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0-4] 윤은화 「안개의 유희」

윤은화 『Fe』
31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2
Volume 2
장르 크로스오버
레이블 국설당
유통사 뮤직앤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양금의 현이 대나무 채를 만나 흔들리는 음과 핸드팬을 두드릴 때마다 나는 음이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이내 양금이 복잡다단한 음계를 칠수록 핸드팬 또한 리듬의 고저를 바탕삼아 다양한 음을 선보인다. 곡의 저음 부분을 담당하는 항아리 드럼이 곡의 구조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이때부터는 긁는 소리, 트레몰로에 가까운 주법 등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필치를 구사하는 양금 사이로 드럼 루프에 가까운 리듬을 선보이는 핸드팬과 사뭇 운치를 더하는 항아리 드럼이 중심을 다잡는다. 이어질 듯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물러서거니 다가오거니 하다가 그렇게 어우러진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 위해서는 잡으려고 애쓰기보다 잡히기 위해 오래 앉아서 버텨야 하는 차분함을 지녀야 하는데, 이 곡은 서서히 사라지는 결말까지 10여분의 시간동안 차분한 주의력을 잃지 않는다. 조목조목 설득하지 않아도 제 역량을 다 드러내는 윤은화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

 

[이아림] 양금이란 악기 자체도 독특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윤은화의 능력 또한 흥미롭다. 양금이 독특한 건 국악기로 분류되는 것 중에서 철현과 타악 방식을 사용하는 유일무이한 악기이기도 하지만, 희소성이 높고 연주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주 방식 자체는 단순하나 조율이 번거롭고 악기의 민감도가 높다는 특징이 양금의 가장 큰 진입장벽일텐데, 이를 홍대의 소규모 클럽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하는 과감한 연주자는 윤은화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이를 다방면으로 개량하고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대표적 인물인 만큼 동양고주파의 일원으로서 양금의 강렬함을 남겼고, 나아가 오롯이 양금에 집중한 앨범은 악기의 더욱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개인으로서 양금을 선보이는 음악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정규 2집 『Fe』는 철의 원소기호를 뜻하는 앨범 명대로 양금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소리를 담고 있기에 더욱 의미 있다. 타이틀 「안개의 유희」는 10여 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눈에 띄는데, 두 개의 악기 연주로만 채워진 음악임에도 유려하게 흐르는 매력이 인상적이다. 양금과 핸드팬의 조화는 명상과 요가 등으로 마주할 법한 차분하고도 이국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안개란 주제처럼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곡이다. 윤은화와 조현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에서 자잘한 마찰음이 이어지는 양금의 트레몰로는 섬세하고, 느긋하게 울리는 핸드팬은 때로는 흥분과 고조를 담아 음악에 긴박함을 더한다. 예술에서 안개는 주로 눈을 가리는 흐릿한 방해물로 대변되었지만, 이 곡에서는 안개가 가장 명료한 존재감을 가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악기에 기대어 서로를 마주하며 안개 속 피사체가 아닌 안개를 이루는 두 개의 기운이 된다. 조심스레 탐색하고 유랑하며 격렬히 맞부딪혀 혼란을 빚고, 이를 유희라 부른다. 악기 고유의 특색을 살려 투명함과 음산함을 모두 담은 한 편의 무진기행이 흥미롭다. ★★★★☆

 

[차유정] 수분기 머금은 새벽의 질퍽한 시간 위를 달리는 음색으로 채워져 있다. 건조하고 담담한 음들의 질주가 현생을 짓누르는 무게처럼 다가 오기도 하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려는 내재적인 예리함이 느껴져서 심각하게 슬퍼지기도 하고, 그러다 약간 심드렁해지기도 한다. 날카로운 음의 균형을 켜켜히 쌓아올리면서 쉽사리 지나쳐지지 않는 언어를 만들어내려는 욕망과 집약이 음악을 완성하는 도구인 것 같다. 예민하고 정확한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긁은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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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안개의 유희
    -
    윤은화
    윤은화,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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