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 싱글에서 보여주는 치타의 스웨그는 단순히 자기애적 자랑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놓는 것이 랩퍼라는 점에 충실하려고 한다. 치타의 스웨그에 무게를 실려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타는 영리하다. 그녀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만으로 이뤄진 프레이즈에서 자신이 하려고 하는 말에 대해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그녀는 플로우만으로도 자신의 랩이 돋보일 지점을 안다. 자극하지 않아도 차분하다. 좋은 출발이다. ★★★

[김성환] 《Unpretty Rapstar》(2015) 의 우승자이자 제시와 함께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래퍼 치타의 본격적 메이저 활동 싱글은 전체적으로 치타 본인이 담고 싶은 메시지 - 자신의 스타덤에 왈가왈부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 를 놓치지 않았으면서도 재지한 훅을 가진 샘플들과 꽤 대중에게 어필하기 좋은 비트와 사운드를 담고 있기에 곡의 흥을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 활동 기간 동안 내놓았던 그녀의 싱글 「Coma 07'」(2015)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개인적 상황을 대중이 공감 갈 수 있게 괜찮은 라임으로 표현해 내는 치타 본인의 랩 제조 능력이 이 곡에서도 잘 살아 있다는 것 또한 이 곡을 반복 재생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정원] 벌스에서 빌드업, 빌드업에서 훅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물론, 관악기를 중심으로 한 후렴까지 Jason Derulo의 「Talk Dirty」(2013)와 Flo Rida의 「GDFR」(2014)을 레퍼런스한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히트 공식처럼 느껴지는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My Number」는 앞서 언급한 트랙들의 하위호환 버전이다. 노골적인 레퍼런스로 모든 파트가 대략 예상되고, 또 그 예상이 전부 정확히 맞아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악기가 등장하는 파트가 생동감 있고 시원하게 다가오기보다는 텁텁하게 느껴지는 점도 아쉽다. 다만, 프로덕션과는 별개로 치타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인 ‘파워 우먼’을 화려한 비디오와 함께 꽤나 멋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어필한 점은 고무적이다. 종합적으로, 지난해 발표했던 『Cheetah Itself』(2014)가 크게 클리셰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인상적이었음에도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게 영향을 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트랙이다. ★★☆

[정병욱] 《Unpretty Rapstar》에서의 우승은,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았을 때 치타에게 있어 깜짝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분명 자신에게는 큰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라고 하기에, 래퍼로서 획득한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는 미완성이었다. ‘실력파 여성 래퍼’는 맞지만 이미 일전의 《Show Me The Money 1》(2012)에서 증명한 이미지의 답습이고, ‘쎈 언니’ 타이틀은 제시가 가져갔다. ‘치타 맘’이라는 이름은 방송 내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당장 몇 가지 키워드가 떠오르지만 치타는 결국 이후 발전시켜나갈 자기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에는 완전한 성공을 아직 거두지 못했다. 이번 싱글의 뮤직비디오에서 그에 대한 반증으로서의 시도가 조금 발견되기는 한다. 가사는 방송 이후의 소회를 일회적으로 풀어냈을 뿐이지만, 영상에서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호모 섹슈얼리티 이미지나 방송에서보다 더욱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는 한 동안 래퍼 치타가 지향하는 가까운 미래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것이 Nicki Minaj를 연상시키는 다소 뻔한 레퍼토리기에 누군가는 보다 실험적인 방법론 혹은 파격적인 이미지를 당장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가요시장에서 이제야 제대로 관심받기 시작했을 뿐인 만큼 성공적인 치타의 모델은 잠시 기다려줘야 할 것 같다. ★★☆

[차유정] 제시가 남성성을 보이스에 강렬하게 담아내는 쪽이라면, 치타는 좀더 극명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조신한 언니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랩이 야성적인 언어로만 통용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는데 치타의 활약 덕분으로 그런 선입견이 날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 이 싱글은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