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5-5] 허험스 「Henefa」

허험스 (Herhums) 『To Save Us All』
12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3
Volume 1
장르 포크
유통사 더 볼트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더불어 시작한 목소리는 ‘당신’을 호명한다. 당신을 부르는 방식은 아르페지오와 목소리의 이중주에 조심스레 들어가는 사운드 소스처럼 신중하다. 그리고 ‘만약 당신을 찾는다면 무엇을 믿어야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시점에서 곡의 구조는 한 번 뒤틀린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고, 사운드의 확장과 함께 아르페지오는 스트로크 주법으로 바뀌어 펼쳐진다. 곡은 호명의 여운만을 비교적 간단하게 남긴 채로 끝난다. 마치 호명의 방식에 관념의 무게가 첨가되면 정서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빨라 소모된다는 것처럼. 호명을 위해 사운드를 직조한 솜씨도 좋지만, 무엇보다 확장 자체에 별다른 소모를 하지 않은 채로 끝맺음을 한 것이 그리 갑작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감정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곡의 정서를 해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곡은 특기할 만하다. ★★★

 

[이아림] 『To Save Us All』이란 앨범의 이름대로, 허험스의 음악은 모두에게 구원을 건네는 모양새로 다가온다. 그러나 러닝타임 내내 따스하게 보듬는 대신 음울하고 서늘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her’과 ‘hums’의 합성어로 보이는 아티스트명대로 그의 곡은 대체로 불분명한 형태의 웅얼거림과 닮아있고, 이는 부유하는 듯한 공간감과 만나 흡사 레퀴엠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이러한 인상만으로도 흥미롭지만, 허험스라는 명의 이전의 ‘greenblue’와 ‘그림자 공동체’ 활동까지 고려한다면 그는 더더욱 눈여겨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자연의 초록과 파랑에서 착안한 초기의 음악 역시도 울적한 정서가 팽배하긴 하나, 알앤비를 접목하여 치열하게 생존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허험스는 그 과정을 지난 결과와도 같다. ‘그림자 공동체’ 활동 및 공중도둑과의 협업을 거치면서 그의 음악은 조금씩 차분해지고, 활동명을 바꾼 이후의 음악은 서서히 침잠하던 끝에 남은 부산물을 그러모아 지금의 허험스를 이룬다. 그는 독특하게도 허험스로의 활동만 두고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차분하나 감정의 색채가 얽혀 목가적인 분위기를 보여준 『Humming in Chaos』(2022)의 경우, 기존 음악과의 융합을 전한다. 그에 비하면 『To Save Us All』은 곡마다 갈망하는 것이 제각각인데도 달관한 도인처럼 욕망을 무(無)로 구현하고, 감정의 고조나 기복도 없이 다정을 노래한다. 영어 가사를 비롯해 안개 낀 듯 모호한 발음을 핑계 삼아 배경 음악으로 흘려듣자면 이 앨범은 절망과 연민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서진 심장을 복기하고(「Back on Ease」) 죽음과도 같은 고요로 자유를 찾다가도(「낯선바닥」) 달빛과 함께 빛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타이틀 「Henefa」는 마지막 잎새와 같은 희망이 된다. 물론 허험스가 ‘henefa’라는 명사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밝힌 바는 없으나,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함께 살자고 외치는 후주에서 ‘henefa’는 지난한 삶의 최종 목적지로 다가온다. 비로소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모종의 공간에 도달하기까지 흐르는 불온한 평온이 긴 여운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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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0
    Henefa
    허험스
    허험스
    허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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