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71-5] 우원재 「Paranoid」

우원재 『불안』
1,24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11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AOMG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자신만의 형국을 만들어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게 우원재가 선택한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플로우를 타는 랩, 일정하게 전개되지 않는 라임, 변칙적으로 전개되는 비트가 곡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든 미로 속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낚시바늘 삼아 청자를 유도한다. 그는 자신만의 형국을 만들기 위해 당위성을 포기한 랩퍼다. 그가 선택한 문제는 자연스러움이나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발언의 문제이고 절박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아닌 절박을, 당위가 아닌 우격다짐을 밀어붙이는 이러한 발언은 결국 힙합의 처음을, 메세지로 길거리에 사방팔방 퍼졌던 처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우원재가 선택한 길은 여타 랩퍼들과는 다른 길을 구축한다. 이런 지점을 먼저 선점했다는 게 우원재에게는 축복이다. 모름지기 음악적인 ‘또라이’의 곡이란 이래야한다. ★★★★

 

[김성환] 《Show Me The Money 6》(2017)를 통해 1, 2등 입상자들을 넘어서 더 대중에게 주목 받으며 신예 스타로 등극한 대학생 랩퍼 우원재가 시즌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싱글. 데뷔 싱글 「시차」(2017)를 통해 자신의 삶의 현실을 공감가게 풀어난 랩 가사가 강한 인상으로 다가와서인지 이번 신곡은 그와는 확 달라진 분위기가 처음에는 약간 낯설었다. 마치 한 곡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 과시의 태도가 도입부 가사처럼 '정신 분열 환자'의 독백으로 구성되는 가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나 테림이 주조한 비트 구성은 매우 심플하면서도 파격적이다. 그 덕분에 그의 메시지가 보다 무게감을 갖고 나름의 진실성도 가진 것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 같다. 앞서 발표한 곡들의 스타일을 기대한 팬들에겐 분명 이질적으로 다가오겠지만, 계속 그 자신의 내면의 혼란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 그의 목표임을 확인하게 해주는 곡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매력을 발견한다. ★★★

 

[김용민] 음악에 프로이트를 등판시키는 것이야 딱히 드문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메이져에 입성한 뮤지션의 제목이라는 점은 눈 여겨 볼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이었다면, 우원재라는 아티스트의 ‘유별남’을 지속시키기엔 매우 부족했을 것이다. 「Paranoid」의 첫 인상은 ’Trap’의 (식상할 것이라는)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다. 그러나 중간 중간 악셀을 힘껏 밟는 한껏 꼬인 리듬과, 정신적인 혐오감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정도로 직관적인 형태를 띄는 점은 「Paranoid」를 어렵지 않게 만드는 요소로서 적절히 작용하고 있다. 비교 대상이 있다면, 버벌진트의 「Ad hoc」(2008)이 그리던 그 지저분함을 떠올려 보자. 지저분한 괴기함과 세련됨의 중간 지점을 적확히 파고들었던 그 날카로움과 여유가 「Paranoid」에서 재현된 모양새다. 다만 흐름의 간극이 꽤나 극심하다. 승강의 느낌은 거의 생략되고, 「Paranoid」의 느낌을 살리려는 흐느적거리는 점멸은 호불호의 영역이다. 애초부터 받아들이고 시작한다면 모를까,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친절하진 않을 것이다. 사실 내심 그것이 우원재의 맛이 되길 바라는 것은 비밀이자 개인적 욕심. ★★★☆

 

[김정원] 《Show Me The Money 6》를 거치며 있어 보였던 우원재의 변화는 여러 가지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작자의 상태가 어떻든 이를 음악이라는 예술 형태로 내보인다는 건 애초부터 일종의 포장과 공정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원재 스스로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소재로 내면의 어두움을 채택했을 뿐이다. 즉, 대중들이 목격한 변화라 불리는 무언가는 그의 전략이 보기 좋게 먹혔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이펙트 중 하나다. 「Paranoid」는 그 현상을 중심으로 극적인 프로덕션 연출을 더한 곡이다. 목소리 톤을 다르게 해 자신을 둘러싼 반응을 열거하는 건 힙합에서 너무나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다. 다만, 우원재는 이같이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을 박자감이 순간적으로 어그러지다 금세 본래대로 되돌아오는 특유의 플로우로 몰입감을 배가함으로써 잊게 한다. 인토네이션을 괴이하게 꺾어 나가거나 같은 음절을 반복하는 등의 수법 아닌 수법도 더해져 하나의 짧은 연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연기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테림의 전위적인 프로덕션이 폭발하고, 잠식되는 타이밍과 호흡하며 유려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가 상업적으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아마 「시차」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농후하나, 그와 별개로 음악적으로는 앞으로 어떨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갖게 하는 곡이다. 여담이지만, 그 둘 중 물음표 하나만 떼어내기 위해서는 음악 그 자체로 컨텍스트를 갖게 될 정도로 《Show Me The Money 6》라는 맥락에서 완연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

 

[박상준] 몇 가지 의미심장한 지점이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기믹을 초장에 깔끔히 부정하고 이미 방송을 통해 선보였던 본인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내세웠다. 한 카테고리에 묶일 법한 힙합 레이블의 이름보다는 360, 영기획, 허니배저 레코드 같은 이름들이 골고루 떠오르기 마련이다. 신경질적으로 내리꽂는 드럼, 실컷 다운된 베이스, 노이즈와 이펙트, 라임 맞출 때마다 연이어 분명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까지. 이 음악의 완성도에 충분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 그루브와 합을, 멋들어진 신인의 꽤 큰 성과라 치켜세우고 싶다. 고작 오디션 스타라기엔 신념이 뚜렷하다. 근사한 싱글이다. 단순 기믹에 몰두하는 저질이 아니라는 것. 그거 하나만 증명해도 좋았을 텐데 그 이상을 해냈다. ★★★☆

 

[유성은] 「시차」의 인기가 많았던 것은 《Show Me The Money 6》를 거치면서 자리잡힌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반대쪽을 컨셉으로한 '의외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어떻게보면 이그니토의 성향마저 떠오르게 만드는 진중하고 사색적이고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우원재의 랩은 인맥 잔치나 피쳐링 파티로 점철될뻔한 프로그램의 몇 안되는 활로였기 때문에, 그레이 특유의 달달한 비트와 소회를 밝히는 듯한 우원재의 경쾌한 랩핑은 대중들의 귀에 신선과 반전 그자체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Paranoid」의 우원재는 제목그대로 편집증적인 망상이 엿보이는 '기존의' 그가 여전히 그대로임을 보여준다. 차라리 「진자」(2017)에서의 모습과 이번 싱글이 겹치는건 그를 서포트하는 프로듀서 테림의 영향력임에 틀림없고, 소음처럼 곡 전체를 채우는 날선 기계음의 비트는 헤이터들에 대한, 혹은 그 자신에게 읊조리는듯 한층 톤을 낮춘 그의 랩핑을 신경질적으로 수식한다.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노출되어 닳고 닳은 플로우의 기시감과 특유의 발성에서 반가움 아닌 식상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뚜렷한 자기 소리를 낼수 있는 랩퍼의 등장은 여전히 고유하고 값진 자산이다. ★★★

 

[차유정] 타격감이 두드러지는 리듬에 가사를 내리 꽂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형화되어 있는 랩핑이 아닌 경우에, 무조건 쏟아붓기만 하는 스타일과는 차별화된 예민함을 드러낸다. 두루뭉슬하게 내뱉는 것 보다는 조금 더 할 얘기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기분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거친 정서보다는 차분한 관조를 더욱 선호하는 듯 하다. 앞으로 스토리텔링이 강한 이야기를 선보인다면 더욱 임팩트가 있을 것 같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Paranoid
    우원재
    테림
    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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