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75-2] 나얼 「기억의 빈자리」

나얼 『기억의 빈자리』
1,32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11
Volume SP
레이블 롱플레이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첫 건반 연주가 들리는 그 순간부터 1980년대 미국식 발라드(David Foster를 연상시키는 당시 메이저 발라드)의 향기(특히 클라이맥스 전 키보드 간주를 주목하라), 그리고 당연히 많은 영향을 받은 1990년대 초반 한국 가요 발라드 편곡의 핵심이 느껴진다. (나를 포함해) 이런 스타일의 사운드를 익숙하게 접하면서 성장한 세대들에게는 처음부터 익숙하고 정겨운, 그러나 고풍과 고급스러움이 겸비된 분위기에 얹어진 나얼의 보증수표같은 '절창'에 무장 해제될 준비가 자동으로 갖춰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을 혹시나 처음 듣는 어린 음악 팬들이라도 이 스타일을 촌스럽다고 느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꽤 빈티지하다'하다 느끼면 모를까. 나얼의 보컬 역시 다시 브라운아이즈 초창기의 심플함으로 돌아간 것이 이 곡에서는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충분히 A부터 Z까지 예상되면서도 당연하게 맘을 열게 되는 '순수한 팝 발라드'의 진수다. ★★★☆

 

[김용민] 보컬리스트로서의 ‘김나박이’(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는 고유명사와 상수의 역할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 고유명사로서는 ‘최고의 보컬’이라는 의미며, 상수로서는 대중적인 평가와 상업적인 성과를 일정 부분 이상 보장한다는 소리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면서 보수적인 뮤지션으로는 솔로로서의 나얼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좀처럼 트렌드와의 타협도, 속도의 변주도 없고 절정부분의 음역대는 거의 비슷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기억의 빈자리」는 그 유별난 고집(?)의 노골화와 결정체에 가까운 자태를 갖추고 있다. 간주에 자리한 키보드 연주가 확실히 가리키고 있듯이, 80년대 레트로 팝발라드의 향기가 확 풍겨 오는 곡이다. 다만 핵심은 단순히 레트로가 아니라, 90년대 이후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 테크니션 보컬과의 결합이다. 과거 곡의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장르 자체의 리마스터를 꾀함으로써, 침체를 겪고 있는 발라드의 미래를 모색하는 묘한 의도도 느껴진다. 때문인지, 브라운아이드 소울과 솔로 작업 통틀어서 나얼의 보컬 색이 가장 엷은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도와는 별개로, 「기억의 빈자리」는 진부한 워딩으로 장식한 장르적 특성 외에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그리 많지 않다. 가사와 나얼 특유의 쓸쓸한 여운, 간절함이 결합해서 시너지를 일으키긴 하지만, 당시의 무심하면서 덤덤한 감성을 뛰어넘는다고 보증은 못한다. 과거엔 할 수 없었던 상상의 조합이라는 것 이상의 의의를 두긴 힘든 곡. ★★☆

 

[정병욱] 「기억의 빈자리」가 차트에서 성공적으로 구가하고 있는 듯한 ‘지난 시기의 낭만’은 현재에 어떻게 포착되는가. 일차적으로는 당연히 방법론을 통해서다. 보도자료에 반복하여 인용된 “1980년대 신스팝 발라드”라는 명칭이 굳이 아니라도, 노래의 오프닝 전주부터 흘러나오는 영롱한 빈티지 건반 사운드에 우리는 「기억의 빈자리」의 지향점을 단번에 파악하게 된다. 이차적으로는 그것이 단지 ‘지난 시기’만이 아닌 오늘날에도 통할 확고한 ‘낭만’이 되기 위한 퍼포머의 역량이나 감성 또한 중요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보컬리스트로서 노래의 완급을 조절하는 나얼의 테크닉이나 후렴에서 폭발하는 화려한 가창력 역시 재차, 재삼 이야기할 필요 없는 물리적인 조건인 것이다. 하지만 부차적인 것 같으면서도 꽤나 중요한 또 하나의 조건은 나얼의 과작(寡作) 및 방송 회피적 성향이다. 영악한 상술에 의한 신비주의가 아닌 정말 진실된(것처럼 보이는) 순수함과 예민함의 결정(結晶)으로 쌓아올려진 가수 나얼의 대외적 이미지와 스토리는, 그것이 긴 시간 한결같이 노출되어 왔음에도 청자가 결코 쉽게 질려하고 지속하여 궁금해 하고 찾아 들을만한 근기가 되어 왔다. 물론 언급한 세 가지를 어느 정도 갖추고도 쉽사리 사라지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악기를 최소화하면서도 사운드텔링을 견고히 쌓아올린 편곡은 분명 멋들어지지만, 사운드의 레트로 지향성은 지나치게 노골적이며 가사의 스토리는 평면적이고 그저 담백하다고만 평하기에 완급은 조금 늘어지기도 한다. 이럼에도 나얼의 이름이 절대 잊히지 않는 것은 공 들인 프로덕션의 뻔한 결과물을 초월하는 나얼의 뻔하지 않는 역량이나 보컬의 개성 덕을 잔뜩 보고 있는 것이 맞다. 힘준 고음에도 거북한 중량감이 없는 청량한 음색과 그럼에도 절대 가볍지 않은 소울 넘치는 발성,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 등을 통해 노래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오직 나얼만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얼이 있기에 혹은 나얼의 노래이기에 가능한 노래이며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먼저였는지 혹은 그 이상(以上)의 이상(理想)이 또 없을지는 고민해볼만한 문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기억의 빈자리
    나얼
    나얼
    강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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