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묘한 충만함으로 가득한 곡이다. 두툼하기 이를 데 없는 베이스 라인이나, 꾹꾹 눌러 친것만 같은 훅의 신시사이저 라인도 좋지만, 구효민의 보컬이 묘파하는 감정 자체가 진득하고 선명하기 이를 데 없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못 벗어나게 만든다. 보통 이런 결과물이라면 둔중함이 곡 전체를 짓누를 수 있는 데 이 곡은 듣는 내내 산뜻한 뒷맛을 자랑한다. 단호한 결심 뒤에서 오는 산뜻함과 경쾌함을 유연하게 잘 버무려 만든 곡이라고 하겠다. ★★★☆

[김성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귀에 꽂혔는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참 난감하다. 이 곡의 주인공 구효민도 그런 케이스. 골드서클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개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없다. 역시 같은 소속사인 작곡자 겸 프로듀서, 일렉트로닉 뮤지션 머브(Murb)가 그녀의 조력자로 함께 했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노래를 듣자마자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어떤 매력이 존재한다. 곡 전체를 감싸는 매우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의 그루브가 전편을 휘감는 가운데, 80년대 뉴 로맨틱스 밴드들의 스타일이 연상되는 신시사이저 건반 연주가 일종의 훅의 구실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편곡 위에서 빛이 나는 구효민의 보이스다. 이별의 기억을 반추하지만 그것에 갇히지 않고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가사에 맞게 조금은 섬세하면서도 미성의 공명을 담은 목소리의 여리지만 강건함이 곡의 매력을 확 끌어올린다. 마치 어떤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 아님에도 매우 매력적인 맛을 내는 음식처럼, 좋은 곡이 가져야 할 조건을 다 갖춘 영리한 트랙이다. ★★★★

[유성은] 베이스의 리듬이 강렬한 미디엄 템포 알앤비로 시작한 다음, 후렴구는 2010년대 아이돌 싱글에서 많이 등장한 딥하우스로 확장한다. 후반부의 신스 독주에선 퓨전 재즈의 전개 방식이 떠오르기도 하는 등 많은 장르의 익숙한 버무림이 흥미롭다. 전반적으로는 예민한 전자음악을 하는 우효의 목소리도 떠오르고, 본격적이지 않은 클럽튠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희한한 매력이 있는 곡이라 할수 있다. 또한 싱글에 함께 수록한 「하루 시작」은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의 곡 「Baby Don’t Cry」(2007) 를 떠올리는 J-Pop 스타일까지 지니고 있다. 멜로디와 코드의 운영이 능숙하고 장르의 변주에 자유로운, 주목할만한 여성 아티스트의 등장. ★★★★

[정병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과하게 설정한 리버브 사운드, 그런데도 적나라하게 들리는 여린 보컬, 야심차게 출발한 후주가 다소 어색하게 끝을 맺는 편곡 등 분명 군데군데 아마추어리즘이 튄다. 반대로 좋은 출발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뻔한 기성곡의 매무새를 어설프게 복사하고 답습하는 게 아니라 주제와 서사, 사운드의 조합 등 다방면에서 이 곡만의 미학을 설정하고 관철하려는 개성과 의지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15분’이라는 제목과 소재 안에 담은 진지하게 서사와 심경, 이를 대하는 쿨함과 분노가 혼재하는 태도까지 이 노래 속 경쾌한 전진성처럼 계속해서 듣고 싶게 하는 흥미로운 구석도 있다. ★★★

[차유정] 심장 쪽으로 건조함을 끌어 모은 다음, 부풀리지 않은 담백한 감성으로 뱉어낸다. 애매한 듯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집중력과 텐션 역시 감정기복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티팝의 뜬금 없는 범람 안에서 팝에 대한 기초적인 맥을 짚는 시도처럼 느껴져 기분이 상큼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