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이게 첫 정규앨범이라는 것이 조금 놀랍긴 하지만, 그만큼 긴 활동을 거친 후의 앨범입니다. 미니멀한 기타 터치를 중심으로 디테일하게 조율한 보컬과 나른하면서도 폭이 넓은 공간의 운용을 통해 느릿한 가운데서도 보컬에 대한 집중과 함께 적절한 긴장감을 만드는 곡입니다. 엄청나게 기발하거나 신선한 부분을 찾을 수는 없지만, 선명하면서도 섬세하게 레코딩된 보컬의 듣는 맛과 이를 적절히 받쳐주는 편곡 연출 등 기본이 탄탄합니다. ★★★☆

[조원용] 데뷔 싱글 「그대와 같아」(2010) 이후 14년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Sphere』의 타이틀곡이다.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한 곡을 배후의 몽환적인 사운드 스케이프와 나란히 진행시키고, 주영이 구사하는 무겁지 않은 톤의 목소리는 공간감을 안은 채로 코러스를 향해간다. 화음의 레이어는 곡 전반의 상승하는 분위기에 올라타면서 음악이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주영은 사랑의 서사를 계절(여름-가을)에 대입해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점차 고조하는 호흡을 바꾸며 등장하는 Kaash Paige는 두 번째 후렴의 "Broke away from"에서 미리 고개를 내민다. 이때 교차하는 음성은 둘이 공유하는 한 세계의 현재 상태-붕괴-를 증언한다. 하지만 아직 복잡한 감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그냥 당신을 꼭 안고(잡고) 싶다는 마지막 가사와 그에 뒤따르는 Kaash Paige의 담백한 애드리브는 마치 누군가를 부르는 듯하다. 또한 곡 말미에 삽입된 드럼 비트는 어쿠스틱한 질감을 발산하는 주영의 파트와 대비하며 보다 묵직하고 여운이 남는 마무리로 이어진다. 관계의 심장이 다시 뛰는 소리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