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림] 걸걸한 목소리의 보컬은 호쾌하고, 경음악의 정수를 표현하듯 펑크와 사이키델릭이 뒤섞인 연주는 첨예하다. ‘전파사×임원희’의 「신바람」(2022)에서 출발한 단순한 가사와 괴짜 같은 면을 강조하는 코믹함은 여전하지만, 짙은 청록색의 옛 홍콩 영화 같은 사진이나 상사 컨셉의 세계관까지 디테일한 변화가 눈에 띈다. 보컬 임원희의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창법과 멤버마다 직급을 부여해 ‘무한상사’를 떠올리게 하는 컨셉추얼함은 유머러스한데, 이는 영화 《다찌마와 리》(2000)에서 선보인 B급 유머 감각이 따라붙으며 다소 장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밴드의 전신인 전파사가 보컬 없는 긴 연주곡을 다뤘다는 점과 각 멤버가 아폴로18, 팎, 모즈다이브 등 전파사 이전 활동을 통해 보여주던 음악을 떠올리면 전파상사의 음악은 앞선 편견을 더욱 견고히 만든다. 「아임 브루스맨」 역시 멍하니 시간을 죽이며 맥주를 마시는 내용의 곡으로 도입부의 추임새와 함께 가볍게 들리지만, 의외로 곡을 관통하는 ‘인생이란 이런 걸까’, ‘즐겁게 살자’ 같은 주제는 심오하다. 전작과 구성의 변화는 없으나 더욱 강렬하며 잘게 부서지는 드럼, 훵키한 매력을 더하는 베이스, 사이키델릭의 면모가 드러나는 기타까지 과함 없는 적당한 균형감이 흥미롭다. 다른 수록곡 역시 웃음에 가려졌으나 인생을 소재로 울적하다 못해 비관적인 생각을 유쾌한 해학으로 보여주는 음반이며 기세 좋은 보컬에 작열감을 더해주는 연주의 조화, 이를 통한 격렬한 에너지가 긍정적 인상을 남긴다. ★★★★

[조일동] CD를 받아들고 너덧 번은 반복해서 들었던 거 같다. 우선은 전파사 특유의 쫄깃한 텐션을 자랑하는 연주 자체가 귀를 잡아챘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드라이브가 걸린 기타와 베이스, 질기게 리듬을 견인하는 드럼 연주까지 전파사의 연주가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신바람」 시절보다 밴드와의 케미가 훨씬 끈끈해진 임원희의 보컬까지 더해지니 ‘본격 생활형 보칼 그룹’ 사운드가 완성된다. 가사 전달력과 발성의 안정성이라는 면에서 배우의 면모가 빛나는 임원희의 목소리는 일반적인 록 보컬리스트와는 다른 울림을 가진 고유한 아우라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록 보컬리스트가 기타와 호응하며 대비를 만든다면 전파상사에서는 김대인의 베이스와 임원희의 보컬이 조우한다. 리듬 뿐 아니라 하이 포지션으로 후렴구를 살리고, 강하게 뱉어내는 노랫말에는 슬라이드로 대답하는 베이스가 활약하는 덕분에 윤성훈의 기타는 새로운 공간을 얻었다. 베이스와 보컬 사이에서 코드 중심의 리프와 펜타토닉을 비튼 재치 넘치는 필인까지 자유롭게 펼치는 기타는 전체의 분위기를 골방에서 우주로 끌고 간다. 적당한 점성을 가진 톤의 베이스 연주와 임원희 노래 사이에 때론 하이햇의 금속성 질감으로, 때론 플로어 탐의 둔탁한 탄력으로 긴장을 부여하는 강민석의 드럼도 기타처럼 자유롭다. 느슨한 록이 가진 폭발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전파상사를 들어라. 장인들의 능글거리는 즐거움이 그득하다. ★★★★☆

[차유정] 전업 배우가 노래를 하면 가수가 앨범속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것 보다 더 신비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곡 자체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 낸 상황과 분위기에서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의심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이남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즈음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인 철가방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상한 처연함이 있는데, 그래도 세상을 바라볼 힘이라도 주려던 그 세대와는 달리, '이제 우리는 힘이 없으니 되는 대로 살겠다'고 부르짖는 기성 세대의 다른 처연함이 느껴진다. 열패감 가득한 상태로 힘이 없으니 있는대로 놀아나 보자는 정서는 블루스와 꽤 어울리지만, 그 와중에도 임원희의 밝은 자포자기 정서는 영락없는 배우의 그것이라서 약간은 쓴웃음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