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대중에게는 자신의 곡들보다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커버곡 영상들의 인기로 더 유명해진 여성 싱어송라이터 제이플라의 최신 싱글. 그녀의 음악 경력은 일본의 한국계 여성 보컬 이토 유나(伊藤由奈)의 「Happy Days」(2009)의 작곡가로, 데뷔 EP 『바보 같은 스토리』(2013)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해외 레이블을 통한 배급의 한계 등으로 자신의 무대를 한국에서 확보하기 어려웠는데, 그러한 아쉬움 속에서 대중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유튜브 채널이 그녀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려준 것이다. 정식 데뷔 후 9년, 이제 자신의 레이블을 국내에 직접 설립하고 다시금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확실히 보여줄 첫 카드로 이 파워 발라드를 선택했다. 깔끔하지만 구슬픈 피아노 연주로 출발해 스트링 편곡의 적절한 활용, 그리고 파워풀한 드럼의 터치가 곡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며 그 위에 제이플라의 보컬이 곡 전체에서 춤을 춘다. 특히 자신의 보컬이 가진 섬세한 떨림을 잘 활용하며 여리고 섬세한 톤부터 호소력 강한 고음역까지 자유로이 구사하는 그녀의 보컬은 오리지널 곡들과의 비교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힘껏 날개짓을 해낸다. 자전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하여 그녀의 팬들에게는 감정이입이 될 요소가 많다. 이제 더 이상 ‘방구석 유튜버 싱어’의 한계를 넘어 더 활발히 만날 수 있는 제이플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틱한 재출발의 출사표다.   ★★★☆

[이아림] 청아한 음색과 힘있는 발성을 통해 폭넓은 음역대를 사용하며 속삭이다가도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보컬이 흥미롭다. 제이플라는 커버 영상의 인기만큼 노래를 잘 하는 보컬리스트지만 그동안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는 약한 편이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번 신곡 「Bedroom Singer」는 이러한 인식을 깨는 첫 작품이자, '방구석 가수'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솔직 담백한 곡이기도 하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연상시키고, 은은하게 여백을 메우는 스트링 연주는 곡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제목 그대로 방 안에서 홀로 노래하는 제이플라의 모습과 가사 내용은 소소하지만 순도 높은 진솔함이 묵직한데, 이는 고립되어 스스로를 위해 노래하는 겨울왕국(Frozen)속 엘사의 고독함처럼 쓸쓸하기도 하다. 다만, 다이나믹하게 고저를 오가는 멜로디의 진행은 아름다우나 세련미보다는 2000년대 팝송을 반추하는 것에 가깝고, 소설 『어린 왕자』를 접목한 영상은 고전적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휘몰아치는 후렴구는 긴장감을 조성하나 위기를 헤쳐나가듯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제이플라의 에너지가 인상적인 곡이다. ★★★★

[정병욱] 이미 존재하는 원곡보다 혹은 원곡만큼 좋은 커버를 하는 것, 반대로 오롯이 자신의 노래에서 괜찮은 개성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라이브에서 돋보이는 목소리, 레거시 미디어에 어울리는 목소리, 개인 방송에 최적화된 목소리 역시 모두 다른 재능이기도 하다. 앞서 방송에서 선보인 커버들을 음원으로 발표하기도 했고, 자작곡 3곡으로 이루어진 미니앨범을 2013년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방송에서 주로 돋보였던 그다. 모처럼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본격적인 (개인 방송 외의) 음악 활동을 준비하며 공개하는 선공개 싱글이기에 음악만큼이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될 수밖에 없는 일. 유튜버 가수로서의 삶을 작은 풍경화처럼 묘사하며 이를 비장하게 승화한 가사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빠르게 절정으로 치닫는 서사와 구성, 잔향과 스트링을 적절히 활용한 사운드가 먼저 돋보인다.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 여러 창법을 자연스러운 선율로 빠르게 오가는 곡과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퍼포먼스 또한 나지막이 감정을 울리며 제이플라의 의지와 재능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계산적인 연출이 사운드의 경우 감상을 위한 곡보다 다소 그 기능이 부수적인 무대극 삽입곡에 더 어울린다는 점, 반대로 뮤직비디오의 경우 스토리에 걸맞게 소재와 소품을 활용한 아이디어와 화려한 영상미에도 노래의 역동성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