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스페이스사운드 소속 보컬리스트 겸 송라이터 김아름의 6번째 정규 앨범 『Ocean Wave』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 지난 『Aqua City』(2020), 『Winter City』(2020), 『Summer City』(2021)로 이어지는 ‘City 3부작’을 통해 그녀는 ‘일본 시티 팝 리바이벌’, 또는 ‘AOR 리바이벌’을 지향하는 인디 뮤지션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Wave 3부작’의 첫 작품이었던 『Ocean Wave』(2022)의 분위기도 예전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소위 ‘시티 팝’이나 ‘AOR’의 사운드적 특성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90년대 초반 뉴잭스윙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곡 「시시해」는 해당 사운드를 국내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뮤지의 참여로 곡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몰고 갔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트로의 색소폰 솔로가 듀스의 「여름 안에서」(1994)를 연상하게 하지만, 이후 바로 단조로 흘러가는 곡의 멜로디로 차별화를 꾀한다. 그리고 후렴 부분을 뮤지에게 양보하면서 보다 남성적인 톤으로 곡의 무게감을 심는다. 누군가에게는 뉴잭스윙 리바이벌의 재탕이라는 반응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김아름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적 뱡향 전환 시도의 소재로는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열심히] 레트로 트렌드에 활기를 살리는 방법론으로서 뉴잭스윙을 더한 곡입니다. 다만, 리듬적인 부분에서 일부 뉴잭스윙의 접근을 취했으되, 멜로디라인이나 후킹 파트에서의 뽕끼를 굳이 배제하지 않아 그 결과물은 Tevin Campbell 보다는 듀스 초기에 좀 더 가까이 위치합니다. (물론 이 뽕끼는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어렵지 않게 가져오는 레퍼런스로서는 아직도 듀스의 작품들이 일종의 정답이니까요.) 깔끔한 김아름의 보컬이 무난히 이 곡에 녹아들긴 합니다만, 정작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의 절창은 뮤지가 대부분 담당하다보니 피쳐링보다는 듀엣곡, 그 중에서도 ‘가창자’로서의 존재감은 뮤지가 더 크게 보이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뮤지의 가창 역량이 돋보임에도, 전반적으로는 곡이 단순한 구성에서 중반 이후부터 (이런저런 디테일한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살짝 늘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

[유성은] 「시시해」는 스페이스카우보이와 김아름, 그리고 뮤지가 함께 작업한 댄서블한 ’뉴잭스윙‘이다. 레트로의 재해석수준이 아니라, 당시에 쓴 노래를 이제서야 발표한다고 해도 믿게 할 정도의 높은 재현률을 보여준다. 오프닝부터 익숙한 TR-808 드럼머신에서 유래한 리듬 비트와 곡의 한 축인 제이킴의 색소폰이 질주하면 자연스레 90년대의 Bobby Brown, Michael Jackson, 듀스 같은 이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광경이 떠오른다. 또한, 김아름의 곡임에도 또 다른 한 축은 뮤지의 보컬이다. 유브이로 이미 선보인 적 있는 뉴잭스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김아름과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강렬하고 스타일리쉬한 리듬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여름 안에서」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무더운 여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 장르로 이제껏 김아름이 쌓은 시티팝 리바이벌의 탑을 더욱 공고히 쌓아올린다. ★★★★

[차유정] 뮤지가 개입하거나 작업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장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일인지 알게 된다.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과정을 들려주는 것을 매끄럽게 해내는 사람의 표정마저 하나도 빠짐없이 그려질 정도다. 얼터너티브록 이전 잠깐의 회오리라 여겨졌던 뉴잭스윙이 이렇게 기분좋은 환기와 각성을 깨우는 장르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이 사람의 공이다. 역시 좋아하는 것을 진득하게 해내는 사람을 말릴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러한 에너지 역시 좋은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