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97-3] 카우칩스 「歸歌」

카우칩스 (The CowChips) 『歸歌』
1,96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5
Volume 1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박병운] 최세련의 보컬은 고음 처리에선 쾌청하다가 때론 갈라진 머리카락처럼 부산하게 파열하며 긁어대기도 한다. 이에 반해 중저음 처리에선 쓸쓸한 소회를 표현하기에 딱 맞는 다른 분위기를 낳는다. 그의 중저음이 빛을 발휘하는 본작은 불모지 장르의 역사를 소환하기도 하며, 도시의 뒤안길을 걷는 화자의 좋은 배경음악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상의 피곤함을 담고 울렁이는 듯한 내장을 닮은 오르간의 진행과 유원선의 기타는 더불어 수훈갑이다. ★★★

 

[박상준] 누구라도 좋으니 부산 인디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으면 좋겠다. 카우칩스가 참여한 컴필레이션 『동백락원』(2013), 힙합의 크림빌라, 서울의 레이블에 영입되는 신인들... 블루스, 헤비메탈, 서프록, 힙합의 맥락을 꿰뚫는 흐름에서 튀어나온 결과물들이 그들의 이름을 높이고 있다. 카우칩스의 「歸歌」는 그에 대한 자연스런 증거물이다. 내용은 허클베리핀이 언젠가 제대로 해주었으면 했던 것들이다. 하나의 인상 같은 최세련의 목소리에 가볍게 묘사만 한 가사, 기타의 정격적인 플레이의 조합은 가요의 맥락, 이를테면 신촌 블루스부터 홍대의 ‘그것’ 중 어느 것과도 다르다. 작년에 싱글을 낼 때였나? 거의 비슷한 시점에 앨범을 발매했던 까마귀의 『Caw Caw』(2015)가 드럭 이후 홍대의 밴드들이 발전시켜온 얼티너티브와 펑크의 흔적을 함유하고 있었다면, 카우칩스는 완전히 본토의 그것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지점이 한계이고 또한 강점이다. 블루스에는 가장 근처에 제이브라더스라는 결과물이 있고, 아주 단순히 생각하면 신촌 블루스도 있다. 하헌진은 블루스를 록으로부터 해방시킨 후 홍대에 안착시키는데 혁혁히 기여했다. 그 외에도 언젠가 이것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할 만큼 뚜렷한 어떤 이름들이 존재한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블루스의 산증인들 사이에서 카우칩스의 음악은 미국의 어느 동네에 있을 법하다 느낄 정도로 문법에 충실하다. 이것이 지나치다고 느낄 청자도 분명 있으리라. 다만, 비슷하게 발견했던 세이수미의 그것처럼 카우칩스가 해내고 있는 충실한 문법의 음악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차별점을 생산해내고 있다. 장르가 폭을 늘리는 것이 반갑다. 이들은 한국의 블루스에 공헌한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귀가」를 들으며 확신할 수 있었다. ★★★☆

 

[정병욱] 사운드부터 스스로 표명하고 강조하는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2016년 대한민국에서 오롯이 블루스의 이름으로만 점철된 진한 블루스 밴드로 남는 것이 카우칩스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그에 대한 열정과 영감을 갈구하는 주체로서, 카우칩스가 선택한 블루스의 혹독한 현실과 특유의 어두운 정서는 그 자체로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다채로운 시대와 정서를 아우르지만 결국 블루스라는 한 점으로 귀결되는 이번 앨범은 굳이 “노래로 돌아온다”는 ‘歸歌’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도 이들의 진정성을 능히 짐작케 한다. 말끔한 선율이 반복되는 미디움템포의 동명 타이틀 「歸歌」는 그중 가장 가볍고도 동시에 가장 처절하다. 끈적한 리듬이나 진득한 정서가 한없이 강조된 다른 트랙들에 비해 유난히 덤덤한 「歸歌」의 표현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하루의 피로가 농축된 ‘歸家’의 표현임을 상기할 때 어쩌면 가장 일상에 가까운 묘사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건반과 기타의 섬세한 터치, 베이스의 리듬감 있는 앞지름과 기타의 독주(獨奏)는 물론, 처연한 최세련의 보컬까지 노래는 시종일관 삐져나오는 짙은 감성을 절제해내며 그 여운만을 던져놓은 채 회귀한다. “무거운 발자국 남기며” 블루스의 본연으로. ★★★☆

 

[조일동] 현대 일렉트릭-어반 블루스 아티스트들을 떠받치고 있는 시카고의 Alligator나 Delmark 레이블에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결과물이다. 전자는 좀 더 루츠록으로 확장 중이고, 후자는 훵크와 소울을 강조하는 블루스로 색채를 넓히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음을 고려해봐도 충분히 이 정도 레이블이 솔깃할 사운드다. 최세련의 목소리는 그로울링을 뺀 Koko Taylor나 Ruth Brown급의 무게감을 바탕으로, 광기를 살짝 들어낸 고음에선 Janis Joplin처럼 찰진 매력을 갖고 있다. 앨범 전체에서 보자면 그녀가 살짝 서던록이나 컨트리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대목이 드문드문 있다(나의 취향에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歸歌」은 보컬리스트 최세련에 가장 최적화 된 곡이리라. 솔로 아티스트로 명곡을 쏟아내던 시절의 Eric Clapton의 톤과 연주를 연상시키는(다만 EC는 당시에 훨씬 솔로를 절제했다) 후반부의 기타 솔로도 보컬과 조화가 좋다. 심플한 라인을 놓고 농담을 조절해가며(벤딩과 살짝 오버더빙을 더하는 연출로) 물 흐르는 듯 유연한 솔로가 펼쳐진다. 답답한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이가 그리는 작고 소중한 성취를 위해 타협하는 인생의 정서가 잘 표현된 연주라 평하고 싶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歸歌
    최세련
    카우칩스
    카우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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