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21-5] 재키와이 「Exposure (feat. PNSB)」

재키와이 (Jvcki Wai) 『Exposure』
2,65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11
Volume EP
레이블 CJ E&M

[김정원] 꽤 오래전부터 이름을 알려왔지만, 개인 정규 작업물은 없었던 재키와이의 데뷔 EP 『EXPOSURE』는 꽤나 짜릿한 면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가라앉은 듯한 인상을 주는 사운드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랩, 트랩, 하우스 등의 장르를 아우르며, 재키와이의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굴곡 있는 랩 퍼포먼스가 그에 잘 맞아떨어진다. 동명의 트랙 「Exposure」은 그중에서도 가장 야생적이고 원초적인 곡이다. 로우파이한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서울로 대변되는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재키와이 개인의 냉소가 담긴 가사 속 표현들과 PNSB의 텐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달려가는 로우한 랩이 특히 그렇다. 자칫 PNSB의 소속 집단 애드밸류어의 색채에 재키와이가 흡수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뚜렷한 개성의 유연한 싱-랩으로 확실한 호스트가 되어 이 트랙을 이끌고 있다. 누구와 섞여야 할지 알고, 어떻게 섞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됐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 아닐까. ★★★☆

 

[박상준] 프로듀서 그레이는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다. 베이스뮤직, 트립합, 테크노의 흔적이 골고루 배어나는 그의 비트는 나긋이 때리는 하이햇과 명료한 샘플로 하여금 스타일로서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데 혁혁히 기여하고 있다. 재키와이의 멜로디 메이킹도 주목할만하다. 구성이 다소 빽빽하고 라이브로 어떻게 배분할지 헷갈리기도 할 만큼 목소리는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선율(?)은 그루브의 빈틈을 채운다. 적당히 씹는 딕션의 균형도 안정적이라 부담 없이 끝에 이를 수 있다. 두 요소가 충실히 다섯 곡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쌓아간다. 하지만, 「Exposure」가 타이틀 배지를 단 것에 대해선 역시 의문스럽다. PNSB의 파트는 데뷔 EP를 낸 랩퍼를 돕는다기보단, 올해 최고의 싱글을 내고 있는 (천국행급행도 정식발매는 2016년) 기세를 잇는 듯 들린다. “내가 바라는 건 단지 사랑과 평화”라니, 이 구절만 들어도 정규가 기대되지 않는가? 포커싱이 뒤로 밀리는 감이라 찝찝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근사하게 문을 여는 여성 랩퍼 커리어의 시작이다. 무척 반갑다. ★★★

 

[정병욱] 《언프리티 랩스타》(2015) 이전에 《GALmighty》(2013)가 있었다. 비록 소규모 단발성 오디션이었지만, 신인 여성래퍼를 대상으로 한 경연이자 우승자에게 각종 공연 출연 기회와 합작 싱글 발매 기회를 주는 등 시기적으로 무척 선구적인 기획이었다. 그 중에서도 당시 18살의 아마추어임에도 독특한 발성과 플로우로 타이트한 랩을 잘 소화해내 우승을 거머쥔 재키와이는 앞으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만의 잠재력이 있는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이후 재키와이가 실력을 가다듬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갖추는 동안 3년이나 흘렀고, 그간 여성래퍼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확연히 달라졌음에도 작금의 인식은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좁은 씬 탓에 애초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래퍼에 대한 관심이 오로지 성차를 극복하는 스킬이나 퍼포먼스 등 하드웨어적 증명에 한정돼 있었던 까닭도 크다. 다행히 그에 대한 기민한 판단 덕분인지 단지 성장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변화였는지 재키와이는 증명에 굳이 골몰하지 않는 듯 하다. 앞서 믹스테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던 재키와이의 변화된 스타일은 클라우드랩에 가깝다. GRAYE(GRAY와는 다르다! GRAY와는!)의 스산한 비트 위 흡사 아이돌 현아를 연상시킬 만치 오토튠을 잔뜩 덧입힌 재키와이의 독특한 스타일은, 그녀의 첫 모습을 기억하는 이에게나 기억하지 않는 이에게나 무척이나 신선하다. 물론 이것이 선각한 아이덴티티나 완벽한 완성도는 아니지만, 팽창을 거듭하는 까닭에 동어 반복되기 쉬운 트랩이나 성 담론을 벗어나 본인의 본래 톤과도 무척 어울리는 색다름을 들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분명하다. 게다가 유리천장으로 비유된 고난과 패닉 속에서 단지 스스로를 내보일 뿐이라는 가사의 주관적이고 자조 섞인 독백이, 비트의 어둡고 어수선한 감성과 어울려 세태에 대한 목소리로 공명한다는 점에서 예술 본연의 진정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노래의 분위기, 정서를 해치지 않은 채 역시 자기 소리를 들려준 PNSB와 더불어 또 한 명의 주시해야 할 뮤지션을 되찾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Exposure (feat. PNSB)
    재키와이, 피엔에스비
    그레이, 스티치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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