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들으면 들을수록 달리는 자신의 보컬에 대해 정말 정확하게 파악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70년대 초 Stevie Wonder의 주특기였던) 훵키한 기타의 사운드를 닮은 클라비넷 연주도 좋거니와, 그 사이에 세밀히 집어넣은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평면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달리의 보컬을 묘한 흥취로 확장한 후,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유지시킨다. 아웃트로 또한 곧바로 끝내지 않고, 특유의 뉘앙스만 남긴 채 끝난다. 자신의 단점을 전혀 다른 뉘앙스에 접목시키며 훌륭히 상쇄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이를 군더더기 없는 흥취로 채울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 달리가 달리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수작.  ★★★★

[김성환] 『Urban Society』(2007)를 시작으로 랩퍼에서 노래로 전향하며 알앤비·소울에 기반한 다양한 사운드를 선보여온 달리의 새 EP 『A-Men』의 타이틀곡. 그는 마스터클래스와의 만남 이후 ‘마스터클래스×달리’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앨범인 『Show Returns』이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재지한 감각의 R&B/힙합에 적격인 보컬로 부각되었다. 2014년 이후 그는 마스터클래스, 유즈마인드와 함께 노이즈심포니의 식구로서 활동 중인데, 흥미롭게도 이번 신작은 식구들의 지원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작업을 완성했다. 실제로 베이스, 클라비넷, 신시사이저, 드럼 프로그래밍, 무그 베이스, 기타 연주까지 모두 그의 솜씨인데, 그 덕분에 아티스트의 의도대로 찰진 샘플들과 연주의 조합이 꽉 찬 소리를 만들었다. 완벽한 개인 작업이다보니 재지한 요소보다는 7080일렉트로 훵크(Funk)의 감각을 현대로 가져와 매끈하게 풀어내는 사운드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데, 그 매력의 절정이 이 곡에 잘 담겨있다. 신시사이저와 클라비넷이 만드는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 전자음들의 향연 속에서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달리의 보컬의 유연함은 듣는 이의 흥을 제대로 끌어올린다. 곡 자체가 반복이 많고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음에도 곡을 매력적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훅과 라인 자체의 힘이 좋다는 반증이다. 흥겨운 멜로디와 함께 몸을 흔들기 보다는, 진지한 청취에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곡이다. ★★★☆

[차유정] 악기의 효과를 늘어지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고, 일정한 리듬감을 부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온다. 강조할 수 있는 템포 위에 최소한으로 보컬을 조립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루브함과 소울이라는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가볍고 상큼한 팝이지만 멜로디가 주는 의외성 때문에 한번쯤 돌아볼만한 텐션을 지닌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