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최고은의 「인생의 맛」(2017)의 피쳐링, 그리고 정규 1집 『여섯 번째 토요일』(2019)로 인디 씬의 주목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4년만의 정규 2집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타이틀곡. 1집의 곡들이 포크/포크록적인 성향의 사운드였다면, 이번 신작의 음악들은 그 뿌리를 완전히 버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 사운드의 옷을 입었다. 바이바이배드맨의 멤버이자 치즈, 백예린의 음악 파트너였던 구름이 프로듀싱을 담당하면서 가져온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안다영이 키보드와 미디 프로그래밍을, 카코포니가 보컬 디렉팅으로 세션 라인업에 참여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살짝 섬세하고 여린 톤을 가진 그녀의 보컬을 오히려 무심하고 반항적인 느낌을 주도록 활용하는 색다른 효과를 가져왔다. (솔직히 보컬의 창법 자체가 로킹하게 변한 부분은 없다.) 특히 이 곡의 편곡과 가창의 호흡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 자우림의 초창기의 대중적 곡들의 분위기를 좀 더 어둡게 비틀어 한 곡 속에 발랄함과 멜랑콜리함이 공존하는 한 편의 슈게이징 팝으로 완성되는데 기여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감정을 담는 음악적 행보 위에서 새로운 좋은 음악적 동지들의 조력으로 완성한 성공적인 사운드 확장의 결과물이다.    ★★★☆

[정병욱] 이전까지 주로 포크의 언어를 빌렸던 정우 음악에는 양면적 매력이 있었다. 조금씩 떨리는 바이브레이션에도 차분한 정서만큼 큰 흔들림 없는 단단한 보컬, 언뜻 따듯하지만 슬프고, 연약해 보이지만 뾰족한 구석이 있던 가사가 그렇다. 앨범 수록곡 전반에 구름이 프로듀싱에 나서며 포크 대신 모던록 사운드를 택한 이 앨범에서도 매력의 기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수록곡의 악기 톤이나 사운드 배치에서 벌룬티어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지만, 멜로디는 여전히 정우의 것이며, 기존의 보컬과 록킹한 사운드의 이질적인 배치가 오히려 전보다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다음 트랙 「JUVENILE」과 함께 안다영이 가세한 이 노래는 순수했던 화자의 발화 상황을 대변하는 천진난만함과 결국 어른의 현실을 마주한 허무함이 엉켜 있는 곡이다. 테마의 적잖은 변주를 가사 상황에 맞춰 산만하지 않게 밀어붙이는 힘이 돋보이며, 록에 어울리는 연출을 굳이 애쓰지 않는 정우의 보컬 또한 곡과 주제의 경계적인 면모에 잘 어울린다. 지난해 발매한 『Fossora』(2022)에서 앨범 재킷의 아트워크가 음악의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던 Björk는 어두운 대지 위 피어난 기괴한 버섯들과 그 위에 앉은 모습을 통해 주제의 독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던적이 있다. 정우가 앨범의 아트워크로 보여주는 것 또한 배경의 몰아치는 토네이도와 잔혹 동화에 나올 법한 기묘한 꽃의 이미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정우의 표정을 통해 이 노래의 세계를 간접 시사하는 듯하다. ★★★☆

[조일동] 정직하게 박자를 따라가며 부르는 노래에서 풋풋함이 느껴진다. 여기서 정직함이나 풋풋함은 미숙함과 다른 의미다. 활동이 쌓이면 음악가에게 당연하게 따라붙게 마련인 버릇들을 의도적으로 쳐내는 노력이 곡 전체에 흐른다는 뜻에 가깝다. 지난 몇 년 사이 증가한 전기기타를 든 팝 밴드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정우의 노래는 좀 더 의도적으로 기교를 빼고자 하면서 역으로 차별성을 만들어 냈다. 보컬 연출이나 키보드의 사용, 리듬 구조 모두가 그러한데, “어느 발버둥도 소용없는 어른이 된걸” 인정하기 싫은 가사의 내용이 소리로 구현되는 느낌이다. 가사와 곡의 모양새를 십분 이해한 연주자, 편곡자와의 작업이 따스하다. ★★★

[차유정] 건조함이 가미된 발랄함이 적절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바로 이런 노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인위적인 현실과 갇혀있는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대부분은 '우울에 쌓여있는 나'라는 모델을 골라잡기 마련이지만, 우울보다는 눈치채지 못하는 딱딱함이 오히려 노래를 더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힘빼고 있지만 주변 속으로 슬쩍 들어가는 능수능란함이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