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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4] 클래지콰이 『Love Child Of The Century』 : 당신은 당신의 음악을 돌아 보았나요?

클래지콰이 『Love Child Of The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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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클래지콰이를 한마디로 정의해 본다면 '아주 잘 다듬어진 상품'이 어떨까요.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부터 음악, 앨범의 아트웍과 뮤직비디오까지 물 샐 틈 없는 일관성이 데뷔 시절, 이들의 가장 인상적인 점이었으니까요. 클래지콰이가 등장할 무렵 한창 인기의 폭을 넓히기 시작한 시부야 케이나 일렉트로니카 음악들, 또 그 부산물인 각종 파티 문화들의 열기 역시,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습니다. 덕분에 두 장의 정규 앨범과 두 장의 리믹스 앨범은 안전하게 착륙했고, 그 방면에 있어서의 트렌드세터로 이름을 드높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심심찮게 눈에 띄는 한국의 버블검 일렉트로니카들의 등장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클래지콰이의 상업적인 성공이 있다는 걸 누구도 거부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렇게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클래지콰이의 앨범을 들으면서 단 한 번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쩐지 누군가의 은밀한 작업실에서 만들어지는 믹스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것저것 자유롭게 섞는 것이야 요즘 음악들에선 그리 흠이 될만한 일도 아니지만, 클래지콰이가 속해 있는 틀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혹은 ‘고급스러운’ 한국 대중음악이었죠. 덕분에 불편한 마음이 커졌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 형성이 클래지콰이의 탓이라고 보긴 힘들죠. 그들은 그저 그들의 음악을 했을 뿐이고, 그런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든 건 대중과 언론들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를 거부하지 않은 건 그들이었으니… 엎어치나 메치나겠죠.

이렇게 당분간 잘 굴러갈 것 같던 클래지콰이가 조금 이르다 싶은 변신을 꾀합니다. ‘내츄럴 일렉트로니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새 앨범 『Love Child Of The Century』를 내놓았거든요. 그간의 진한 향신료가 가득 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벗어 던지고 자연으로 돌아온다는 외침 아니겠습니까. 자, 그렇다면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이 실험은 안타깝게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쳐 버린 것 같습니다. ‘내츄럴’이란 단어로 ‘트렌디함’과 ‘일렉트로니카’라는, 그 동안 클래지콰이의 대부분이었던 것들을 동시에요.

첫 곡인 부터 시작되는 세 곡은 적어도 이 앨범 안에선 이제껏 클래지콰이를 믿었던 사람들에게 충격 흡수 쿠션 역할을 해 줍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흐름이 달갑지 않습니다. 뭐랄까, 앨범의 트랙들 전체가 가벼운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세 번째 수록곡인 「생의 한가운데」를 기점으로 수록곡들의 긴장감이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립니다. 단지 노래의 템포들이 빠르고 느린 것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앨범의 중반에 위치한 두 번째 세션의 「Last Tango」나 「피에스타」 같은 곡들은, 사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곡들 아닌가요. 보컬들이 아니었다면, 거리 어딘가의 까페에서 질리도록 흘러나올 법한 곡들입니다. 아마 그렇게 흘려 들어도 기억에도 남지 않고 제목도 별로 궁금하지 않을 거에요. 이런 분위기는 매너리즘 보다도, 기꺼이 트렌디함을 벗어 던진 이들의 허기진 밑바탕이 드러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번 앨범이 위험해 보이는 지점도 그 곳입니다. 삼바에서 탱고, 80년대 정서에까지 다양하게 손을 뻗친 점 역시, 전자음악 틀에서 벗어나려 시도하는 지금 오지랖만 넓어보일 뿐 앨범의 위험도를 레벨업 시키는 요소일 뿐이구요.

오히려 이번 앨범에서는 비교적 담백한 솔로곡들이 자리한 세 번째 세션에 눈길이 갑니다. 알렉스의 「금요일의 Blues」나 크리스티나의 「빛」 같은 곡들은, 곡 자체는 별 것 없을 지 몰라도 보컬리스트들을 돋보이게 해 주는 데는 모자람이 없는 노래들입니다. 클래지콰이 활동을 제외하고서라도, 아니 혹은 그 이상으로 이미 가요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유니크 한 존재들이 되어 버린 이들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고 있는 트랙들이거든요. 이들에게 솔로 앨범을 내라며 성화라는 DJ 클래지의 마음이 함뿍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이 '이해심'입니다. 이 공감은 클래지콰이라는 팀의 미래와는 과연 어떤 상관관계를 갖게 될까요. 애초 ‘잘 만들어진 상품’으로 등장을 해서 사랑 받았다면, 그 사랑에 만족한다는 것은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과 자아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요. 아니 애초에, ‘잘 만들어진 사랑 받는 상품’과 ‘뮤지션’ 사이에 높고 낮음의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있기는 한 걸까요. 음악을 해 나가면서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면, 조금 잔인하지만 혹시 그 욕심이 능력치에 비해 과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이번 새 앨범이 클래지콰이에게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증거일 겁니다. 복잡하게 얽힌 질문들 속에, 이번 앨범의 첫 번째와 세 번째 세션의 곡들에 끌렸다는 것을 첫 번째 대답으로 내놓겠습니다. 덧붙여 만일 누군가 앞으로 이들의 미래가 빛으로 찬란할 것 같느냐고 덧붙여 물어온다면, 저는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겠습니다. 단 한 번의 성공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기 힘든 것처럼, 단 한 번의 실패가 이들의 모든 것을 말하는 건 아닐테니까요.
 

Credit

[Staff]
Mixed by 이용섭
Recorded by 이용섭, 심진보, 임진선, 민성환
Recorded & Mixed at Fluxus studio
Mastered by 전훈(a.k.a Cheon “big boom” Hoon)
Mastered at Sonic Korea
Marketing & Promotion: 김진석, 김숙경, 서경화
Artist management & Promotion: 이종우, 이강우, 이훈배, 김범석
Overseas artist management: 박정금
A&R: 김병찬, 이수현, 위효진
Accounting: 박종연
Concert director: 신원규
FLAX staff: 황세진, 신보라미
Art direction: 손재익, Clazziquai
Illustration & Graphic concept: CLazziquai
Design: Clazziquai, 이종규, 이미진
Photo: Studio zip(김형선, 김종선, 전기홍), 이영석
Stylist: 구미영, 유은영, 박솔지
Hair & Make up: 제니하우스
Sponsored by Volvo, Tomboy
Executive producer: 김병찬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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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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