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8] 고찬용 『 After Ten Years Absence』 : 타임캡슐에 넣어 보관한건 아니죠?

고찬용 『After Ten Years Absence』
61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11
천재

나에게 있어서 대중적 인기나 곡의 완성도를 떠나 감각적인 측면에서 90년대의 가요계의 진정한 천재라 불릴 수 있는 뮤지션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① 음악조립의 천재, 사업의 귀재 서태지 ② 단한번도 대중을 쫒아간적이 없는, 진정한 트렌드세터 정석원 ③ 보컬을 예술로 승화시킨 거의 유일한 가수 조규찬 ④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고유한' 영역을 구축한 윤상 ⑤ 진정 못하는 것이 없는 음악아이템 공장장 이한철.............. ⑥ 그리고 고찬용이다. (* 5개가 아니고 왜 6개며 그 여섯개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묻지 마시라. 사실 떠오르는 순서대로 말한 것이므로. 그러므로 왜 누구누구는 아니냐! 라는 항의도 아주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

고찬용이 천재인 이유를 말하기가 두려운데, 그 이유는 고찬용을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음악 매니아라면 낯선사람들이나 고찬용을 모를 리 없지만 실제로 고찬용을 기억하는 대중은 전무하다. 게다가 그 오랜 세월동안 그는 단 한번도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세계를 온전히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 그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음악적으로 분석하기는 굉장히 난감한 노릇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90년대, 혹은 한국가요계를 대표하는 '천재'의 한 사람으로 꼽고 싶은 이유는, 그가 만든 그리고 내놓은 모든 곡들은 굉장히 독창적이고 독보적이며 또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분명 좋은 의미에서 '가요'는 아니다. 그렇지만 '팝'도 아니다. 굳이 나누자면 재즈와 팝, 그리고 락의 크로스오버 그 어느즈음엔가에 위치하는 음악일테지만 형태에서 찾을 수 있는 '족보'는 사실상 없다. 그는 비교적 오픈되지 않은, 어떤 의미에서 베일에 쌓인 뮤지션중 하나인데, 그것이 결국 2006년의 끝자락에 대망의 '첫 솔로작'을 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고, 또 게다가 그 개별 곡의 완성도가 놀랄만큼 단단하며, 모든 앨범의 연주를 혼자 해낸 후 (더구나 그 연주의 수준은 '보통'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게다가 녹음과 믹싱까지 혼자 다 해 낸 이 앨범을 듣고 도대체 이 뮤지션을 평범하다고 느낄만한 사람도 있을까.


시대착오가 아닌 이유

긴 말이 필요가 없다. 그의 첫 솔로작이자 무려 10년만의 음악작업인 이 앨범은 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우 눈물겨운 한장이다. 90년대의 감성, 그것도 '하나음악'의 즐거웠던 한때를 떠올리는 언더그라운드적 감성이 온군데서 몰아치는 이 앨범을 두고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단어는 '시대착오'이다. 80년대에 사실상 사멸한 메탈사운드를 온갖 모던함과 잡변종이 미덕인 2006년에 되살리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미 지난 90년대의 사운드를 무려 10년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앨범의 모든 곡에 걸쳐 발산하고 있는 고찬용의 어프로치는 과연 시대착오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할 말을 찾자면 시대착오라기 보다는 '냉동보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말하자면 90년대의 리바이벌이 아니라 90년대 음악 그 자체이다. 모방이나 차용이 아니라 그 시대의 그 사운드와 감성, 접근방식을 눈물겹게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수긍이 간다. 우선 앨범의 수록곡중 그 어느곡에서도 '대중적 지향'은 느껴지지 않는다. 뜨기 위해 만든 곡이 단 한곡도 없다. (라고 말하면 고찬용의 대중성을 너무 무시하는게 되는것인가? 크...) 「스물셋」이나 「어느 지난 얘기처럼」, 혹은 「새로운 시작」을 대중적이거나 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세 곡 정도가 앨범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낯설지 않은' (물론 90년대 음악의 골수들에게나 해당사항이 있다) 결과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낯설지 않은' 낯설음은 그 진정성에 있어서 자유롭다. 어렵고 난해한 방법론이 2000년대의 대중성의 방편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을 말하자면 나는 이 세 곡들에 매우 강한 매력, 즉 개인적인 친밀함과 친숙함을 느낀다. 시대착오건 아니건 이런 식의 음악은 나에게 여전히 '좋은 음악'으로서 매력적이다. 물론 그것은 90년대 키드에게만 해당하는 일일테지만.


감성

가히 탈한국적이라 말하고 싶은 고찬용만의 작·편곡 방식은 10년전에도 그를 규정짓는 가장 유력한 틀이었다. 사실 이 말처럼 칭찬은 없다. 많은 뮤지션들이 한국적인 감성을 극복하고자 발버둥을 친다. 그들중 상당수는 결국 포기하며, 개중에 몇몇은 그것을 이루었다고 믿기도 하지만 이미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후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구조적으로 한국인이 한국인의 감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런 면에서 고찬용은 매우 독창적인 존재이다. '억지로'라고 말하기에는 그의 멜로디의 전개방식이나 조바꿈, 코드운영은 매우 자연스럽게 낯설다. 「고백」, 「너 머물러있던 순간」과 같은 곡을 들어보자. 전형적인 가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곡들을 들으며 어떤 방향으로 멜로디와 진행이 펼쳐질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여러 번의 반복청취로 이미 그 멜로디가 익숙해진 다음에도 여전히 그 멜로디는 매우 '낯설다' 사실 이것은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감성의 힘이다. 그리고 그 감성은 10년의 세월에서도 결코 녹슬거나 바래지 않았다. 소모되지 않았다는 편이 적절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 감성과 감각, 어프로치는 단연코 90년대의 키드들을 위한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앨범을 손에 쥐고 몇일을 소름을 돋아가며 CDP에서 돌렸는지 모르겠다. 경우는 다르지만 Maxwell의 데뷔 앨범에서 50년대 모타운의 향기를 느끼며 전율을 느꼈던 그때의 감동을 느꼈다. 물론, 역시 90년대의 감성에서 그도, 나도 벗어날 수 없음을 서글프게 인정해야 한다고 비난할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라면 모르겠지만 이 앨범은 그런정도의 비아냥으로 가볍게 치부될만한 음악적 결과물을 담고 있지 않다. 그리고 아주 가라앉아서 영원히 그 형체를 드러내지 않을 지 모를거라고 생각했던 잊혀진 천재 고찬용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자신있게 나의 친구들에게 이 음악을 권할 수 있다. 
 
 

Credit

[Staff]
Excutive Producer : 고찬용
Recorded & Mixed by 고찬용
Chorus : 고찬용, 허은영
Mastered by Tom Brick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www_root/common/includes/ui.review_view_ko.php on line 273

Editor

  • About 김영대 ( 6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