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0-2] 르세라핌 「Easy」

르세라핌 (LE SSERAFIM) 『Easy』
19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2
Volume EP
장르
레이블 쏘스뮤직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Easy」를 처음 들었을 때, 강렬한 록 비트가 담긴 인트로 트랙이자 트레일러 영상 삽입곡 「Good Bones」(2024)와는 전혀 달라서 솔직히 살짝 당혹스러웠다. 물론 최근의 히트 싱글 「Perfect Night」(2023)을 통해 조금은 이들이 타이틀로 삼을 트랙에도 여유로운 비트와 리듬을 담으리란 예상을 전혀 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철저히 트랩 비트와 힙합적인 그루브에 기반해 만든 곡을 타이틀로 삼으리란 예상까지는 못했었다. 일부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공개 첫 날 “왜 B사이드에 갈 트랙을 갑자기 타이틀로 삼았냐”는 반응을 한 것도 그래서 일부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볼륨을 높이고 반복해 들으면서, 어떤 의미에서 르세라핌의 제작진은 이 곡을 ‘평양냉면 식의 중독성’을 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그 전략은 이미 「Perfect Night」에서도 일부 통했었다. 게임 콜라보 송이자 영어가사로만 된 트랙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 음원 차트 1위까지 점령했던 그 비밀은 가볍게 일상의 BGM처럼 반복해도 질리지 않을 ‘부드러움(Smoothness)’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은 그 점을 아예 “확실히 노리고” 들어갔다. 일단 이 세대에게 익숙한 트랩 비트를 쓰지만 다른 트렌디 알앤비/힙합처럼 비장하거나 클럽용 유희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다. 인트로부터 등장하는 리코더 소리 같은 사운드 샘플의 반복은 곡의 분위기를 묘하게 장악하면서 편곡을 귀에 각인시키는 데 기여한다. 한편, 멤버들의 보컬(특히 중반부의 카즈하와 사쿠라의 2절 라인)은 마치 멜로디 랩을 구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저음역에서도 나름의 다양함을 표출할 수 있는 허윤진의 보컬을 곡 진행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보컬 디렉팅도 꽤 공들인 흔적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곡의 장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이들의 ‘빡센’ 퍼포먼스와 함께 감상할 때 결국 곡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전체적으로 ‘음악까지 빡셌던’ 지난 ‘두려움 극복 3부작’이라는 첫 번째 챕터와 확실히 선을 긋고 다음 단계의 서사로 진행하기에도 꽤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열심히] 트랩 비트의 힙합 트랙으로 소개하는 것보다는, 사실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선명하고 노골적인 TLC 레퍼런스 곡입니다. 미니멀한 듯 하면서도 캐칭한 요소들로 효율적으로 만들어낸 사운드스케이프, 고음을 강조하기보단 플랫한 싱-랩 라인의 교차 구성, 당시 모든 게 조심스럽기에 오히려 더 직관적이어서 쿨했던 걸크러쉬 컨셉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이는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 애초에 2024년의 걸그룹이 TLC를 음악적으로, 그리고 맥락적으로 꽤 깊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타이틀롤을 낸다는 것 자체가 꽤 도전적인 접근이기도 하니까요. 영리한 기획의 결과물이고, 특히나 TLC와 그 시절에 대한 인상이 보다 선명한 미국에서 좋아할 법한 트랙입니다. 다만 곡의 완성도와 별도로, 이들이 지속/심화하는 하이컨셉과 깊게 파고드는 내러티브를 최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 퍼포머로서 다섯 멤버들 사이의 적잖은 격차는 이 팀의 이후를 위해 꽤 고민해볼 지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르세라핌이 레코딩만으로 완성되는 콘텐츠는 아니기에 이러한 평가가 조금 박하거나 편협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다만, 꽤나 복잡한 메시지와 시크한 컨셉에 맞춰 리듬감 있게 음색을 살리며 흘러야 하는 구간에서 K-Pop 특유의 가이드가 이루어진 보컬이 붙는 몇 구간의 이질감은, 이 곡의 컨셉이나 도전의 보폭이 깊고 큰만큼 조금은 괴이하게 다가옵니다. ★★★☆

 

[유성은] 전작 「Perfect Night」의 히트 이후 4개월만에 발매한 미니 앨범의 타이틀로, 「Fearless」(2022), 「Antifragile」(2022), 「Unforgiven」(2023) 에서의 당당함이나 투쟁심 보다는 무대 뒷편, 본인들의 내면 속 여러 가지 감정들에 대한 서술로 주제를 바꾼것이 눈에 띈다. Destiny Rogers의 「Tomboy」(2019)를 떠오르게 하는, 고저가 없지만 중심은 강직한 멜로디와 코드를 골조로 촘촘한 리듬과 다이나믹한 사운드로 움푹하게 채웠다. 결론적으로 빠른 BPM의 트랩 속에서 차분한 분위기라는 아이러니한 형태가 잘 구현되었다. 잘게 쪼갠 리듬 만큼 안무도 기존에 팔이나 다리를 쭉쭉 뻗으며 현대무용에 가까웠던 것에서 올드스쿨의 브레이킹에 가까운 더욱 격렬하고 빠른 몸사위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공감을 느끼긴 힘들지만 절제된 코드 사용과 저음 프레이즈의 집요한 반복으로 여러 번 들었을때 더욱 강점이 있는 곡이다. ★★★

 

[천경철] "비지엠(BGM)을 만들려고 했다." 아마 대표 프로듀서의 일성은 이랬을 것 같다. 마음을 넘겨 짚자는 게 아니라 하나의 추측에 불과하다. 그랬다면 이 싱글의 단순한 음수와 뒤로 물러 나있는 보컬라인과 베이스 드럼을 뺀 기악 파트가 한참이나 축소돼 있는 게 설명이 된다. 메인 리프도 약하게 뒤에다가 배치했다. 멜로디도 크게 선이 굵거나 음폭이 널뛰지 않고 가사도 단촐하다. 한마디로 '이지'하다. 삼겹살이나 장어구이 집보다는 얼그레이나 라떼를 파는 커피집에 어울리겠다. 이 '비지엠'은. 심지어 '걸그룹 비지엠'이다. 새 장르 아니겠는가. George Winston이나 심지어 김광민 같은 뉴에이지 풍 음악과 구별되는 점은 역시 이들이 말하나마나 '걸그룹'이라는 대목이고 뉴에이지의 속성에 푸른 혈관을 희미하게 삽입했다는 점이다.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 보컬이 안개처럼 잘 퍼져있다. "비지엠(BGM)을 만들려고 했다."는 나의 전제가 잘못된 것이라면 걸그룹 뉴에이지니 비지엠이니 하는 소리는 일거에 무너진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싱글을 틀어놓고 독서를 하거나 편안하게 집안 일을 처리해도 좋고 안정을 취하거나 할 차례다. 영화를 보면서 독서를 할 수는 없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할 수 있다. 먹거나 잠을 잘 수 있다. 음악이 비지엠이 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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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Easy
    Amanda
    Ama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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