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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2]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 그에게 보내는 첫 박수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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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적은 천재다. 이적은 작가다. 이적은 풍부한 스토리 텔러다. 이적은 반항하는 범생이다. 결정적으로 이적은 ……, 텍스트의 일관성이 생긴다. 늙었다는 증거다. 톤의 두리뭉실함이 느껴진다. 노련해진다는 증거다. 아무 말이나 쏟아내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장르보다는 소리에 집중한다. 고집이 생겼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들이 그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 행위는 다양하게 나뉘어져 왔다. 어떤 이는 새로운걸 들이민다. 미국을 알면 영국을, 영국이 들키면 남미를, 남미가 식상하면 아프리카를, 아프리카가 보급되면 우주의 소리라도 담아올 일이다. 언젠가 바닥은 난다. 찾는 재주는 있으나 쌓아놓은 것이 없기에 또 사라져 줘야 한다. 또 찾을 때까진. 그러나 그것도 그네들의 취향이고 욕심이다.

어떤 이는 사운드에 집착한다. 미친듯이 마스터링을 반복하고 또 새로운 콘솔과 프로그램에 혼을 투영한다. 그 한 음이 자신의 모든것을 결정한다는 각오로 매달린다. 실로 여유로운 취미다. 호사스런 노력이다. 대중이 그걸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는 자체가 망상이지만 그 망상이 있기에 적어도 그들의 수준은 퇴보하지 않는다.

물론 복고란 이름으로 구태를 반복하는 자들도 있다. 이미 콘텍스트가 바뀌어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하는 그야말로 전설의 사운드와 창법과 화성을 가지고 '복고'라고 행세하며 대중들을 현혹한다. 눈물겹게 되살려 냈다고 주장한다. 잊혀지지 않은게 있다라고 말한다. 라디오 스타다. 그런 이들에게는 아무런 비평이나 환호의 여지가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애처로운 박수다. 하지만 그 역시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철이 들어버리는 쪽도 있다. 음악을 대함에 있어 어느 순간 스타일과 작풍과 보컬톤은 고정적인 것이 되어버려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그 대신 자연스러움과 익숙함, 그리고 시간이 가져다준 여유로움과 날렵함으로 묵묵히 자신의 사운드를 지키는 쪽이 있다. 음악이 전부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음악으로 바뀐다.

이런 경우 명작 내지 걸작이 나오는 법은 없다. 걸작은 어느 경우에도 혼을 불사른 끝장의 언저리에서 나온다. 애비로드가 그렇고 들국화가 그렇다. 죽음의 언덕에서, 은퇴의 마지막 자락에서, 그리고 비난과 조소의 숙성된 창고 안에서 익고 썩어 탄생된다. 여유롭고, 달관하고, 신중하고, 결을 따르고 운명에 순응하는 음악에 걸작은 없다. 날이 없다. 처절함이 없다. 욕이 없다.

하지만 어떤가. 모험과 내지름, 불경함이 없어 공허할지 몰라도 나름의 철든 결이 그대로 깊이와 맛이 있다. 상큼하진 않지만 구수하며, 섹시하진 않지만 푸근하다. 작가로서 보여줄 수 있는,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은 될 수 없더라도 나쁘지만은 않다. 왜냐면, 누구나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 오느냐의 문제다.

이적이 그렇고, 이적의 3집이 그렇다.

Credit

[Staff]
Produced by 이적
Recorded by 이면숙, 송주용 at T studio
Mixed by 노양수 at T studio
Mastered by 전훈 at Sonic Korea mastering studio
Designed by 이관용 at Sputnik
Strategy & Public relation department: 강태규 for Music farm
Artist management: 임무섭, 김민성, 조재민 for Music farm
Executive producer: 이국현 for Music farm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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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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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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