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헤어진 후에 있었던 일들을 관조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감정은 징글맞게도 떠오른다. 그러니 몽롱하게나마 주위를 흐리는 수 밖에 없다. 임나오가 포착하려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모든 기억을 몽환적으로 바꾸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나는 감정의 지점들을 이 곡은 차근차근 짚는다. 그래서, 이 곡을 단순히 몽환적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꿈은 삶의 거울이니까.(흐린 거울인지, 맑은 거울인지는 별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쓴 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슬릭 또한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랩을 갈무리짓는다. 무엇보다 그렇게 도출된 쓴 맛에서 영원히 탈출하며 아름다운 유예를 창안하는 임나오의 역량이 빛나는 곡이다. ★★★☆

[차유정] 조용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위에 약간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 랩을 얹는 방식이 판에 박히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톤을 끌고가는 분위기 덕분에 어긋나 보이는 듯한 음들도 중심을 잘 잡아둔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이미지가 떠올려지는 곡이기도 하다. ★★★