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개인적으로 랩퍼 빈지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랩 가사 속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섞어 쓰지만 그게 어색하지 않게 잘 융합되어 리듬을 타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곡에서도 그런 장점은 그대로 이어져서 (마치 80년대 펑키 R&B 곡들의 편곡을 연상케 하는) 복고적인 어번 펑키 리듬 위에서 그는 그렇게 목청을 높이지 않고도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운용한다. 「Aqua Man」(2012)에 비해 더욱 원숙하고 세련되어진 그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싱글. ★★★☆

[김영대] 늘 익숙한 재지함을 버리고 70년대식, 정확히는 「Le Freak」(1978)식의 훵키함을 입었다. Peejay의 프로덕션은 훵키에 대한 과도한 장치들이 너저분하지 않고 핵심만 딱 적당히 풀었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랩도 가능한 '판'을 깐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역으로는 새끈한 무언가를 뽑기는 어려운 것이 디스코풍의 랩 딜리버리가 가진 고민이 있다. 즉 이러한 류가 의도하는 핵심은 랩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가벼운 단어들을 던지며 무리하지 않는 접근방식, 버스와 코러스의 균형, 인스트루멘탈과 보컬부의 간도 딱히 흠잡을데는 없이 타당하다. 상쾌하게 와닿는 "How do I look"을 입에서 반복하며 올여름 한창 흥하는 온갖 훵키 디스코풍 트랙들 속에서 빈지노의 판정승을 내려본다. ★★★☆

[김정원]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로 힙스터(Hipster)이거나 힙스터가 되고 싶은 2,30대를 움직이는 빈지노를 대표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역시 ‘패션’이다. 미니멀한 그의 패션 스타일은 아페쎄(A.P.C.)와 같은 브랜드를 필두로 한 전 세계적인 스트릿 패션의 큰 흐름 중 하나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한국 스트릿 패션계에 가져다준 영향이 꽤 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How Do I Look?」에서 그는 그런 자신을 대표하는 카테고리인 ‘패션’을 적극 활용했다. 대단히 뛰어난 표현 방식이나 스킬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는 여전히 유려하며 현재 자신의 캐릭터와 포지션을 잘 파악하고 있기까지 하다. 장담하건대, 「How Do I Look?」으로 인해 생기는 아베크롬비(Abercrombie), 알렉산더 웽(Alexander Wang) 부츠, 미스치프(Mischief)를 향한 2,30대의 부정, 혹은 긍정적인 반응은 금방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2014년에 빈지노가 가지는 영향력은 딱 그 정도다. ★★★☆

[박상준] 비트를 매만진 Peejay는 빈지노(Beenzino)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How Do I Look?」에서 빈지노의 랩핑은 『2 4 : 2 6』(2012)의 연장선임을 공고히 하는데, 그만큼 그루브로 넘실대고 레이드-백을 교묘하게 띄어 놓음으로써 특기인 훅 메이킹과의 이음새도 단단히 죄었다. 스웩 또한 괜히 착잡했던 레이블의 컴플레이션 음반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당위를 손에 넣는다. 확실히 빈지노의 위치는 허울뿐인 껍데기가 아니다. 탄탄한 실력이 그걸 받쳐주고 있다. 다만, 나이키가 알렉산더 왕이 돼버린 빈지노의 스웩이 그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는 않는다. 숙명은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