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9-1] 강아솔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강아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31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2
Volume 6
장르 포크
레이블 와우산레코드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마치 그 전의 모든 감정들을 덮으려는 듯, 전진희의 피아노와 김건과 융스트링이 만든 전주가 처음을 수놓는다. 곡의 전반부에서 강아솔의 목소리는 전진희의 피아노에 맞추어 끈질기게 1인칭의 감정을 잇는다. 강아솔의 목소리가 잠시 그칠 때, 스트링이 나서 고조된 감정의 고저를 그린다. ‘눈물이 흐’르는 상황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환될 때, ‘너에게 말하고 나는 떠났’다는 상황보다 ‘홀로 걷는 나를 따라와 안’아준 시간을 떠올린다는 듯, 곡은 같은 멜로디에도 반대되는 감정을 그리며 ‘마음 위’로 내리는 ‘흰 눈’을 발견하며 발길을 돌린다. 곡은 그렇게 오붓한 폐곡선을 그린다. 애증의 궤적을 거칠면서도 섬세하게 축조한 앨범을 듣다가, 이 곡이 지닌 물새의 날개짓 같은 매끄러움을 들으며 한없는 사포질이나 표백으로 없앤 감정이, ‘우리’가 두고 온 ‘눈물’이 과연 물새알이나 몽돌처럼 함부로 매끈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감히 자문해보았다. 그이는 기어이 ‘발길을 돌려 걸어’간다. ‘모두가 있는 곳’, 사랑이 있는 곳은 바로 원래 떠난 그 곳이라는 듯이. 나는 그 잡티 하나 없이 오롯한 1인분의 결심이 마냥 미뻤다. 그 미쁨로 등대로 삼자, 곡이 가슴께에 핀 하늘을 휘돌다 유유히 저곳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깊은 여운이었다.  ★★★☆

 

[이아림] 만남부터 이별까지 세상에는 이미 사랑을 주제로 다룬 음악이 많지만, 여전히 새로운 사랑 노래가 발매되곤 한다. 각 노래에 담긴 상황과 감정은 달라도 이를 범주화한다면 대개 엇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아티스트의 사적인 토로를 담더라도 누군가는 노래에 위로받고 공감하며 사랑 노래는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사랑’에 대한 견해는 다를지언정 다수가 사랑 이야기를 선호한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4년 만에 발표한 강아솔의 정규앨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역시 7개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냄으로써 통상적인 기조를 따르고, 사랑이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역설해 보편적 인상마저 더한다. 그러나 사랑을 예찬하는 긍정적 주제 의식과 달리 앨범을 구성하는 곡들은 후회와 울적함 등 부정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앨범이다. 혼자이길 자처하다 종내에는 사랑을 찾아 돌아간다는 일련의 흐름은 순차로 나열된 트랙들에 은근하게 스며들어 매끄러운데, 타이틀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앞선 소개를 가장 명료하게 내포하고 있다. 특히, 화자의 심경은 명확히 표현하는 것에 비해 사랑을 나눌 대상은 ‘우리’, ‘모두’라는 말로 뭉뚱그린, 모호하지만 포괄적인 가사는 누구나 쉽게 이입할 수 있게끔 만든다. 조곤조곤한 보컬로 강아솔이 보여주던 차분한 면모는 일관되지만, 결말에 해당하는 만큼 스트링으로 다이나믹을 더하면서도 지난 여정들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힘이 인상적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선율이 주는 포근함과 서정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관조와 몰입이 공존하는 독특함은 이 음악을 감상할 또 다른 이유이다. 사랑이 보편타당성으로 귀결되는 앨범의 전개를 따라가는 동안 마주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

 

[유성은] 누구나 불현듯 저마다의 동굴에 혼자서 틀어박힐 시기가 있다. 돈도 사랑도 세상도 내가 무르익을 시간을 기다려줄 이유도 여유도 없으니, 오로지 혼자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해야 할 때가 짧게든 길게든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자발적이고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사람은 혼자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가 되고, 가족, 친구, 연인으로 확장한다. 휙 돌아서 천천히 일상으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부재 속에 나라는 존재는 너에게 어떤 마음을 들게 했을까. 가사와 강아솔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분위기 전반에서 겨울느낌이 진하게 나는 곡이다. 전진희의 피아노 사운드가 곡 전체를 리드하며 따스하게 감싼다. 절이 바뀌고 넓은 규모와 풍부한 감성을 지닌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진다. 고저가 심하지 않고 절절하게 부르짖지 않는 곡이지만, 군데군데 비어있던 마음에 상념이 가득 들어차며 함께 가자, 함께 하자는 진한 메세지로 번역된다. ★★★★

 

[조일동] 2018년 《음악취향Y》결산에서, 윤호준은 강아솔의 음악에 대해 “도무지 눈물을 피할 수 없다”고 적었고, 박병운은 “강아솔의 음악 위에 텍스트를 얹을 때마다 어떤 무력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5년이 지났는데, 나 역시 동료들의 얘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사이사이 흘러가지만, 주로 피아노 위에 자박자박 가사를 풀어내는 강아솔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하는 경험은 스스로에게 “또?”와 “또!”를 지나 “어쩔 수 없구나”로 귀결한다. 그냥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마지막 구절 “발길을 돌려 걸어가네 / 내가 있을 곳으로 / 모두가 있는 곳으로”를 강아솔 목소리로 듣는 순간 노래의 따스함이 뜨거움으로 일렁이게 된다. 음악을 듣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함이 낯설게 파동치는 순간을 주기 때문 아닐까.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6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강아솔
    강아솔
    전진희, 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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