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검정치마나 The 1975의 중간 즈음에서 신스록의 언어와 아레나록의 공간감으로 담아낸 음악입니다. 앞선 요소들에 흥미가 있거나 취향이라면 즐길만한 감상의 지점들을 찾을 수 있는 곡입니다. 다만, 보컬이 두드러져야 할 일부분에서 (특히 파트의 전환이나 악기를 대신해줘야 할 어필 포인트에서) 살짝 보컬 트랙이 붕 뜨게 마무리된 점은 아쉽습니다. 조금 더 두텁게 오버더빙을 하거나, 보컬 자체의 공간을 충분히 줬다면 보다 탄탄하게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싶네요. 팝적인 코드-멜로디 라인의 곡을 끌고 가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일면에 조금 더 집중해서 듣는다면 흥미로울 곡입니다. ★★★

[정병욱] 록킹한 비트, 후킹한 선율, 역동적인 서사보다는 적당히 세련된 신스 사운드와 매끈한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팝 계열 모던록의 주된 흐름을 이루는 요즘이다. 자연스레 ‘Bedtime Pictures’라는 팀 이름이 언뜻 기존 트렌드와 다르지 않은 지향을 예상하게 한다. 관능과 쿨의 경계에 있는, 몽환과 담백함을 동시에 머금은 보컬 역시 그 매력과 별개로 동시대 지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충분히 다른 인상의 인트로와 이후 다시 별다른 변주 없이 익숙한 전환을 택하면서도, 초반의 진솔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잘 이어가는 뚝심 있는 선택이 이후 진행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높인다. 꽤 치열하게 치닫는 후반부의 기타 솔로까지 이르면 절대 안일하게 곡을 대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된다. 「Before Dawn」의 주제와 가사만 보면 베드룸 팝의 전형을 온전히 관통하는 편이 훨씬 쉬웠을 테다. 실제로 EP의 여타 수록곡은 꽤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노래만큼은 그것의 매력을 가장 개성 있는 구성으로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