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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1] 윤미래 『YOONMIRAE』 : 아픔은 노래가 되고, 또 감추고 싶어지고

윤미래 『YOONMI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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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누군가 말했다.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그래서 한국에선 안되는 게 없다. Hines Ward가 미국서 성공하자 혼혈인에 대한 법률이 바뀌고, 갑자기 ‘두 개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는 식의 언사가 흘러나온다. 그들이 받아야 했던 우리의 추악한 순혈주의에 대한 반성은 전혀 검토되지도 않은 채로. 흑인은 노래를 잘하고 운동을 잘한다고? 그건 일본에서 한국피가 섞이면 노래를 잘하고 운동을 잘한다고 이야기되는 것과 같다. 우리 안에서도 연예인은 어디 출신이라고 말하지지 않던가. 진실은 미국 사회가, 일본 사회가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인종, 민족, 지역 차별이 심한 곳인지 확인해주는 지표일 뿐 인간의 육체적 특징이나 특별한 재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윤미래(T)”라는 가수 역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순혈주의의 희생자로 고통 받아야 했던 존재, 그리고 이 고통들을 내면화해야만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찰(reflexivity)적인 글, 음악, 영상이 감동적인 것은 자기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은 결코 만들 수 없는 자신만의 깊이와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미래의 이 앨범은 타이거JK가 대필한 윤미래의 성찰적 음악 에세이라 할 만하다. 물론 음반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앨범을 들으며 인순이의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1987)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음반은 「Balck Diamond」라는 상징적 제목을 가진 곡으로 시작된다. 넘실대는 훵크의 기운과 짧고 강렬한 인상의 윤미래의 외침은 「What's Up! Mr. Good Stuff」로 이어진다. 하지만 음반 전체를 가로지르는 노래들은 아쉽게도 그녀의 이야기보다 일반적인 사랑 얘기들이다. 음반은 앞뒤로 자전적이고 상징적인 제목과 흑인 음악의 기운이 느껴지는 곡들이 배치되어 있다면, 중간에는 익숙한 스타일의 (늘 국적불명이라 느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어쨌건 한국 주류 대중음악에서 정형화된 스타일로 굳어졌다고 생각되는) 발라드들과 힙합풍(風) 미드 템포의 곡들이 놓여있다. 음반은 후반부에 이르러 다시 「검은 행복」, 「Who」, 「Good Bye Sadness, Hello Happiness」라는 상징적인 곡들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 음반은 절반의 감동이다. 윤미래의 파워풀한 랩핑이 수를 놓는 「Pay Day」나 보컬리스트로서의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작·편곡이 느껴지는 「잊었니」, 「나니까」 등 음반 중반에 위치한 곡들이 가슴이 아닌 귀로만 들리는 이유는 마지막 세 곡의 성찰적 무게와 비교해 가벼운 당의정이란 느낌 이상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콰이엇의 꼼꼼한 플로우와 가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랩핑이 크게 다가오는 「검은 행복」은 특히나 발군의 호소력을 발휘한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곡 후반부는 청자를 그녀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첫 곡 「Black Diamond」는 어쩌면 이 곡을 위해 미리 깔아놓은 포석이란 생각마저 든다.

곡의 내용을 떠나 이 음반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 아쉬움들을 짚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음절 하나하나를 강조하는 윤미래의 발음이다. 그녀의 발음은 랩핑에서는 강점이지만 보컬리스트로서 때론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어는 성조가 없는 언어이다. 따라서 엑센트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뉘앙스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윤미래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발음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목소리와 호흡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컬리스트로서 한국어 발음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지적할 부분이다. 현재 그녀는 한국 여성 가수 중에서 톱클래스일 뿐 아니라 그 중에서 노른자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좀 더 성장하는 보컬리스트 윤미래가 보고 싶은 것은 개인적인 욕심일까? 또 한 가지는 악기 사용에 관한 얘기다. 이 음반에는 밴드의 형태로 세션이 참여하는 곡과 샘플링을 사용한 곡으로 나눠진다. 전자는 모두 발라드로 한정되어 있다. 샘플링과 리얼 연주가 겹쳐질 때에만 나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두터운 리듬을 강조하는 비트가 있는 곡들에서 리얼 연주가 더해져 멋진 효과를 얻는 예는 많다 (꼭 The Roots나 Greyboy Allstars 같은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샘플로만 구현해낼 수 없는 리얼 연주의 강렬함. 그녀의 날 것의 목소리와 상응하는 그런 장치들에 대한 아쉬움이 음반을 듣는 내내 남는다. 이는 그녀의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청자로서의 욕심이기도 하다.

윤미래는 자신의 상처를 대필해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그 노랫말을 음악으로 구현해 줄 좋은 DJ와 작곡팀을 만났다. 그러나 왠지 끝은 좀 뜨뜻미지근하다. 그녀의 랩핑을 맘껏 듣지 못했기 때문도 아니고, 업템포의 곡이 적어서도 아니다. 음반에 수록된 곡들에서 보여 진 것처럼 아직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솔직해졌지만 그래서 또 상처 입을까 조심스럽다. 아티스트는 자신을 스스로 대상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경지에 오를 때,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작품이 나온다. 드렁큰타이거의 『하나하면 너와 나』(2004)에 담긴 소소함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어깨에 힘을 뺀 채 던지는 진실성 때문이었다. 나는 윤미래의 감수성에서 그런 미래를 보고 싶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여리지만 싹을 틔울 수 있어 보이는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했다.  
 

Credit

[Staff]
Produced by T
Directed by Ann, Brian Kim, 박재선, 곽은정
Recorded by 곽윤정, Mongofresh
Recorded at 리쌍 Studio, Hot Box Studio
All Mixed by 고승욱(Assisted by 선영, 최재영)
Except for Mixed by 노양수[나니까]
Mixed at Vitamin Studio, T Studio
Mastered by 최효영 at Sonic Korea
Excutive Produced by Jungle Entertainment
A&R Director 이용진
Management & Promotion 최승용, 김상수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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