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91-2] 이그니토×헝거노마 「Oracle」

이그니토×헝거노마 (Ignito×Hunger Noma) 『Oracle』
2,08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4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바이탈리티
공식사이트 [Click]

[김정원] 이그니토가 커리어 초창기에 선보이던 스타일을 실로 오랜만에 재현한 곡이다. 굳이 초창기를 콕 집어 지목한 이유는 다시금 무거워진 보이스 톤과 어둡고 무거운 무드를 형성하는 가사 속 표현들 때문이다. 예외의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는 첫 번째 앨범 『Ignight』(2006)를 발표하고 나서부터 점점 더 난해하고 심오한 단어들의 나열로 특유의 짙은 분위기를 가져가려고만 하기보다는 익숙한 표현들도 활용하며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주력해나간다. 이는 게스트로 참여한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무언가(無言歌)」(2014)와 『Black』(2011)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Oracle」은 그러한 최근 경향과 정반대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곡이 퇴보나 동어 반복이란 말들이 동반되며 부정적으로 해석될 건 없다. 그저 이그니토의 주무기가 오랜만에 발동됐을 뿐이다. 여기에 헝거노마는 이그니토에게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은 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문법임에도 조금도 불협을 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영역에서만큼은 그들이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는 곡이다. ★★★☆

 

[박상준] 바이탈리티 크루에서 나온 결과물 중 손에 꼽을 만하다. 고딕메탈이나 동인음악처럼 콘셉트의 영향 아래에서 하드코어를 표방하는 국힙이었다는 걸 다시 곱씹어본다. 더 이상 한국어 가사의 대안 리스트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처지가 됐으나 그게 오히려 이들에게는 속박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여지껏 해온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는 루프, 리릭에 비해 역량 면에서 아쉬웠던 헝거노마의 발전이 귀를 끈다. 후반에 템포가 조금 올라가며 이그니토와 헝거노마가 주고 받으며 랩을 하는 장면, 끄트머리에 바이탈리티를 외치는 연출이 주는 뭉클함은 빼놓으면 섭하다. 문제라고 한다면 비트가 노골적으로 풍기고 있는 무드, 잘 들어보면 꽤 세련된 플로우가 주는 언밸런스 정도겠다. 하지만 영혼 없고 무가치한 레트로들보다는 재미가 있고, 약점이었던 콘셉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지루한 옛 이야기로 추레하게 늙지 않았으니 이제 목적지는 2집뿐이다. ★★★

 

[정병욱] 하드코어 힙합의 가장 빛났던 시기를 연상시킬 만큼, 퍽퍽한 드럼 위 그 공격성을 감추지 않는 이그니토와 헝거노마의 불 뿜는 버스가, 마치 두 래퍼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임을 증명하는 ‘신탁’처럼 귀에 꽂힌다. 단단하게 채워낸 두 사람의 랩은, 그것이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장르 미학을 통해 트렌드에 무관한 전통적인 카타르시스를 재현해낸다. 곧 언어가 주관하는 ‘표현수단’으로서, 랩의 언어적 표현(정확성, 적절성, 명확성)와 반언어적 표현(억양, 음색, 속도, 고저, 강약) 모두에서 좋은 스킬을 들려주는 것이 그것이다. 이그니토의 매끈한 발성과 완성도 높은 플로우는 헝거노마의 보다 투박하고 날선 감각과 맞물려 더욱 입체적인 호흡을 들려준다. 거친 단어와 문학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가사와 쉼 없이 강하게 몰아치는 표현에도, 일순 의미가 방해받지 않는 채 러닝 타임이 흐르고, 둔탁한 비트에 동반한 스트링 사운드의 루프가 화려한 사운드스케이프 없이도 곡에 웅장함을 더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가사의 비장미와 거친 낭만이 ‘오글거리는 진지함’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기꺼이 반복하여야 할 고전의 방식일 뿐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Oracle
    이그니토, 헝거노마
    스킵애드
    스킵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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