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정규 2집 『Structure』(2014)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국면전환을 보여준 해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종의 굳히기를 한 셈이다. 데뷔작이 전생이라면, 이후의 행보는 윤회를 통한 현생이다. 스스로 택한 이 현세는 일렉트로니카로 여는 여명이자, 뉴웨이브의 잔영이 안개처럼 자욱한 곳이다. 새벽을 깨우는 김보영의 목소리는 차갑고, 위안을 준다기보다 새로운 삶을 촉진하는 일깨움 같다. 밴드는 해답을 찾았고, 2집 이후의 몇몇 라이브를 접했던 청자들 역시 이 달라진 면모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

[열심히] 정갈한 한국식 팝을 담았던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2009)와 비교해보면 정말 멀리 왔습니다. 사운드를 쌓고 공간을 넓혀가는 작법이 선명하게 포스트록을 지향하는 곡입니다. 좌우를 폭넓게 사용하며 이펙트와 켜켜이 쌓인 코러스를 기타 톤처럼 연출하는 디테일함에는 강박이 느껴질 정도. 전반적으로 절제된 감성으로 접근하지만, 변칙적인 전개나 화려하게 터지는 후렴구의 멜로디 메이킹으로 잘 짜여진 불온함 또한 만들어냅니다. 익숙함에서는 멀어졌지만 그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명하게 가져온 노래입니다. ★★★☆

[조일동] 해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장인이 빚은 일렉트로니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섬세하게 샘플링한 소리의 치밀한 배치와 변주, 음 하나하나의 색깔을 고심한 게 느껴지는 특별한 톤들의 향연은 가히 감동적이다. 메인 멜로디는 복잡하거나 특별한 음계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미려하나 화음(과 더블링), 아주 조금씩 예상을 벗어난 위치에 배치된 버스와 코러스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 '반드시 주목할 음반'이라는 뻔한 수사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리의 경험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