 표현으로 카우보이의 서핑을 사운드로 형상화 했다. 특히 보컬을 전폭적으로 수식하는 단체 코러스에서 들려오는 날 것의 생동감이 로커빌리의 감성, 부산의 감성을 더욱 자극시킨다. ★★★

[조일동] 에코 걸린 할로우 바디 기타 특유의 울림, 철렁대는 업라이트 베이스, 탐탐과 킥, 스네어로 구성된 드럼세트가 만드는 단촐한 로커빌리 연주가 만드는 레트로 사운드가 듣는 내내 정겹고 힘차다. 이 음악이 미국을 휩쓸던 1950년대 중후반 한국에서 이런 사운드에 몸을 맡긴 이가 몇이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2020년 한국에서 하퍼스가 만든 로커빌리를 낯설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록은 더 이상 신기한 이방의 음악이 아닐뿐더러, 부산 파도를 헤치는 서퍼를 위한 찬가로 이만한 노래가 있을까 싶어 더 그렇다. 서프뮤직 역시 로커빌리 뮤지션이 개척한 슬랩백 에코 효과와 탐탐 연주의 마칭을 극대화한 음악이 어니던가. 동향 밴드인 세이수미보다 한 단계 더 고전적 방법론을 선택한 밴드의 경쾌한 사운드가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