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Show Me The Money 8》(2019) 3위 출신의 현재형 ‘고교생 랩퍼’ 빅나티가 발표한 『"SIKE"!』(2021)의 타이틀곡. 개인적으로 그의 곡들 중에서는 트렌디한 클럽 힙합 지향의 곡보다 다양한 빈티지 타입의 사운드 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곡들이 더 귀에 잘 들어왔다. 이 곡은 특히 1990년대, 붐뱁 시대의 그루브를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특히 참여한 랩퍼들의 라임 구성 역시 당시의 재현에 꽤 충실하다. 흥미로운 건 그들 상당수가 아직 ‘1020세대’라는 것. 단순하지만 확실한 그루브를 가진 베이스 루프 위에서 각 랩퍼들이 들려주는 개성 강한 라임의 향연이 6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다. 여러 랩퍼들이 함께 이어가는 곡들이 보여주기 쉬운 한계를 각자의 라임 개성과 곡 컨셉트의 통일성으로 헤쳐나가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해주는 프로듀싱이 빛나는 곡이다. ★★★☆

[정병욱] 명과 암이 절묘하게 교차하고 혼합한다. 만 나이 평균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어찌 보면 신의 내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젊은 피들이 뭉쳐, 무려 8명이 출연하고도 각기 명백히 구별 가능한 개성의 퍼포먼스를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펼쳐놓았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명’이다. 빅나티의 매끈하고 끈적이는 톤을 시작으로, 미누의 속 시원한 스핏, 래원의 독보적인 플로우, 릴넥의 하이톤과 디아크의 노련한 마무리까지. 본작이 《Killing Verse》 시리즈로 유명한 딩고 프리스타일 영상으로 공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톤과 음역, 발성과 플로우가 단일한 분위기와 에너지로 이어지며 종합선물세트 같은 쾌를 선사한다. 반대로 참여한 래퍼들의 면면을 따지고 보면 결국 (막상 방송 출연으로 득을 보지 못했던 스월비 정도를 제외하면) 《Show Me The Money》와 《고등래퍼》의 적자들이며, 이들이 화려한 랩 속에 담는 가사가 결국 이른 나이에 쓸어 담은 돈 얘기라는 사실은 내용 문제를 떠나 그것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면에서 아쉬운 ‘암’이다. 다소 빠른 템포와 반복적이면서도 유려한 단선 베이스음으로 흥을 돋우는 붐뱁 비트는 분명 이 노래에 제격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각 래퍼들의 저마다 다른 매력을 탄력적으로 보좌하지 않는 다소 안전한 선택이 감상의 폭을 좁히기도 한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전반적인 조화에도 스월비, 래원, 이영지로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파트로 무게 중심이 쏠린다는 것. 특히 반복하여 청취할 때는 익숙한 자신의 것으로 유일하게 신선한 감각의 벌스를 들려주고, 돈과 태도 외의 스웨그를 가사의 재치로 소화한 스월비의 벌스만을 유독 기다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