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림] 재지한 분위기에 더해진 쎄이의 허스키한 알앤비 감성이 매혹적이다. 정규 1집 대비 무르익은 성숙함이 느껴지면서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데, 데뷔 싱글부터 함께 작업해 온 디즈와의 공동 프로듀싱을 통해 풍성한 트랙리스트만큼 네오 소울의 매력을 극적으로 담아내었다. 곡마다 알앤비와 소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주가 담겼지만, 그중에서도 음을 밀고 당기며 보컬이 가진 매력이 가장 도드라지는 건 타이틀곡 「Talk 2 Me Nice」이다. 특히, 호흡과 뒤섞여 쫀득하게 곡을 채우는 코러스는 스캣처럼 유려하고, 후렴구에서는 농밀한 분위기마저 조성한다. 다만, 위험한 대상을 구태여 도발하는 화자의 태도에 깃든 성적 함의는 온건하지만(?) 다소 기묘하게 들린다. 음반 소개글과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드러나는 주요한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도 좋다'라는 점에 있겠으나 스스로를 성애화함으로써 주체성보다는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달라 갈구하는 인정과 사랑에 대한 결핍이 도드라진다. 화려한 드레스의 디바와 수트를 걸친 신사라는 메타포가 그리 인상적이진 않으나, 능동적 어휘로 수동성을 담아내는 기이함이 고혹적인 곡이다. ★★★☆

[정병욱] 4년의 시차, 두 장의 정규앨범, 같은 가수와 프로듀서의 조합. 예상할 수 있는 배경은 흔히 두 가지다. 그만큼 협업의 과정이 좋았거나 결과가 좋았거나. 외부자로서 대개 전자는 알 수 없지만, 쎄이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건 확실하다. 바꿔 말해 『CLASSIC』(2018)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S:INEMA』 역시 그렇다. 일찌감치 그 영역을 아이돌 팝까지 확장했지만, 스스로 열렬한 흑인음악 애호가이자 알앤비 아티스트로서 디즈의 취향과 지향, 음악의 특성은 확고한 편이다. ‘컨템포러리’ 혹은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에 경도된 21세기형 흑인음악이 아닌 20세기 흑인음악의 모태와 진득한 그루브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재현, 선명한 비트와 입체적인 사운드의 운용 그리고 한 곡 안에서도 구성과 진행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 다이내믹이 그것이다. 확실히 디즈의 뉘앙스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데 있어 보다 세련되어졌고, 덕분에 이제는 쎄이의 ‘이야기’가 좀 더 들린다. 이 곡 「Talk 2 Me Nice」만 해도 쎄이의 보컬 파트를 강조하기 위해 악기들의 존재감이 상당히 물러서 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라 할 수 있는 (속삭이는 보컬 코러스와의) 콜 앤 리스폰스 역시 상당히 힘을 뺌으로써 쌈마이 아이돌 트랙의 인상을 미리 막았다. 덕분에 뻔하고 노골적인 유혹 직전의 팽팽한 도발적 분위기를 자아내려는 이 노래의 아슬아슬한 쉽지 않은 농도를 잘 지켜냈다. ★★★★

[조일동] 디즈는 매끈한 멜로디를 끈적한 그루브로 버무려내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이다. 장인이 매만진 트랙 위에 쫀득하게 목소리를 밀고 끌다가 끊을 줄 아는 보컬이 자신의 장점을 한껏 풀어낸다. 속삭이는 디즈의 코러스와 클랩 샘플의 배치는 농염함을 배가시키는데, 쎄이의 목소리는 의외로 이 모든 섹시한 장치들 속에서 가장 담백하다. 가사와 보컬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오히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설득력을 얻는다. R&B라는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아는 아티스트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