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 Out #20-2] 러블리즈 「Candy Jelly Love」

러블리즈 (Lovelyz) 『Girls' Invasion』
3,10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1
Volume EP
레이블 울림

[김성환] 인피니트를 배출한 울림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첫 걸그룹이자 윤상이 그가 참여한 작곡팀 '원피스'의 곡들과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는 사실 만으로 러블리즈는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행히도 그 시작을 그룹 멤버의 과거 행적에 대한 루머 때문에 어수선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논란을 다 걷어내고 음악만을 쳐다본다면, 일단 이들이 에이핑크의 라인을 잇는 '청순 소녀형' 컨셉을 갖고 있기에 윤상이 그간 S.E.S.나 SM계열 걸그룹들에게 선사했던 밝은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가 이들에게도 알맞은 옷이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사운드에 가려진 것인지, 아직 보컬들의 성량이 약하기 때문인 것인지,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러블리즈 멤버들의 보컬의 특색은 별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 ★★☆

 

[김용민] 나쁘지 않다. 대규모 그룹이라 우려되는 점이 많았고 여자 ‘인피니트’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단편적인 함정에서 일단 벗어나있다. 오히려 6집 이후 밴드 ‘넬’의 사운드에 가까운 사운드 메이킹에서부터, 일단은 멤버 개개인의 개성은 낮추는 방향성까지. 여러 고민의 흔적과 그 결과물은 귀에 거슬리지 않다는 것이 안도감을 부여한다. 유행은 돌고도는 것이라지만, 에이핑크보다 더 극단적인 청순함은 최근 시류에선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전략이든 뭐든 간에 상대적 편안함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그룹 자체에 대한 호의보다는 겉모습에 대한 호의다. ★★★

 

[박병운] 교복풍의 코스츔에 오브제를 껴안고 설렘의 표정을 짓는 멤버의 뮤직비디오, 확실히 에이핑크를 위시한 근간 국내 소녀그룹의 한쪽 기조를 따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핑크로 대표되는 S.E.S 및 핑클 부류의 추억 재현이 아닌 촘촘한 일렉 팝을 들려주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윤상을 위시한 작곡 팀 원피스의 손길이 닿아서인 듯한데, 덕분에 초반과 후렴을 장식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범벅 연출도 없거니와 ‘8인의 강수지’가 나오는 광경도 재현되지 않은, 작금에 어울리는 쿨한 넘버가 탄생할 수 있었던 듯하다. 좋은 시작이다. 다만 음반 전체에서 이 곡만 한 비중을 가진 곡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은 패착이라 하겠다. ★★★☆

 

[박상준] 잘 익은 감귤 같은 노래다. 적당히 향기롭고, 빼어나고, 독특하다. 헌데 좀 묘한 게, 데뷔한 지 예닐곱 해 지난 어느 걸그룹이 대뜸 내놓은 EP의 후속곡 같다. 특정 색깔(대표적으로 훵크와 재즈)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즘에 더없이 적합한 군집이 대중에게 인정 받는 용도의 곡 같다는 얘기다. 반은 착각이었고, 반은 사실이었다. 조금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의 열성팬이니까. 이번만은 예외다. 정형화된 컨텐츠를 챙기며 동시에 개성을 ‘획득’하는 것과 결국 거대한 프로덕션에 먹히는 것. 갈리겠지만, 「Candy Jelly Love」는 후자에 가깝다. 알로가 아닌 소녀시대의 「랄랄라」와 비교해본다면 더욱 명확해진다. 이 노래를 끝까지 듣고 받은 인상은 '인스트루멘탈 듣고 싶어'였다. 러블리즈는 이미 뒷전이다. 수록곡이었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은 이 노래를 듣고 과연 러블리즈 멤버들이 어떻게 보일 지, 눈에 띄기나 할 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윤상의 작업물은 분명 자기중심적인 해석으로 일관하는 것과 거기서 벗어나려던 모습이 충돌하는 양상을 취했다. 원피스로의 체제변환은 이러한 맥락에서의 답습을 타개하고자 고민한 끝에 나온 돌파구였을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경지에 오른 노래를 듣는 것은 즐겁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 노래의 주인공이 ‘신인 걸그룹’ 러블리즈가 아니라 원피스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묻고 싶은 게 있다. 기능성을 상실한 노래가 얼마나 가치 있느냐는 거다. 그걸 묻고 싶다. ★★

 

[열심히] ① SM 이적 후 보아, 소녀시대, 천상지희에게 곡을 주긴 했지만, 프로듀서 윤상의 아이돌 음악은 1997년 알로에서 집대성 혹은 단종되었었죠. 디테일한 전자음 트랙들을 아기자기하게 운용하며 화사한 멜로디 라인과 키치한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특유의 모에모에한 음악은, 이후 (유감스럽게도) 온전히 재현-연장된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유가 ‘잠자는 숲 속의 왕자’를 다시 부를 때 그녀의 후계자 간택을 조심스레 점쳤습니다만, 이 곡 이외의 작업들은 모에모에 성향을 계승하진 않았죠.) 네, 러블리즈의 이 곡은 간만에 나온, 윤상식 모에한 여자 음악입니다.

② 본 곡은 윤상이 결성한 작곡팀 원피스의 첫 작품입니다. 유학과 모텟 활동을 거쳐 단련된 전자음 운용은 이 곡에서 일정 경지에 달합니다. 신스 사운드를 좌우로 패닝하고 공들여 깎은 비트와 이펙트성 트랙들이 폭넓게 공간을 활용합니다. 코러스-메인으로 보컬 라인을 은근 정갈하게 정돈하고, 볼륨이나 포지션 모두에서 곡 전방으로 꺼내 곡의 중심을 잡게 해 사운드가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보컬을 중심으로 화사하게 퍼지는 인상을 줍니다. 뜯어서 들으면 복잡하지만, 그저 인상만 즐겨도 될 정도로 세심하게 조율된 곡이에요. (이런 사운드 운용이 귀에 익은데, 확인은 못했지만 하임이 본 곡의 작곡팀 안에 있는 건 아닐까 혼자 망상해 봅니다.)

③ 공급의 과잉과 시장의 국내/외 다각화로 아이돌 그룹이 흥행 궤도에 올라가는 준비 기간은 길어졌습니다. 앨범 3~4장은 투자로 여기는 기획사들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역으로 기획사들의 개별 멤버 띄우기 조급증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누가 뜨겠다 싶으면 무작정 이 친구만 밀다가 그룹 전체가 자리도 잡기 전에 골로 가는… 그런 경우들 말이죠. 인피니트 초기도 그랬지만, 러블리즈도 개별 멤버보다는 그룹의 포지셔닝에 철저히 집중하는 그룹입니다. 깔맞춤 교복 코스튬이 추측의 시작이라면, 「Candy Jelly Love」를 노래인지 옹알이인지 모에하게 어물쩡 넘기는 코러스 라인은 확신범이죠. 음악 안에서도 특정 멤버의 음색/가창력을 딱히 어필하기 위해 자리 깐 부분은 없습니다. 기능적으로 누군가가 불러야 하니 그 자리를 채우는 식인데, 개별 멤버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곡에 집중하기에는 적절한 선택과 집중입니다. (개별 결과의 굴곡과 상관 없이) 울림은 아이돌 기획사 중 아이돌 컨텐츠와 음악 컨텐츠의 일관된 ‘기획 방향’을 고집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죠. 울림(혹은 이중엽 대표)의 고집이, 오래 묵혀둔 모에 장인 윤상의 음악 프로듀싱과 만나면서 꽤 근사한 걸그룹 컨텐츠가 나왔습니다. 데뷔 걸그룹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골때릴 수 없는 스캔들이 앞서긴 했지만, 여전히 다음이 기대되는 팀이에요. (아직은 이중엽/윤상 라인에 대한 기대겠지만, 아이돌이라는 컨텐츠가 굳이 음악만으로 흥망이 결정되지는 않으니까요.)

p.s. 윤상의 작곡팀이 프로듀스한 앞의 다섯 곡과, 각 멤버의 솔로/유닛 활동 곡을 모으거나 담은 후반부 네 곡은 마치 다른 그룹의 결과물을 듣는 듯 합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뒤쪽이 상대적으로 많이 후달려요.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Candy Jelly Love
    김이나
    OnePiece
    OneP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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