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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6] 스위트피 『거절하지 못 할 제안』 :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요.

스위트피 『거절하지 못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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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지난 해 10월에 열렸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얘기로 시작해 보죠. 오랜만에 만나는 스위트피의 무대였습니다. 새 앨범에 수록될 곡이라며 그가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하기 시작한 노래는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무려 13분 8초라는 러닝타임을 가진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곡이었습니다. 무리하다 싶은 길이에 비해서는 인상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노래 중반 즈음, ‘다른 무대를 조금이라도 앞에서 보려면 지금쯤은 일어나야겠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전 노래가 끝나기 전에 일어섰습니다. 꽤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다른 무대로 이동하는 동안, 등 뒤에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후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았던 스위트피의 새 앨범이 조금 불안해진 건 그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엔, 나오지도 않은 앨범에 불안해하다니 지나친 오지랖이다 싶어 금세 휘휘 고개를 젓곤 그대로 잊어버리고 말았지만요. 

하지만 그 누군가 노래했죠. ‘나쁜 예감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고요. 발매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쭉 들은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5번째 곡 「은하수」까지 듣는 중이었습니다. 열심히 돌아가는 CD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런 맹꽁한 기분이 들게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스위트피가 여태껏 해오던 음악과 전혀 다른가? 아뇨, 아녜요. 그냥 스윽 훑어 봐도 이소라에게 주었던 곡들이나, 델리스파이스 시절의 히트곡 「고백」(2003)을 생각나게 하는 곡들도 충분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앨범을 성의 없이 만들었나? 아뇨, 그건 더더욱 아닙니다. 아니 사실, 이 앨범은 오히려 구석구석 꽤나 정성 들인 티가 나는 앨범입니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캐스커와의 만남도, 정지찬의 시타(Sitar) 연주나 유희열의 키보드 연주도 모두 적절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해 줍니다. 이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스위트피는, 이 노래로 무엇을 의도했는지, 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를 알기 쉽게 들려줍니다. 쉬워요. 게다가 이 쉬운 설명에 앞서 언급되었던 13분이 넘는 대곡을 수록한 대담함이나, 타이틀곡 「떠나지마」의 7가지 버전을 실은 부록 미니 CD 얘기까지 더해지면, 이 앨범을 뮤지션 김민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여주는 화려한 앨범이라 소개해도 좋을 겁니다. 그렇건만, 단골손님들만 가득한 낯선 바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와 닮아있는 이 어색하기 짝이없는 감정은 어찌 해석해야 하나요. 전 여기 계속 있어도 될까요? 아님 눈치껏 그냥 나가야 할까요?

바로 그 순간, 그야말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6번 트랙 「데자뷰」가 등장합니다. 지원군 등장이죠. 나갈까 말까 문고리만 만지작대고 있던 이들에게 좀 더 놀다가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곡입니다. 언니네이발관의 멤버 이석원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기만하던 이 두 뮤지션의 극적인 만남은 더욱더 극적으로 이 앨범을 몇 단계 위로 올려 줍니다. 군더더기 없이 스트레이트 한 멜로디와 연주, 언제나 조금 폼을 재는 스위트피의 노랫말을 지그시 눌러주는 이석원의 청승맞은 목소리. 이 노래를 기점으로 앨범은 조금씩 살아납니다. 스카풍의 리듬과 복고적인 베이스 라인이 매력적인 「운명」과 산울림의 노래를 다시 부른 「너의 의미」도 좋습니다. 그래요, 사실 그렇게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와 닿게 노래할 수 있다면, 시간을 늘리고 뮤지션과 악기를 덧입혀 굳이 힘든 길을 애써 에둘러 갈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욕심? 뭐, 말릴 수야 있겠습니까. 가고픈 길을 간다는데요. 그저 듣는 사람으로서 아쉬울 뿐이죠.

게다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 가진 또 한 가지의 미덕은 재미있게도 스위트피의 바로 그 욕심과 고집에서 비롯됩니다. 이 미련하게 부지런한 앨범은 스위트피가 적어도 ‘게으른’ 뮤지션은 아니라는 증거거든요. 그게 어쨌느냐고요? 중요하죠. 무척 중요합니다. 그건 우리가 스위트피의 이후 음악들을 조금 더 지켜보아도 좋을 충분한 명분이 되어줄 테니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스위트피의 다음 음악은, 이 세상 넘쳐나는 게으른 천재의 음악을 듣는 것 보다는 훨씬 스펙터클 할 터입니다. 이래저래 병 주고 약 주는 앨범인 셈입니다. 자, 이제 그 증거품인 이 세 번째 앨범을 들고, 다음 앨범을 기다려볼 차롑니다. 진정 거절하지 못할 매력적인 당신의 제안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될 그 날을, 한 번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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